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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개신교 탈레반에 선교전쟁 패배

탈레반 ‘계속 납치할 것’ vs 개신교계 ‘계속 선교할 것’


2007년 8월 28일, 협상 90분 만에 대한민국 정부와 테러집단 탈레반, 인질 석방 전격합의! 지루했던 41일 동안의 아프간 피랍 사건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후폭풍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처음 인질 석방 합의가 알려지자 언론은 ‘협상성공’을 보도하며 ‘우리 외교력의 개가’ ‘해외에서도 우리 정부의 외교력을 놀랍다고 평가’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곧 이번 인질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책임소재 논란, 몸값 지불 의혹 등이 일어나면서 ‘성공’이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논란의 시작, 개신교의 '선교전쟁'

한편,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팽배해 있던 국내 개신교계에 대한 비판 여론은 언론에 의해 정식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개신교계를 맹비난했던 이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 마찰을 빚었던 개신교계의 극단적, 교조적 사고방식이 바뀌기를 바랐다.

이에 개신교계 또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인질석방이 결정된 후인 8월 30일 개신교계는 향후 해외선교대책과 정부에 대한 제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탈레반과 선교 중지를 합의한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앞으로도 위험지역에 계속 선교활동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비판 여론은 곧 분노로 변했다. 책임 추궁과 구상권 청구 등의 여론도 비등해졌다.

하지만 개신교계는 이런 여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번 의료 봉사팀의 순수한 정신을 기리면서 사랑의 봉사정신을 가지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을 바란다”면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세계연합봉사기구’를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샘물교회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라 우리 정부가 깊숙이 나섰지만 선교사 위기관리기구를 확대강화하면 피랍 사태가 재발돼도 정부가 나서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위기관리 지침에는 선교사가 피랍됐을 때 몸값을 지불한다는 지침이 있다”고 말했다.

선교인가 제국주의인가?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언론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주요 커뮤니티와 포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정부의 외교력 낭비, 국민들에게 준 불안과 스트레스에도 불구, 반성은커녕 이런 행동을 계속 하겠다는 무책임과 오만함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리고 이런 비판의 기저에는 국내 개신교계의 독선과 아집, 무지를 경험한 사람들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60~80년대 국내에서 그 세를 크게 확장한 국내 개신교계는 최근 들어 해외선교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해외선교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여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개신교의 현실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신교를 믿지 않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지 않다. 개신교가 싫어 절이나 성당에 간다는 사람도 꽤 있다. 이들에게 개신교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거의 비슷한 대답을 한다. 바로 독선과 아집, 오만함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지하철이나 고속버스터미널, 역사 등을 배회하는 사람들은 물론 선교활동을 펼치며 타 종교 신자 등과 잦은 마찰을 벌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거의 정해져 있다. 이들은 ‘예수를 믿는 것이 곧 회개요, 회개하면 모든 죄가 다 사라지지만 예수를 믿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지옥에 떨어져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는 극단적인 흑백 논리를 편다.

이에 대해 ‘그럼 한국에 개신교가 전래되기 전에 돌아가신 우리 증조부님께서도 모두 지옥 가셨다는 거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모두 지옥 갔다’고 대답한다. 지나친 흑백논리라고 지적하면 ‘사탄아, 물러가라’며 길길이 화를 낸다. 문제는 이런 식의 사고방식과 논리강요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것. 그럼에도 이들은 그게 왜 문제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들은 성경은 읽지 않아도 교회에 나가 목사의 말을 따르면 천국에 간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삶보다 천국에 가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이 모두 교회에 나가지 않아서라고 해석한다. 목사의 말에 반대하거나 그 논리를 반박해도 ‘사탄’으로 매도한다. 심한 사람은 ‘신정일치 국가’를 꿈꾸기도 한다.

목사들 또한 상당수가 신과 성경의 권위에 기대 세속적 명예와 권력을 가지고, 면세 등 다양한 특권을 누린다. 예수의 가르침과는 달리, 세속적 기복신앙을 전파하기도 한다. 이런 개신교계의 행태를 찬찬히 살펴보면 면죄부나 팔던 종교개혁 이전의 가톨릭과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개신교, 선교전쟁에서 탈레반에 판정패

더 큰 문제는 이런 광신적 개신교인들이 해외선교의 ‘전사’로도 활동한다는 점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서구 열강은 다른 나라를 점령할 때 반드시 성직자를 대동했다. 이들의 논리는 ‘신이 자신의 형상을 본떠 만든 백인들에게 세상에 빛을 밝힐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제국주의의 확산과 미개발국 착취, 점령을 합리화하는 논리가 됐다.

이와 유사한 논리로 무장한 한국인 ‘전사’들이 ‘세상의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을 모두 개신교인으로 개종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무장한 채 해외선교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개신교 선교사 해외 파견 국가가 됐다. 이런 행태는 지난 20년 동안 사우디 왕실 등의 도움으로 해외선교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슬람 근본주의와의 충돌을 가져왔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한국 개신교계와 가장 흡사한 논리를 가진 종교집단이 바로 탈레반이라는 점이다. 탈레반은 과거 아프간을 점령했을 때 항상 코란을 운운하면서도 실제 코란이나 다른 율법이 정한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프간 사람들을 탄압하고 통제하면서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코란이라는 식으로 행동했다. 그러나 아프간 사람들은 이들의 말이 코란과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선교에 대한 생각도 국내 개신교계와 흡사하다. 세상 모두가 ‘신’을 믿어야 하며 사회가 이렇게 혼탁한 것은 모두 ‘정치’ 때문이므로 국가와 사회를 ‘신’이 직접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신’을 대리하는 게 바로 종교 지도자들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탈레반이 국제 사회의 논리를 잘 아는, 노련한 정치세력이며 선교를 위해서는 ‘총’도 사용한다는 점이다.

승리한 탈레반, “앞으로도 계속 납치할 것” “한국군은 우리의 형제”

이런 근본주의 세력 간의 다툼에 휘말린 정부는 해서는 안 될 일까지 해 버렸다. 바로 정부가 테러집단과 직접 협상한 전례를 남긴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곧 ISAF에 참여한 서방 각국의 비난을 샀다.

지난 31일 맥심 버니어 캐나다 외무장관은 ‘테러단체와의 협상은 또 다른 테러를 낳는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했고 독일 녹색당 국방담당 대변인도 ‘한국이 탈레반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줬다’며 비난했다. 아프간 정부도 철군을 발표한 한국의 협상 결과를 비난했음은 말할 나위 없다.

협상에서 뒷거래가 있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알 자지라 방송은 30일 아프간 현지에서는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게 2천만 파운드(한화 378억 원)을 지불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고 일본 아사히신문은 아프간 관료의 말을 인용, 200만 달러(한화 18억 원)가 지불됐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인질들의 몸값을 지불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아프간 피랍 인질과 가족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고 샘물교회 측이 이를 지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곧 구상권 청구 범위가 인질들의 항공료, 입원비 등에 한정된다고 보도됐다.

여기다 개신교계가 ‘이번 사건이 이슬람 국가에 선교활동을 나간 4천여 명의 선교사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선교활동을 하겠다. 잡히면 교회가 나서 몸값도 지불할 것’이라고 밝히자 국민들의 여론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한편 탈레반은 지난 28일 석방협상이 타결된 후 “한국군은 우리의 형제” “이번 납치는 성공적” “앞으로도 계속 외국인을 납치할 것”이라고 밝혀 우리 국민들은 물론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싸우고 있는 ISAF에 참여한 국가들을 당혹케 했다. 재외 한국인들도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앞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테러단체의 납치가 성행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아프간 피랍 사건의 교훈

이번 사건은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에 대한 탈레반의 판정승이라고 할 수 있다. 탈레반은 한국인 납치 과정을 통해 얻은 경험과 이익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외국인 납치 또한 더 많이 자행할 것이다. 알 카에다도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한국인 납치를 자행할지 모른다. 분쟁지역이 아니라 하더라도 ‘네오 알 카에다’에 의해 서방 국가에서 납치될 수도 있다. 다른 분쟁지역의 무장단체들 또한 외국인 납치를 자행하며 ‘한국과 탈레반의 선례를 따르라’고 요구할 수 있다. 실전경험이 전무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계속 수동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방 국가들은 테러단체와 협상한 한국 정부를 ‘자업자득’이라며 외면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외교능력, 정보능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외교와 정보능력의 중요성은 이번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외신의 보도를 들으며 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정부가 늘 자랑하는 ‘세계 10대 경제강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현재 여성부보다 작은 예산으로 전 세계 200여 개 국와 외교활동을 하는 외교통상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국가정보원 또한 해외정보역량 확충과 함께 다양한 국제적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조직의 인사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위험지역에서 활동하는 인원, 단체에 대한 보안요건을 강화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강제로 출국할 수 없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종교단체들이 봉사활동을 가장해 단기간 선교에 나서는 것에 대해 엄격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 참고로 영국이나 미국은 세계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인이나 NGO 단체들이 위험지역에 출입하려 할 경우 자체적으로 국제보안회사 등과 계약해 활동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해외건설, 무역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므로 이와 유사한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셋째 언론은 해외여행지역에 대한 세부 정보를 보도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1980년대 자국민 납치가 빈번했던 일본은 이 같은 납치 사건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NHK를 통해 해외지역정보를 방송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요 뉴스와 비슷한 시간에 방영돼 해외여행을 즐기는 일본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는 찾는 사람도 드물다. 정부가 자랑하는 영사 콜 센터 전화번호를 외우는 경우도 거의 없다. 차라리 사람들이 자주 보는 TV 뉴스 시간대에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도하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같은 대응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의 원인인 개신교계가 ‘제국주의적 선교활동’ ‘관광선교활동’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의 모범이 되는 생활과 이타적 봉사활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꾸준히 감동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교라는 것을 개신교계가 뼈저리게 느껴야 이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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