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끼리 '성폭력'..학교는 '가정교육' 탓만
(대구=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대구 A 초등학교에서 '집단 성폭력'이란 충격적인 사건이 표면 위로 떠오른 것은 작년 11월20일께였다.
30일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 사회 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와 A초교에 따르면 당시 이 학교 B교사는 교실에서 학생 몇 명이 변태적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말을 하고 음란 행위를 흉내 내는 것을 본 뒤 음란물을 봤던 사람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B교사는 이 과정에서 남자 상급생이 동성(同性) 하급생에게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얘기를 들었고 상담을 통해 이런 성폭력이 싸움을 잘하는 6학년 아이들의 지휘 아래 고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 같은 달 29일께 학교기획위원회에서 이 사실을 보고했다.
당시 조사를 통해 성폭력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학생은 40여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과 일선 교사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교장 측이 학내 교육을 통해 문제 학생들을 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가해 학생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의견이 많았다.
결국 교장은 이 문제를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내부에서 해결키로 결정, 작년 말까지 가해 학생들의 학부모를 면담하고 학교 방송으로 전교생에게 성교육을 했다.
당시 교장이었던 김모 씨는 "가정 교육과 관련된 문제라서 부모를 만나 자녀를 아동 성폭력전문 기관에서 상담을 받도록 권고했다"며 "교육청에 곧바로 보고를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는 학생 교육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에서 상담을 받을지 여부는 사실 학생 부모의 재량이라 모두 몇 명의 학생들이 상담을 받았는지는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들 중에선 이런 조치가 틀렸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중 1명은 대구 남부교육청에 익명으로 문의를 했지만 '동성(同性)간 성폭력은 학교폭력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교장은 올해 1월 초께 대구시교육청에 '협의 사항' 형식으로 이번 사건을 약식보고 했고 기존의 조치가 적절하다는 답신을 얻은 뒤 계속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그는 이어 2월 말 교육청에 '학생들이 모두 반성하고 있고 문제가 해결됐다'는 내용의 정식 보고를 한 뒤 시내 다른 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교장의 보고와 반대였다.
A초교 학생 10여명은 지난 21일 인근 중학교 교정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 3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언론에 처음으로 이번 사태를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책위는 "A초교 교사들에 따르면 올해 겨울 방학기간에 남학생들이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태에 연루된 학생 수를 공개하기를 거부했지만 작년 11월 학내에서 조사된 인원이 40여명이란 점을 볼 때 지금까지 성폭력의 가해자 및 피해자가 된 학생들은 최소 50명 최대 1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대구 여성의 전화 등 20여 단체가 모인 대책위는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인 지난 22일 출범했고 최근까지 비공개로 활동하다가 일부 언론에 해당 사건이 보도되면서 사안의 공론화를 결심, 30일 대구시교육청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대책위 측은 이날 "학교는 비전문적인 대처로 문제를 악화시켰고 교육청은 정식 보고를 받은 뒤에도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책임자의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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