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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경선, 사즉생 투쟁, 파국의 위험까지?

이명박 측 이재오 최고, "중대 결단 내릴 수 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자 이명박 캠프 실질적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16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상태로 가면 중대결단을 내리겠다. 이 결단은 캠프 차원의 결단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 발언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李-朴 양측은 이미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국면이다. 경선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금년 1월부터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이명박 대세론’이란 말을 세간에 돌게 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경선 사흘이 남은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그러나 경선이 시작된 뒤 이 전 시장을 추격하기 시작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추격세가 막판 급피치를 올리며 이 전 시장을 거의 따라잡은 형국에서 터져 나온 이 전 시장의 각종 의혹들은 이 전 시장 측을 안심할 수 없도록 하는 메가톤급이었다.

우선 “다른 사람 앞으로 숨겨둔 내 땅은 한 평도 없다”며 그동안 제기된 각종 차명의혹을 부인한 이 전 시장에게는 치명적이라 할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은 15일 발표된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로 국민 60.2%가 이 땅이 이 전 시장의 땅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전 시장은 “도곡동 땅도 DNA 검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애둘러 자기의 땅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그 후 나오는 각종 해명이나 검찰의 언급으로 봐서 이제 더 이상 해명자체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어제(15일) 김유찬 발 거짓말 바람은 다시 권영욱 발 태풍이 되어 이 전 시장 측을 덮쳤다.

이 전 시장의 비서를 지내다 1996년 서울 종로 선거에서 핵심 운동원으로 일했던 김유찬 씨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선거법 위반 의혹을 덮기 위해 자신을 해외로 도피시키며 자금을 지원했다는 폭로를 했으나 검찰은 그의 폭로가 거짓이라며 구속했다.

이 때문에 이 전 시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해명하는데 김유찬의 구속을 그 이유로 드는 등 매우 유효적절하게 이 사건을 이용했다.

그런데 경향신문이 15일자에서 김유찬의 증언이 사실이며 김유찬과의 대질에서 자신의 거짓말이 승리했다고 말한 권영옥씨의 녹취록을 입수 보도함으로 이 사건은 매우 큰 파장을 불러 온 것이다.

권영옥씨는 1996년 이명박씨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서울 종로 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당시 이 후보의 자금관리를 맡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이 당시 조직국장을 지낸 주종탁씨를 시켜 김유찬씨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김유찬씨는 돈을 전달한 사람을 이광철씨로 착각, 잘못 진술함으로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이것이 사건의 핵심이며 권영옥씨가 술자리에서 이런 사실들을 승전보처럼 까발린 말이 이제 태풍의 핵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있다. 2001년 이명박 전 시장과 동업으로 사이버증권회사 ‘LKe뱅크’ 를 설립했으며 투자자문회사 ‘BBK’대표를 지내다 거액의 금융사고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 현재 LA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경준씨가 ‘자신과 관련된 모든 금융사고는 이명박 전 시장도 관련이 있으며 자신은 이 전 시장의 수하였다’는 인터뷰를 한겨레21이 보도했다.

결국 이 같은 메가톤급 의혹들이 한나라당 경선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터지며 경선판을 뒤흔들고 있는 와중에 이재오 최고위원의 ‘중대결심’발언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나라당 경선 시황은 정말 안개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5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와 시뮬레이션에서 아직은 4~5%차이로 미세한 우세를 지속하고 잇기는 하지만 현재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검찰과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캠프의 충돌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검찰은 검찰대로 한나라당이 검찰총장까지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지 매우 격앙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켐프 측이 계속 검찰을 압박하면 검찰이 수사 중에 찾아낸 정보들을 모두 밝히겠다는 경고 메세지까지 나온 상황이라 더 그렇다.

여기서 만약 검찰이 확증적인 증거능력으로 판단하지 못해 발표를 미뤘으나 사실상 이명박 전 시장의 땅으로 볼 수 있다는 심증적 증거들을 밝히게 되면 이는 이 전 시장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의 전개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만약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되면 한나라당은 대선에서의 필패는 물론 실질적으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논리로 이 전 시장의 후보사퇴를 주장하며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라도 경선을 미뤄야 한다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나온 이재오 최고위원의 ‘캠프 차원의 중대결심’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중대결심이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 추측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최고위원은 남민전 출신으로 진보정당인 민중당을 창당했던 핵심멤버였다. 즉 그는 운동권 본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최고위원이 운동권 본류이던 시절 운동권은 386운동권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사즉생’과 ‘생즉사’에 대해 동물적 감각이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최고위원이 느끼는 절박감과 위기감은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되기는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는 위기감이다.
사실상 검찰이나 여권의 공세는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 뒤에는 말 그대로 공세일 뿐이다. 국민지지도 50%가 넘는 ‘실질 집권당’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자리가 주는 파괴력은 임기 6개월을 남긴 정부의 대통령을 능가한다.

따라서 어떤 의혹이 터지더라도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야당 죽이기’라는 공세로 이를 돌파할 수 있으나 현재 예비후보로서 당내 경선에서는 이를 활용할 수 없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를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명박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까지 일로 매진해 왔다.

그런데 경선 막판에 터져 나오는 현재의 상황은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되는데 마지막 걸림돌이다. 이를 치워버려야 하는 그로서는 “치울 수 없으면 함께 죽겠다”는 사즉생의 카드를 빼들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의 중대결심이란 그래서 ‘만약 경선연기 움직임이 있거나 현재까지 이 전 시장 측에 우호적이었던 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달라질 기미라도 보이면 당 자체를 깨버릴 수도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 거의 60~70%를 장악했다고 자신하는 그로서는 충분히 노릴 수 있는 노림수다.

이는 무서운 협박이다. 그의 이 협박에 박근혜 전 대표 측이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굴복하면 이명박 전 시장은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박 전 대표 측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도 ‘사즉생’으로 달려든다면 양 측은 사흘 동안 무서운 기세싸움을 할 것이다. 이 기세싸움이 끝내 충돌하면 당은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깨질 수 있다. 하지만 또 물러나는 쪽은 죽을 수도 있다. 이제 한나라당 경선일은 사흘 남았다. 그리고 이 사흘 동안 한나라당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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