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엽서 63 주광일 나이 여든셋이 되고 나니, 예전에 없었던 자괴심이 생겼습니다. 나라나 사회에 기여할 것이 없어져 버린 처지가 되어서, 나의 존재가 부담만 되는 것 같은 겁니다. 하기야 내가 할배가 되고만 것이 내 잘못일 수는 없습니다만, 요즘 나는 점점 사는 게 미안하고 잘못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습니다. 나는 오늘 오후 애국집회를 마치고 애국시민들 틈에 끼어 행진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오늘은 모멸의 하루가 되지 않았습니다. 2026.1.31. □ 주광일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했다. 197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했다. 검사로 있으면서 면도날이라고 불릴 만큼 일처리가 매섭고 깔끔하며 잔일까지도 직접 챙겨 부하검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10.26 사건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돼 김재규 수사를 맡았으나 "개혁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대복귀되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
인싸잇=박제연 |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한 사설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보스 연설에서 미국의 금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왜 높은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미국의 경제는 강하고, 디폴트 위험은 낮은데 이상하다”고 답한 것에 동의하는 취지의 글이 실렸다. 사실 금리라는 것이 그렇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혹은 국가가 약하면 약할수록, 망할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이자를 많이 내야 한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돈을 빌려주는 상대방이 망할까봐, 혹은 도망갈까봐에 대한 위험 부담의 가격이 이자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망할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이는데, 금리만 높은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앞선 사설의 필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을 지낸 데이빗 말패스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글인 것도 사실이다. 해당 사설의 나머지 부분을 읽어보니 그 이유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는데 미국의 금리가 높은 이유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현재
인싸잇=강원준 기자 | 대한민국 청년 노동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매섭다. 단순 일자리 부족을 넘어, “한번 밀려나면 영영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구조적 공포가 청년들을 짓누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9일 발행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현 청년층(15~29세)의 고용 여건에 관해 “고용률 등 거시통계로 판단하면 이전 세대보다 대체로 개선됐지만,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구직 기간이 장기화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최근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배경으로 기업의 경력직 선호 강화, 수시 채용 확대, 경기 둔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를 지목했다. 신입 채용의 문이 좁아지고 채용 시점도 불규칙해지면서 경력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목해 볼 점은 이 같은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이 단기적인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는 문제다. 한국은행은 경력 형성 초기의 장기 미취업이 숙련 기회를 잃게 만들고 인적 자본 축적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그 결과 생애 전반에 걸쳐 고용 안정성이 둔화하고
인싸잇=심규진 | 지난 3일 펜앤마이크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공정이 실시한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지금까지 한국 정치권과 올드 미디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여론조사 상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국민의힘 39.7%, 더불어민주당 39.6%로 사실상 오차범위 내 접전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시기 갤럽이나 NBS 등 면접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가 벌어졌던 결과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표본 오차나 우연이 아니다. 핵심은 질문 설계다. 기존 여론조사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라는 추상적 태도를 물어왔다. 반면 이번 조사는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지라는 감정이 아니라, 실제 투표라는 행동을 전제로 한 것이다. 같은 유권자라도 질문이 달라지면 답은 달라진다. 그리고 이 간극이 바로, 올드 미디어가 반복적으로 놓쳐온 지점이다. 세부 수치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민주당 37.9%, 국민의힘 38.3%로 박빙이었고, 경기·인천은 40.2% 대 42.0%로 국민의힘이 오히려 앞섰다. 대전·
인싸잇=심규진 |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론조사 수치가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소비된다. 갤럽이 얼마, NBS가 얼마인지가 하루가 멀다 인용되고, 정치권은 그 숫자에 일희일비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잘 던져지지 않는다. 그 숫자가 실제 투표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는 문제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통용되는 여론조사의 대부분은 ‘의견 조사’에 가깝다. 지지 여부, 호감과 비호감, 선호 정당을 묻는다. 이는 유권자의 태도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행동을 예측하는 데는 결정적으로 부족하다. 선거는 감정이 아니라 행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문장 설계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쉽다. 그러나 “실제로 투표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 선거에서 실제로 투표했습니까” “불만이 있어도 결국 투표하실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다르다. 전자는 생각을 묻고, 후자는 선택의 비용을 묻는다. 정치가 알아야 할 것은 후자다. 특히 보수 정당이 반복적으로 놓치는 지점은 기존 지지층의 행동 강도 변화다. 여론조사 수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노선 이탈이나 중도 이동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상당수 경우는 ‘찍을 생각은 있으나 적극적이
겨울엽서 62 주광일 몇년째 못 가본 동해바다가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절벽처럼 다가오는 수평선을 가슴에 담고 찬바람 부는 모래밭을 가고 오며, 나이 여든셋 되어 생긴 가벼운 어지럼증을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겨울 갯바람 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넓은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내가 아직은 살아서 잘 버티고있다는 생각이 내 작은 가슴을 가득히 채워줄 것 같습니다. 2026.1.31 □ 주광일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했다. 197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했다. 검사로 있으면서 면도날이라고 불릴 만큼 일처리가 매섭고 깔끔하며 잔일까지도 직접 챙겨 부하검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10.26 사건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돼 김재규 수사를 맡았으나 "개혁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대복귀되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 인천지방법원 집달관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처리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차장검사로 있던 1989년 9월 18일부
인싸잇=심규진 | 유럽 전역의 농민 시위는 더 이상 보조금이나 가격을 둘러싼 산업 갈등이 아니다. 2023년 말부터 누적된 분노는 2026년 초 EU–메르코수르 FTA 타결을 계기로 폭발했고, 그 에너지는 곧바로 신우파(New Right)의 정치적 동력으로 흡수됐다. 한때 좌파적 보호주의의 전형적 수혜자였던 농민들이, 이제는 반(反)엘리트·반(反)규제·자국민 우선의 언어를 가장 선명하게 밀어붙이는 전위로 변모한 것이다. 전환의 핵심은 프레임이다. 브뤼셀의 환경 관료는 ‘현장을 모르는 기후 엘리트’로, 농민은 ‘진짜 국민’으로 재정의됐다. 그린 딜과 Farm to Fork는 도덕의 언어를 입었지만, 현장에서는 경유·비료·질소 규제와 휴경 의무라는 생존 비용으로 돌아왔다. 목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속도와 방식이 무시된 정책은 곧 ‘그린래시(Greenlash)’를 낳았고, 이 반작용은 규제 철폐를 외치는 신우파의 메시지와 정확히 맞물렸다. 자유무역 역시 결정적 기폭제였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입과 남미산 농축산물 개방은 농민들의 체감 공정성을 무너뜨렸다. “우리는 엄격한 기준을 지키느라 비싸졌는데, 규제가 느슨한 수입품은 무관세로 들어온다”는 인식은 자유무역의
인싸잇=강용석 |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단독 방미길에 오른 김민석 국무총리는 다음날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 중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을 들었다고 한다. 사실 전날 첫 일정인 미 연방 하원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일부 의원이 쿠팡 사태에 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꼬집었고, 이에 김 총리는 “쿠팡을 (미국 기업이라고) 전혀 차별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쿠팡의 대규모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쿠팡 털기에 여념 없었던 여권은 김 총리의 방미 이후 어째선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채널A>의 「[단독]민주당, ‘쿠팡TF’ 출범 보류 가닥」제하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이 내달 출범하기로 했던 ‘쿠팡 바로잡기 태스크포스(TF)’로 잠정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미국 부통령이 한국 정치권의 ‘자국 기업 때리기’에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낸 만큼, 굳이 더 이상의 자극이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쿠팡 사태에 개입하게 된 계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쿠팡이 막대한 돈
인싸잇=심규진 | 정치에서 호칭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인식의 문제다. 누구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그 인물을 어떤 권력 위계에 놓고 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최근 김어준이 방송에서 대통령 배우자를 ‘김혜경 여사’가 아니라 ‘김혜경 씨’라고 호칭한 장면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여권 내부 인사가, 그것도 오랜 시간 정치적 공생 관계에 있었던 인물이 공개 석상에서 ‘여사’라는 최소한의 정치적 호칭조차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확한 신호다. 이는 이재명을 대통령 권력의 중심으로 온전히 인정하지 않겠다는, 혹은 더 이상 그 권위를 전제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현재 여권 내부의 갈등은 단순한 당권 다툼이 아니다. 이는 한국 좌파 정치가 어떤 통치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적 충돌이다. 이재명이 지향하는 권력 모델은 노무현·문재인 시기의 상징 정치나 도덕 서사 중심의 좌파 전통과 다르다. 오히려 푸틴이나 에르도안식 통치 모델에 가까운, 강력한 행정력과 제도 장악을 통해 권력을 고착화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정치의 핵심은 팬덤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보위 그룹의 존재다. 강성 좌파 외곽 조직으로 분류돼 온 운동권 계보, 이른바
인싸잇=유용욱 주필 |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는 지금 구조적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시청률은 붕괴됐고, 수신료의 정당성은 더 이상 국민적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 KBS는 이미 ‘필수 미디어’의 지위를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내부에서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시스템은 콘텐츠 혁신이나 디지털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내부 갈등이다. 최근 법원이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이뤄진 이사 임명에 대해 무효 판단을 내리면서, 현 경영진의 정당성은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법적·제도적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지만, 공영방송 경영의 안정성과 조직 신뢰가 훼손됐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 사안을 계기로 KBS 내부에서는 또다시 경영 정상화나 미래 전략 논의보다 정치적 투쟁이 전면에 등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곧바로 ‘투쟁의 명분’으로 소비됐고, 공영방송의 미래를 묻는 질문은 다시 사라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에서는 공영방송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논의가 비교적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국 정부와 BBC, 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은 2030년대 중반을 전후한 지상파 송출 축소·중단 가능성을 공론화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