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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비행기 오르며 기쁨과 초조함 교차하는 표정

51일만에 인천공항 도착하자 비로소 안도하는 기색



(두바이-인천 대한항공 기내=연합뉴스) 김영묵 기자 = 51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머나먼 여정'.

지난 7월 아프가니스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탈레반 반군세력에 납치돼 42일간의 억류생활 끝에 생환한 인질 19명.

`악몽의 땅' 아프가니스탄을 유엔기를 타고 벗어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호텔에서 하루밤을 지낸 석방 인질들은 지난 1일 오후 4시30분 두바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KE952편에 올랐다. 가족과 상봉한다는 기쁨과 오랜 억류생활에 지치고 긴장된 마음이 교차하는 듯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대형기종인 보잉 747-400의 2층 비즈니스석 구역에 자리를 잡자 19명은 안도감에 긴장을 풀었지만 그것도 잠시.

화물 탑재가 늦어지면서 탑승한 여객기의 이륙이 예정보다 1시간 가량 지연되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왜 이리도 험난한가' 하는 무거운 마음에 초조한 기색을 노출했다.

19명 중 일부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던' 고국의 소식, 그리고 자신들의 석방과 귀환에 대한 뉴스가 궁금한 듯 신문을 찾기도 했지만 대부분 침묵 속에 가족과의 상봉 순간을 머리 속에 그렸다.

총 24석이 마련된 여객기 2층 비즈니스석 구역에는 19명의 석방 인질 이외에 정부 협상단 관계자 4명이 동승해 취재진과 일반 승객의 출입을 통제, 이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

여객기가 이륙하고 약 30분이 지난 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9명 모두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고, 심적 안정이 중요하니 인터뷰는 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 동승한 취재진에게 약 5분간의 사진 촬영만 허용했다.

일부는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하고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기내 담요로 얼굴을 가린 채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피했다. 꼿꼿이 앉아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이들도 있었고 가벼운 미소를 띤 채 창 밖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탈레반에 납치됐던 42일간의 기억으로 제각기 그 만큼 만감이 교차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륙 후 약 1시간이 지난 뒤 한식으로는 비빔밥, 양식으로는 쇠고기 또는 닭고기 요리로 저녁식사가 제공됐다. 19명 대부분 한식이 그리웠던 듯 비빔밥을 선택했고 양호하게 식사를 마쳤다고 여객기 승무원이 전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석방인질 19명 대부분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가벼운 죽으로 아침식사를 마칠 즈음 "우리 비행기는 곧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됩니다"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출국 후 51일 만이었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나기게 느껴진 여정이었을 것이다.

승객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속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인질들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머나먼 여정 끝에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이었다.

econ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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