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유시민 후보 지지가 예상 외로 당 내에서 거센 역풍을 받고 있다. 이는 심상정 후보가 당 선대외나 당원과의 일체의 소통없이 전격적으로 당에서 받은 후보직을 던지고 유시민 후보 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심상정 후보가 국회에서 유시민 후보 지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당시, 20여명의 진보신당 당원들이 이를 막아섰다. 이에 심상정 후보는 기자회견을 취소하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돌린 뒤, 당원들이 빠져나가자 재차 국회에 진입하여 기습적인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진보신당 당원들, 심상정 출당 요구 봇물
진보신당 당원들이 심후보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이 대목이다.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서는 심상정 후보의 출동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진보신당의 한 당원은 게시판에 “이미 자신의 사퇴의사가 언론에 공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새로운 정치적 기반이 될 유시민 지지자 부류에게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눈물 쇼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심후보를 비판했다.
경기도의 기초선거를 뛰는 당원들도 심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파주의 한 당원은 “전날 갑자기 사퇴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도 유시민 지지는 없다고 했는데, 대놓고 유시민 지지를 선언하여, 경기도의 당원들을 완전히 배신했다”며 심후보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민석은 개인적 판단, 심상정은 당내 질서를 흔들어
심후보의 이와 같은 행위는 2002년 대선에서의 민주당의 김민석 전 의원과 대비되고 있다. 김민석 전 의원은 자당의 노무현 후보 지지를 접고, 정몽준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전격 탈당하여, 유시민을 비롯한 친노세력에 현재까지도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민석 전 의원보다 심후보의 행위가 훨씬 더 악질적이라는 것은 진보신당 당원들의 판단이다. 김민석 전 의원의 경우 당직을 맡지도 않았고, 후보도 아니었고, 의원직도 없었던 상태에서 개인적 판단에 의해 타당의 후보 지지에 나섰을 뿐이다. 또한 즉각 민주당을 탈당하여 당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미 그 당시 민주당에서는 박상천 등 후단협 세력이 민주당적만 갖고 있은 채, 사실 상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이 더 정직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심상정의 경우 당에서 선정한 경기도지사 후보였고, 당원들의 당비로 선거운동을 해왔음에도, 선대위와의 상의없이 타 당의 유시민 후보를 지지에 나선 것이다. 심후보는 특히 탈당의 의사를 전혀 표하지 않고, 오히려 선거 이후 토론을 하자며, 당의 분란을 야기할 태세이다. 즉 심상정 후보의 경우는 김민석 전 의원보다는 당 내에 남아 당을 흔들며 타당 후보 지원에 나선 후단협 세력과 더 유사하다는 것이다. 물론 진보신당에서의 심상정의 위치를 볼 때, 후단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당을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성 정당과 달리 철저히 상향식을 지향하는 진성당원제로 운영되는 진보신당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심상정의 행위는 폭거 수준이다.
심상정, 진보신당 판돈 삼아 정계개편 참여하나
심후보는 당원들의 반발에 대해 “저를 지지하는 국민들 다수가 당원은 아닙니다. 당원은 그중에 소수죠. 저는 그동안 선거운동하면서 다수의 지지자들이 진보신당 심상정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명박 정부 심판에 대한 열망, 이 사이에서 많은 선택의 고민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라며 향후에도 당원의 의사와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히 “선거 이후 진보진영 재편이라는 과제를 염두에 둘 때, ..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라는 심후보의 사퇴의 변은, 향후 심후보가 진보신당을 판돈 삼아 정계개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어, 지자체 선거 이후 진보신당은 물론 야권 전체 파란을 몰고올 가능성도 높다.
이미 유시민 후보는 심상정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7월 은평을 재보선에 심상정을 단일후보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을 제안했고, 만약 그렇게 되면, 심후보와 진보신당 측은 유시민 후보는 물론 민주당과도 협의를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의 친노 논객 김종배는 “유시민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 여파는 야권 전체로 확장된다. 그가 무릎 꿇으면 '반MB연대'의 실효성과 파괴력이 검증대에 오른다. 더불어 진보신당 내의 논란은 격화되고 국민참여당의 기세는 꺾이며 민주당의 혼조는 심화된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야권의 재구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야권 전체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질 것만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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