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인기 아나운서들의 잇다른 프리랜서 선언으로 방송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10월 KBS의 인기 아나운서인 강수정, 김병찬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선언을 한데 이어 MBC의 인기 아나운서인 김성주 아나운서가 지난달 28일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MBC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성주 아나운서는 지난 2000년 입사이후 '생방송 화제집중', '사과나무'등에서 재치있는 언변과 진행솜씨를 보였고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을 중계로 MBC의 월드컵 시청률 1위를 지켜낸 장본인이다. 또 '황금어장', '일요일 일요일밤에-경제야 놀자편'등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연예인 못지않은 입담과 다양한 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리 선언을 한 김성주 아나운서의 새 보금자리는 유재석, 노홍철, 강수정등이 소속되어 있는 국내 최대 MC기획사인 DY엔터테인먼트(대표 신동엽, 심우택)와 강호동등이 소속된 팬텀엔터테인먼트(대표 조수봉)가 유력해지고 있다.
이번 김성주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으로 MBC측은 현재 김성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일요일 일요일밤에'와 MBC FM-4U '김성주의 굿모닝 FM', '불만제로'등의 프로그램에서 오는 4월 개편을 맞아 진행자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예능, 오락프로그램들이 몇몇 인기 개그맨이나 스타아나운서들 위주로 제작되는 관행은 제2의 김성주, 강수정을 얼마든지 만들어낼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타 아나운서 이탈은 아나운서 직종 자체의 위기
아나운서란 라디오 ·텔레비전방송국에 속하여 뉴스 등을 고지 전달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사람 또는 그 직업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아나운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방송프로그램과 매체의 다변화로 인해 방송국 직원으로서의 아나운서가 탤런트나 다른 분야로 옮아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국내 아나운서 제도는 방송사가 아나운서를 공개모집해 채용한뒤 자체 트레이닝을 거쳐 자사 아나운서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케이블, 인터넷, IPTV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일부 끼와 재능을 가진 아나운서들이 아나운서를 탈피해 방송인 또는 전문 MC로 나서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방송사 직원이라는 신분으로 아나운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방송을 선택하거나 활동할수 없고 물질적으로도 연예인 출신 진행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대우를 받고 있기때문에 스타급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은 비난받을 만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방송에서 진행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다 아나운서라는 신분적 제약이 일부 스타급 아나운서들에게 숨막힐 정도로 갑갑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자신을 키워준 방송사를 배신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고 프리활동으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껏 방송을 할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성주 아나운서 역시 최근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을 잘 할수 없는 환경에서 너무 힘들게 소모적으로 일해 왔다. 방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싶지만 해답이 내부(방송사)에서 안보였다"고 프리선언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을 만큼 방송사들의 아나운서 활용에 대한 문제점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청률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자사 스타아나운서들을 십분 오락프로그램에 활용하려는 방송사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타급 아나운서들에 대해 연예인 MC들에 준하는 대우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턱없이 낮은 회당 출연료,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방송출연 및 진행등은 지상파 방송사라는 간판으로 참아내기에 역부족인데다 권력화되어 가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스카우트 제의는 뿌리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방송인들은 그래서 아나운서의 직종을 세분화하여, 뉴스와 시사교양, 예능오락 등 분야별로 아나운서를 뽑아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스타급 아나운서들은 방송사의ㅣ 운영방침에 따라 원치 않은 프로그램에 배치되어 이탈하고, 나머지 아나운서들은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도태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S의 조수빈 아나운서는 " 어떤 분야를 찾아서 전문화해야할지 판단하기가 난감하다"는 입장을 토로한 바가 있다. 뉴스 분야는 기자들이 앵커로 치고 들어오고, 시사교양은 교수 등 전문가들, 예능오락은 연예인들이 장악해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러다 아나운서라는 직종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거대 연예자본에 스타 아나운서들이 스카웃되는 이면에는 아나운서라는 직종 자체의 위기가 잠복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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