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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신입 운동권 수준의 YTN노조

회사의 구조적 문제를 감추는 건 옳지 않다

생각보다 복잡한 YTN 사태

중앙일보 김종혁 문화 에디터가 쓴 YTN 노조를 비판하는 칼럼에 대해 YTN의 왕선택 기자가 반박했다. 김종혁 에디터의 비판글은 그간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이 여러차례 발표한 바 있던 YTN 관련 성명서와 맥이 닿아있다. YTN은 국민이 58%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공영 혹은 국민 방송사이므로, 정부의 인사가 낙점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거쳐 YTN이 수많은 특혜를 받은 점을 모른 체 하며 정부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것도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YTN 왕선택 기자의 반박은 단순하다. YTN의 공적 지분 구조 상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낙하산이 내려왔지만, 이번처럼 대통령의 후보 시절의 언론특보가 오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왕선택 기자는 똑같은 낙하산이지만 이 차이를 주목하라고 제안한다. 또한 “특혜를 누리면서 간섭하지 말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언론인이라면 무조건 간섭하지 말라”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왕선택 기자의 글은 YTN 사태의 해법이 간단치 않다는 점을 드러내준다. 이 문제는 하나의 언론사의 기자들이 해당 언론사의 독립 혹은 발전을 위해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개입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YTN노조는 KBS 이병순 사장은 인정하는가

김종혁 에디터 역시 대통령 후보 특보였던 구본홍 사장의 임명은 적절치 않다는 데 동의했다. 김종혁 에디터와 왕선택 기자와의 논쟁은 과연 어차피 정부가 낙점할 수밖에 없는 YTN 사장 인사에서, ‘특보’라는 딱지가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느냐에서 출발한다. 김종혁 에디터와 미발연은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이고, 왕선택 기자는 특보라는 딱지는 공개적으로 YTN이 정부 편향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재반박이 가능하다. KBS의 이병순 사장은 특보 딱지는커녕 MB캠프에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만약 YTN의 사장에 이병순 사장과 같은 사람이 임명된다면 어쩔 것인가. 아니, 이병순 사장 정도로 독립되지 않더라도, MB캠프에 특정한 직함은 없었지만 그간의 활동으로 볼 때, 성향 상 MB 측과 가까운 인사가 임명되었더라면? 지금이라도 구본홍 사장이 물러나고, 특보는 아니지만 특보와 거의 유사한 활동을 한 인물이 임명된다면?

왕선택 기자의 논리라면, 이는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당시 친 정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왔을 때, YTN 노조는 단 한 번도 투쟁한 바 없다. 이미 YTN은 정부소유, 정확히 말하면 국민소유 방송인데, 특보라는 딱지가 있든 없든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는 것이다.

또 하나. 지금 YTN 투쟁을 이끌고 있는 전국언론노조는 형식적으로 100% 독립되어있는 KBS 이병순 사장조차도 낙하산이라 물러나라 선동하고 있다. 왕선택 기자의 논리라면 이병순 사장 퇴임 투쟁을 선동하는 전국언론노조는 잘못된 것이다. 그래도 현재 YTN노조는 전국언론노조는 물론 친노무현 언론단체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당선된 KBS노조는 "이병순 사장을 인정하지 않으면 2년 내내 사장 퇴임 투쟁만 하는 YTN 짝이 된다"는 논리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YTN 노조가 외부에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KBS 노조 선거에서 드러난 셈이다.

YTN은 노무현 정권 당시 편향되었다

더구나 투쟁의 방법이 매우 위험하다. YTN노조는 국민의 방송이자, 방송법 상 공정성의 의무가 부여된 보도채널을, 자신들의 사적 투쟁에 악용하고 있다. 검은 상복을 입고, 자사 관련 보도에서 오직 노조의 입장만 철저히 대변했다. YTN노조는 YTN 사건이 단지 YTN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언론의 문제라 주장했다.

바로 그래서 하는 말이다. YTN 노조가 전체 언론을 생각한다면, 노무현 정권 당시 수많은 낙하산의 임명을 묵인한 친노무현 언론단체와 손을 잡으면 안 된다. 지금 YTN 노조의 투쟁 현장에서 지지발언을 한 인사 중 노정권 하에서 감투 하나 뒤집어 쓴 사람들이 없던 말인가. 이런 전체 판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구본홍 사장의 퇴임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힘을 합치겠다면, 이는 전체 언론의 이익이 아닌 오직 YTN 노조만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된다. YTN 노조의 투쟁이 적극적인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YTN의 특혜 문제이다. YTN은 케이블TV에서 유일하게 종합보도를 할 수 있는 특혜받은 방송사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이를 철저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YTN은 이러한 특혜를 바탕으로 노정권 당시 YTN라디오, YTN스타, YTN사이언스 등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는 정부 소유, 친노방송이라는 특혜없이는 불가능했다. 이때 YTN노조는 무엇을 했던가. 자사가 확장한다고 좋다고 박수나 치지 않았을까.

YTN은 노무현 정권 당시 분명히 편향되었다. 전체 스트레이트 보도는 그렇다 쳐도, 대표적인 히트상품이라는 돌발영상은 봐 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필자는 2004년 3월 12일 국회 탄핵 당시의 YTN 돌발영상을 생생히 기억한다. 무려 7분이나 편성하여,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국회 탄핵을 폭력 쿠테타로 몰아붙였다. YTN 노조 개개인들이 인식할 수 없을지 몰라도, 노무현 정권의 YTN 지원은 바로 이 탄핵 관련 돌발영상의 덕택이었다. 돌발영상은 그 뒤에도 집요하게 당시 야당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태만을 집중적으로 묘사했다. 더구나 YTN 기자와 PD가 자의적으로 집어넣는 자막은 명백히 주관적이었다. 노정권 입장에서, 이런 효자방송에 특혜를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왕선택 기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쉽게 말하자면 “그건 알 바 아니다”라 주장하는 셈이다. 특혜는 받았지만 어쨌든 교체된 정권이 개입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언론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앞서 언급한 대로, 대체 한 회사의 언론인이 어느 수준으로 개입을 해야하는지의 논점이 잡히는 것이다.

YTN, 독립하거나 뒤로 빠지거나

논리적으로만 따지자면 YTN이 이명박 정부로부터 독립하려면 지금껏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받은 특혜를 모두 토해내야 한다. 일단 독점적 보도채널의 지위를 버리고, 타 방송사도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사업 부분을 매각할 필요도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 YTN을 권력이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정부지분의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아무리 YTN노조가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해도, 정부로부터 독립하겠다면서 정부 지분을 파는 것을 반대한다는 행태를 정상적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YTN에 정부의 특혜가 없었다면 아마도 민영방송사처럼 무지막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YTN 노조는 IMF 이후 이러한 구조조정의 칼에서 빗겨났다. 민영방송사의 직원들이 볼 때는 우스운 일이다. 이렇게 정권의 특혜를 받아놓고, 이제와서 자신들의 성향과 안 맞는 정부가 들어서니, 독립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그래놓고는 정부 지분을 팔지 말라?

어찌보면 왕선택 기자의 논리는 대학 신입생 운동권 수준의 것과 유사하다. 부모의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얻어쓰면서, 가부장제 타파하고, 신자유주의 폐지하자고 떠들어댔던 수많은 사춘기 소년소녀 수준의 운동권 학생들 말이다. 내가 알기론 이런 학생들일수록 졸업하자마자 더욱 더 출세와 권력의 길로 달려갔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자면 이명박 정부가 물러서고 노무현 정권과 비슷한 새 정부가 들어서면 YTN노조는 또 다시 권언유착의 길로 달려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최소한 언론인이라면 사춘기 운동권들처럼 구조의 문제를 감추어놓고, 현상만 드러내며 “독립하겠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설득력이 없다. YTN이 진정으로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YTN노조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중도우파단체인 미발연 역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 이렇게 되면 친노무현 언론단체들은 죄다 손들고 빠질 것이다. 또한 그간 누려웠던 YTN의 상당한 기득권을 대부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면, 솔직히 언론인의 관점에서, 그냥 대충 크게 사고치지 말고,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주면서, 적당히 언론생활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YTN만이 언론이 아니며, 앞으로 YTN만이 보도채널의 독점을 누려서도 안 된다. 자신의 신념과 철학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언론인과 언론사는 많다. 그들에게 길을 내주라는 것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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