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대학평의회' 설립 추진



(대전=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 KAIST 교수협의회(회장 김종득)가 총장 등 대학측의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 과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일 KAIST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교협 운영위원회를 열어 대학 규정에만 있을 뿐 실제로는 구성되지 않고 있는 `대학 평의회'의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학교 정책에 대한 교수들의 자문기능 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달 중 전체 교수들을 상대로 대학 평의회의 필요성 등에 대한 설명회 및 공청회를 갖기로 했다.

또 공청회 뒤에는 평의회 설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를 거쳐 대학측에 평의회 설립을 정식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KAIST는 지난 1998년 1월 직제 규정(제4장 22조)에 대학의 제반 정책 및 방향 등에 대해 총장에게 건의, 자문하기 위한 직제로 `대학 평의회'를 두도록 했지만 10여년째 평의회 구성을 미루고 있다.

현재 KAIST에 구성돼 있는 교수협의회는 교수들의 임의기구로 대학평의회와 같은 학칙기구가 아니어서 대학의 정책 결정 등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은 물론 책임도 없다.

KAIST에 대학 평의회가 구성되면 직제 규정에 따라 대학의 중.장기 발전 및 기본 운영에 관한 사항과 학부.학과 등 학사조직의 설치 및 폐지, KAIST와 관련한 법령의 제.개정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하게 된다.

KAIST의 한 교수는 "최근 생명연구원에 대한 통합 제안 등을 비롯해 대학의 중장기 발전 전략과 관련된 정책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교수들조차 외부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학의 정책 결정 과정에 교수들의 다양한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2003년 8월 학칙 개정을 통해 `평의원회'를 대학의 심의, 의결기구로 학칙 기구화하면서 명실상부한 대학내 대의 기구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전의 충남대 등을 비롯해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 등 주요 국립대들도 학칙기구로 평의회(교수회)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KAIST 교수협의회 김종득 회장은 "대학평의회를 설치한다고해서 총장의 권한을 제약하거나 학교발전 정책에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개혁정책을 보다 공고히 하는 것임은 물론 학교의 장기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과 대학측과의 협의 등을 거쳐 오는 9월 이전에는 대학 원규에 규정된 대로 대학 평의회를 발족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AIST 장순흥 부총장은 "대학 평의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학의 발전을 위해 시급한 것인 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며 "교수협의회로부터 정책적 제의가 들어온 만큼 도입 필요성 여부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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