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100일동안 50여명의 한류스타를 유치한다는 ‘한류엑스포 in Asia’가 개막됐다. 그러나 개막당일을 제외하고 관광객들의 반응이 시들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스타들의 대대적인 제주행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06 방송영상물 수출입 통계 현황’에 따르면 드라마 수출이 9년만에 15%나 감소해 충격을 주었다. 한류는 여전히 강세라던 각종 보도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2005년에는 61편의 한국영화가 일본에 상륙해 상영되었지만 2006년에는 34편만이 수출됐고 그나마 흥행에 참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권상우의 ‘청춘만화’ ,이병헌의 ‘그해 여름’ 천만관객 돌파의 ‘괴물’등 한류스타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들이 흥행에 참패함으로써 일본내 한국영화의 입지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기획사나 방송사들은 ‘한류스타’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다. 국내스타들에게 ‘한류스타’란 말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버렸다. 또 연일 한류스타들의 외국방문이 보도되고 현지에서는 ‘국빈대우’를 받는 스타들이 전파를 타고 있다.
반한류보다 국내 대중문화계가 더 큰 문제
이러한 ‘한류스타’의 분위기는 ‘한류스타’가 아니면 스타가 아닌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스타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갖가지 데이터들이 정리되면서 ‘한류’의 위기를 체감하는 목소리도 높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류’의 위축에 대해 한결같이 ‘한류스타’에만 의존할 뿐 작품성이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들이 재생산 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덧붙여 높아만 가는 스타들의 개런티가 제작비 자체상승으로 이어져 갈수록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3세대, 4세대 한류스타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한류스타에 집착한 나머지 후속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구조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류’에 대한 집착이 국내 대중들까지도 외면하게 만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문화평론가는 “운이 좋아 몇몇 대중문화 상품이 빛을 발했지만 국내 대중문화계의 관행과 구조가 한류를 지속시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반일, 반미감정이 있는데 왜 반한이 없겠는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일침을 가했다.
또 전문가들은 자체적인 개선노력을 하지 않고 반한류니 혐한류니 하는 감정적 문제로만 치부하는 대중문화계가 해외시장에 대응하는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한류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기획단계에서부터 ‘한류’를 내세웠던 많은 드라마, 영화들이 국내 시장에서조차 흥행하지 못하고 해외시장에서 참패하는 결과가 속출하면서 ‘한국대중문화의 새판짜기’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 한류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각종 통계자료들을 보면 실질적인 한류의 위기는 이미 진행형이지만 이는 반한류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내 대중문화계의 제작관행과 스타에 집착하는 문제, 열악한 제작환경등 복합적인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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