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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두살 난 아이를 잃어버린지도 모르고 11년동안 지냈던 아빠가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이제부턴 아들 손 절대 놓지 않고 함께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11년전 아내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아들을 잃어버렸던 이모(41)씨는 1일 오후 2시 부산 사상경찰서 서장실로 들어서는 아들 이모(13)군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아들을 꼭 안고 한동안 말없이 울기만 했다. 그는 "너무 좋아서 말이 안나온다.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아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옆에 있던 할머니도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손자를 찾은 기쁨에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할머니는 "너를 많이 찾아다녔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이제 아빠하고 할머니하고 함께 살자"며 손자를 안고 흐느꼈다.

이씨와 이씨의 어머니는 잃어버린 줄만 알고 지낸 아들과 손자를 찾아준 경찰관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잘 살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아빠와 할머니를 만난 이군은 곧 이어 장소를 옮겨 생모를 만났다.

이군의 생모는 11년 만에 다시 만난 아들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매만지며 눈물을 흘렸고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아들앞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생모는 "엄마는 네가 아빠하고 잘 있는 줄 알았어. 너한테 너무 큰 아픔을 줘서 미안하다. 이렇게 잘 자란 것을 보니 너무 고맙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이씨 부부는 지난 97년 별거하면서 당시 2살이던 아들을 잃어버렸다. 아빠는 가출한 아내가 아이를 친정으로 데리고 갔을 것이라고 여겼고 엄마는 아빠가 잘 키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들은 지난해 11월 협의이혼과정에서 아들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했고 부산 사상경찰서 실종사건 전담수사팀이 구청과 동사무소, 고아원 등 관련기관 40여곳을 돌아다니며 끈질기게 수사한 끝에 부산의 한 복지원에서 자라고 있는 이군을 발견해 11년만에 상봉이 이뤄졌다.

당시 2살이던 이군은 거리를 돌아다니다 부산 사상경찰서 주례파출소 직원에 발견돼 고아원으로 옮겨져 자라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됐다.

평소 침착하고 말수가 적다는 이군은 부모를 만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을 뿐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이었다.

osh998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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