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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요? 포기하세요"

항공사 해외노선 확장정책 '제주대란' 초래.."제주보다 중국(?)"

올해 차장으로 승진한 A씨는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기념여행을 가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맞벌이 하는 아내와 6월 중 어렵게 휴가를 맞췄지만 제주행 항공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아이들을 포함해 식구들이 주말여행을 할 수 있는 행선지로는 제주보다 중국이 더 나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양대항공사의 5월 제주노선 예약율은 각각 95%, 92%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평일 낮시간대까지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주말에 탈 수 있는 제주행 항공편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야말로 제주행 항공권 구하기가 '대란' 수준에 이른 셈이다.

항공권 구하기가 어려워진 이유는 양대항공사의 항공기 노선분배 정책과 관련이 있다. 주 5일제 확대실시와 여가문화확산으로 제주행 여행객들은 늘어나는데 비해 항공사들의 노선정책은 해외선 확대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간 항공자유화협정(오픈스카이)이 최근에 체결된 중국과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항공사들은 국내선 비행기까지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사로서는 국내선 탑승률이 높아지고 해외선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승객의 편의와는 관계없이 장사가 잘 되는 방향으로만 가는 셈이다.

이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5월을 기준으로 연도별 탑승실적은 △2004년 77%, △2005년 86%, △2006년 95%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올해 5월 탑승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현재 예약상황이 92%에 달하기 때문에 실제 탑승률은 100%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제3 민항사인 제주항공이 저가항공사를 표방하고 본격적인 운항에 나서 이 수요를 거두고 있지만 실제 증가폭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제주로 오가는 여객기는 편도로 쳐서 42편에 이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74인승 여객기 4대로 쉴새없이 오가는 것이다. 탑승률도 3월 73%에서 4월 90%, 5월에는 91%를 넘어섰다. 좌석수에 한계가 있고, 최근 경미한 사고를 일으켜 안전성 역시 미덥지 못하다는게 승객들의 평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가 문화가 전국민으로 확산되면서 제주행 단체관광객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가는 초·중·고교가 늘어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성수기에 항공권을 구하는게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옌타이나 칭다오를 향하는 노선의 단체항공권 가격을 제주행보다 낮은 20만원 책정해 가족 여행객과 단체 골프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건설교통부는 15일 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관계자와 함께 회의를 통해 양대항공사가 제주노선에 각각 202편(4만6100석)과 123편(2만1303석)의 임시편을 투입하게 했다.

정부는 또 항공편 분산을 위해 국내선 정기편에 대해서만 70% 감면하고 있는 인천공항 착륙료를 임시편에 대해서도 50% 이상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운항중인 여객기가 국제선에 투입돼 좌석난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는 항공사들의 사업계획 변경인가를 제주노선 좌석공급 문제와 연계해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준식기자 win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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