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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지식 무장 '어떻게든 본다'..학교 대책 全無
`IT 강국 코리아' 환상의 뒷그림자
(대구=연합뉴스) 이덕기.김태균 기자 = 초등학교 학생들이 인터넷과 케이블 TV 등의 음란물을 모방해 자신들끼리 성폭력 행위를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성년자가 쉽게 성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 사회 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 등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A초교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태는 인터넷, 케이블TV 등을 통해 음란물을 접한 남학생들이 그 내용을 모방, 동성(同性) 후배를 성폭행한 것이 시발이었다.
가해 학생들은 통상 맞벌이 부모가 집에 없는 틈을 타 컴퓨터와 케이블TV, IPTV(인터넷 TV) 등을 통해 음란물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하급생들을 위협, 변태적 성행위 등 자신들이 본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데 그치지 않고 하급생들에게도 음란물을 억지로 보게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폭행과 집단 따돌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문에 하급생들은 특별한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죄의식'을 느낄 사이도 없이 상급생들의 변태 행위를 그대로 답습하는 악순환이 빚어진 것.
이에따라 단순한 성인물 수준을 넘어선 하드코어 포르노 성격의 영상물들이 인터넷과 케이블TV, IPTV에서 범람하는 현실을 감안, 음란영상을 제작하는 단계부터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례로 현재 대표적인 하드코어 포르노의 유포 경로는 국내가 아닌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절실한 상황이다.
대책위의 남은주 공동집행위원장(대구여성회 사무국장)은 "성인 사이트에 부모의 주민번호를 입력해 콘텐츠를 보고 거리 등에서 파는 음란물 CD를 사는 사례도 있었다"며 "아이들이 컴퓨터 등 IT(정보기술) 지식이 많다 보니 한번 음란물에 빠지면 어떻게든 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낡은 교육 방식도 음란물 확산에 한 몫을 했다.
음란 행위를 한 학생들을 무작정 훈화하기만 했지 세심한 성교육으로 학생 본인이 음란물의 해로움을 깨닫게 해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A초교에서는 작년 말 가해 학생들을 불러 위인전을 읽는 '독서 교육'을 시키고 부모를 불러 '가정 교육'을 당부했지만 최근 여자 초교생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유명무실'한 조치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책위 측은 30일 기자 회견에서 "보수적인 성 의식과 구태의연한 교육 방식으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성교육을 일반 교사에게만 맡기지 말고 제대로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학교 전체의 성교육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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