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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대죄해야 마땅하지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일부 기독교 신자 `응원'…`달걀 투척' 해프닝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홍정규 기자 =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지난 7월 선교봉사 활동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현지 무장세력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유경식(55)씨 등 19명은 2일 새벽 고국 땅을 밟으며 국민과 정부에게 사죄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유씨 등은 이날 오전 6시35분께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입국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랑을 나누기 위해 갔는데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고 정부에 큰 부담을 줘 대단히 죄송하다.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 모두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돌아오지 못한 존경하는 배형규 목사님과 사랑하는 심성민씨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석고대죄해야 마땅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40여일을 지냈고 배 목사와 심씨가 무참히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안정을 취한 뒤 국민께 모든 것을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석방자들의 입국 절차는 기자들의 열띤 취재경쟁과 달리 슬픈 분위기 속에서 조용하게 진행됐다.
이들은 비행기 연결통로를 빠져나온 뒤 입국수속을 밟는 자리에서나 입국장으로나온 자리에서 줄곧 고개를 떨군 채 이따금씩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었다.
여성들은 손질하지 못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야윈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으며 남성들은 오랫동안 면도를 하지 못해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인솔자가 전하는 당부사항에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오랜 피랍 생활로 받은 충격을 서로 위로하려는 듯 2명씩 짝지어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입국장의 기자회견장 주변에서는 이들의 입국과 관련해 극단적인 두 반응이 교차했다.
몇몇 기독교 신자들은 성경 구절이 적힌 푯말을 들고 나와 이들이 입국장에 들어서는 순간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면서 "형제자매들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고개숙이지 말라"며 `응원'을 보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정홍자(64.여)씨는 "고생 많이 했다. 아들ㆍ딸 같은 석방자들의 초췌한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한 남성은 이들을 향해 계란을 투척하려다 실패하고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공항에 있던 시민 박모(49)씨는 "무사히 돌아온 것은 다행이지만 고생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들을 마중나온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인 차성민(30)씨는 "23명이 다 돌아온 것이 아니라 가슴이 아프다. 21명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하며 공항을 빠져 나갔다.
이날 귀국한 석방자 19명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그대로 읽는 것으로 간단히 기자회견을 마친 뒤 병원으로 향했다.
가족모임 측은 "이들이 40일 이상 긴 억류 생활로 인한 긴장과 2명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평정심을 회복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언론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또다시 피랍 당시 심리적 충격을 재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며 안정을 찾은 뒤 정식 인터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firstcircle@yna.co.kr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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