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대외적으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장르는 바로 비보이(B-boy)다.
지난 2002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 비보이 대회인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국내 비보이팀 '익스프레션'이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면서 국내 대중문화계의 표면으로 떠올랐다.
이후 '갬블러', '드리프터즈'등 국내 비보이 팀이 세계 대회를 휩쓸면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비보이팀은 약 4천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모두 합쳐 수백만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는 추정이다.
최근에는 비보이가 CF, 영화, 드라마, 공연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그들이 선사하는 화려하고 힘있는 몸짓과 다양한 퍼포먼스와 음악이 만나 퓨전공연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서양의 인형극을 비보잉과 접목한 익스프레션크루의 '마리오네트', 난타 제작사인 PMC프로덕션이 야심차게 준비한 '비보이 코리아', 힙합음악이 아닌 국내 대중가요로 만들어진 '굿모닝 비보이', 방송CF로도 등장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등 다양한 공연들이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면 비보이는 사라질 것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거리의 춤꾼들에게 갈채를 보내고 그들의 몸짓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춤=불량'이라는 인식은 사그러들고 그들의 춤에 열광하고 있다.
거리에서, 공원에서, 지하철 역사에서 춤추던 그들은 이제 무대에서, TV에서 스크린까지 장악해 버리며 명실공히 대중문화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기업들이 잇따라 CF를 발표하고 전용극장은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여느 연예인들 못지않게 팬들을 확보해 나가고 외국관광객들을 비롯해 그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정부 역시 비보이 공연을 문화상품으로 선정하고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
흑인 정통의 문화로서 비보이가 아니라 국악기를 연주하고 대중가요에 춤을 추고 드라마가 삽입되는 한국적 비보이가 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그러나 비보이의 급성장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평소 비보이들과 친분이 있다는 한 공연 관계자는 "비보이가 유명해지고 브랜드화 되는 것은 반기지만 '춤'과 '열정', '연습'밖에 모르는 비보이들을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려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전했다.
또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비보이 공연이 생기다보니 창의성이나 구성이 뻔한 경우가 다반사"라며 "지나치게 상업성에만 의존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런 과도한 양산은 비보이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수 있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비보이라는 것은 즉흥성과 원초적인 감성을 가진 장르다. 기획과 틀에 짜여진 공연이 주를 이루다 보면 비보이의 매력은 반감된다"면서 "비보이가 가진 매력을 완벽하게 살리면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공연이 만들어져야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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