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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코메디, 이명박 완승

李측 개혁공천-朴측 원칙공천, 양측 다 밥그릇 챙기기


한 편의 코메디를 잘 구경했으나 그 결말은 너무 씁쓸하다. 예비 여당 한나라당에서 요 몇 달, 특히 요 며칠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을 두고 하는 소리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한나라당 내 이명박 당선자 측 홍위병들은 당을 이명박 당으로 개조하는데 모든 전력을 쏟았다. 이에 대항하여 이명박 당에서 그나마 지분이라도 챙기려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논리는 “당을 당헌당규에 따른 원칙대로 운영하라”였다.

그런데 이명박 측의 4.9총선 공천목표가 당에서 박근혜 색깔을 지우는 것이었고 여기에 가장 좋은 무기가 박근혜 측이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던 이 당헌당규였다. 그리고 그 당규 3조 2항 “부정부패 관련 유죄판결을 받은 자 공천배제”가 그들의 입맛에 맞았다.

이 조항에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원내 죄장이자 그동안 당에서 이명박 측의 새 확산을 막아 온 김무성 최고의원이 걸려든 것이다. 물론 이 조항에 걸려든 사람은 김 최고만이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씨도 있다. 하지만 그 무게가 김 최고와 김현철씨는 비교하기가 어렵다.

결국 이명박 당선자 측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삐걱대더라도 박 전 대표 측의 김 최고를 제거한다면 그보다 더한 수확을 올릴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수확을 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방호 사무총장이 총대를 졌다. 물론 이 총장 뒤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총선 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을 노리고 있다. 청와대 이명박, 당 이재오의 그림이 이명박 당선자 측이 구상하고 있는 당정일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총선에서까지만 박 전 대표의 대중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원내 과반수를 획득하고 그 후 이재오가 당권을 잡는 청와대 이명박, 당 이재오의 그림이 완성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나 강재섭 현 대표는 당연히 소수의 비주류가 되어 정치권 변방으로 물러나야 한다.

이명박, 이재오 양인, 즉 두 李 쌍두마차 모두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주류로 살아 온 경력이 전무하다. 거기다 성격 또한 거침없이 밀어붙이기를 좋아하는 점에서 닮았다. 따라서 이들이 주류가 되었을 때 박근혜, 강재섭 등 소수의 비주류는 당에서건 국회에서건 정부에서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결국 지금의 싸움에 대한 결말을 미리 들여다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양측, 거기다 강재섭까지 포함한 3각 체제는 지금 파열음을 내는 것이다. 박근혜 측은 이미 이렇게 될 것을 감안해도 당내 지분에서 원내 50여석 원외 당협위원장 20여명이면 최소한 당의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권파를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또 강재섭 또한 직계의원 20여명 원외 10여명을 획득하면 당의 일정지분을 가진 계보 수장으로 행세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당선자나 이재오 전 최고위원 측은 이를 극구 방어해야 한다. 당이 일사분란하려면 박 전 대표나 강재섭 현 대표가 당권을 잡을 수도 없어야 하고 소수 비주류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속셈들을 가지고 지금 이들은 한편의 코메디를 연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김무성을 살리고 그 대신 이명박 측의 핵심세력들이 당을 장악하게 하려면 최고위원회의 “벌금형 전력도 공천신청을 받는다”는 중재안이 최선이다. 개혁공천을 한다면서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사법적 처리를 받았던 사람을 공천하자는 쪽이나 당헌당규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쪽 모두 결국 부정부패 관련자 중 자파의 인사들은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지금 싸우는 핵심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2일 국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부정부패 관련자의 공천 신청을 불허하는 당규 3조2항의 경우 금고형 이상 전력자에만 해당한다는 적용 기준을 의결했다. 이로써 김무성 최고위원은 공천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날 회의 참석자는 안 원내대표와 정형근, 전재희, 한영 최고위원, 이한구 정책위의장 등 5명으로, 이들은 만장일치로 과반인 의결 정족수를 채웠다. 그런데 나흘째 당무를 거부중인 강재섭 대표와 갈등의 당사자인 김무성 최고위원, 그리고 김학원, 정몽준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강 대표가 사퇴를 요구해온 이방호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안 원내대표는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서 논란 기준을 정한만큼 신청자격 기준에 대한 논란은 정리됐다"고 선언하고, "당규 9조에 부적격 후보 기준으로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중인자라는 규정을 3조2항에 적용시킨 것인 만큼 개혁의지의 후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당규 9조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중인 자 등을 공천신청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탄력적으로 해석하면 벌금형 전력자는 공천신청 부적격자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가 사실상 이 같은 타협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이제 박 전 대표 측과 강 대표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또 당무를 거부하고 자택에서 칩거 중인 강 대표를 이방호 사무총장이 찾아가서 사과를 했으므로 강 대표가 당무에 복귀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그리고 이를 양 측이 수용할 경우, 당내 갈등은 급속히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김무성 살리기의 게리멘더링이 완성되면서 곧 터질 것 같았던 한나라당 풍선이 터지지 않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 측 반응으로 보면 이 같은 그들의 싸움이 얼마나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의원은 “당장 이를 받아들인다고 말할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벌금 전력자도 공천 신청을 하도록 한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참모도 “사실 가장 큰 숙제였던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 신청 문제가 풀린 만큼 한고비는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아직 이방호 총장의 사퇴요구를 거둬들인 것은 아니지만 이 총장과 강 대표가 사태를 봉합하면 이들로서는 더 어떤 요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비록 탈당카드를 쥐고 단체행동 운운하면서 이 당선자 측을 압박하지만 당선자 측이 받지 않으면 이들로서는 탈당 이외에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탈당하면 죽음이란 두려움 속에 있으므로 누구도 탈당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 당선자 측은 이를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심위원 수 6-2라는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이 당선자 측이 공천심사에서 김 최고를 비롯한 박측의 껄끄러운 사람들을 배제해도 이제 그들로서 무소속 출마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이용할 것이다.

또 지금까지 총선 결과로 보면 유력정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살아 남은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것도 당권파들이 가진 무기다. 이런데도 박 측은 "진정성을 믿는다"는 말로 수용할 것이며 한편의 코메디는 이렇게 막을 내릴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명박, 이재오 당이 되어갈 것이다. 여기서 작은 이삭을 주운 박근혜는 정치권 변방으로 밀려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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