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의 인싸it] 속이 뻔히 보이는 홍준표의 정치 행보

 

인싸잇=강용석 | 6·3지방선거가 60일도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서울·수도권은 물론이고 어느 지역보다 이목을 끄는 곳은 ‘보수의 심장’ 대구다.

 

국민의힘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유력 후보인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컷오프(공천배제)되면서 이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대구가 연일 매스컴의 중심에서 오르내리는 이유는 비단 국민의힘 후보들 때문만은 아니다. 여당에서 단수공천이 확정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화제의 중심에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 간의 잡음이 심해진 틈을 타 여당과 언론은 김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에 군불을 땠고, 마침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그에 유리하게 나오면서 민주당에서는 “이번에야말로 대구를 탈환한다”는 목표로 그를 자당 선거 흥행몰이의 중심에 세운 것이다.

 

그 와중에 후보들보다 더 시끄러운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그는 얼마 전 김부겸 전 총리가 대구시장 후보로 나올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김부겸 공개 지지 선언’에 나섰다.

 

홍 전 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한다”며 “대구 국회의원들은 당 때문에 당선된 사람들이지 자기 경쟁력으로 된 사람이 없다. 자치 단체장은 행정가이지 싸움꾼이 아니다.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니라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면서 김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의힘과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상당한 반발을 불러왔다. 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은 자신의 SNS에 홍 전 시장을 향해 “노망난 정치인의 말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홍 전 시장의 입은 예나 지금이나 쉬질 않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5일에도 SNS에 “김부겸을 지지했더니 국민의힘 참새들이 난리를 치는구나”며 오히려 자신을 비판하는 보수층을 일갈했다.

 

그러면서 “쫓아낸 전 남편이 어찌 살든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있을 때 잘하지 그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야말로 그동안 보수당에서 경상도와 대구의 안락함을 느끼며 ‘보수의 유력 대권 후보’라는 꿈에 빠져 있다가,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으니 얼마나 울화통이 터질지 일응 측은함이 느껴지긴 한다.

 

그런데 “대구 국회의원들은 당 때문에 당선된 사람들이지 자기 경쟁력으로 된 사람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당과 대구의 등에 업혀 꽃길만 밟아온 그의 정치 인생 30년을 되돌아보면, 이 측은함이 바로 분노로 바뀔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안타까운 탄핵 이후, 박 대통령을 직권으로 매정하게 강제 출당시켰을 때도 보수 지지층은 그래도 대안이 없기에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홍준표가 보수의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당의 재건을 희망했다.

 

하지만 홍준표가 앞장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은 민주당에 광역자치단체장 14대 2라는 대참사 수준의 패배를 겪었다. 결국 ‘홍준표로는 안 된다’라는 인식이 생겼다. 정치 콘텐츠와 공약도 부족했고, 무엇보다도 당내에서 “좀처럼 융화되기 힘들다”거나 “자신의 사람들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강했다.

 

사실상 정계를 은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철이 되니 또 나타나 무소속으로 대구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다 2년도 못 가 의원직을 던지고 대구시장으로 가고, 다시 2년 만에 시장직을 던지고 대통령 선거에 나갔다가 오늘날 젊은 정치인들에게마저 “자기 마시던 동네 우물에 침 뱉는 사람”이라거나 “노망난 정치인의 말로”라는 욕이나 듣는 신세가 되지 않았는가.

 

홍준표 전 시장의 이번 논란이 된 말들을 하나하나씩 되짚어보면, 과연 그에게 이런 관심을 주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번에 김부겸 전 총리 지지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길 바란다”며 “현실정치를 떠난 제가 지방선거에 관여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총리가 무소속 후보인가. 그는 엄연히 민주당 명함을 달고 선거에 나올 사람이다.

 

특히 김부겸 전 총리는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한 명이다. “민주당이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한다”고 하면 어느 누가 ‘개인 김부겸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여기겠는가. 홍준표 자신의 말 한마디에 여당과 언론은 “보수당의 대통령 후보이자 당 대표까지 지낸 인사가 김부겸을 지지하고 나섰다”며 사실상 홍준표 당신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이걸 예상하지도 못하고 민주당이 아닌 김부겸을 지지하고, 지방선거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 어불성설임에 동시에 나이가 들어 정치 감각이 퇴보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홍준표 전 시장은 지난달 25일 SNS에 “작금의 대구는 쇠락의 일로에 들어가 있다”며 “막대기만 꽂아도 국민의힘이 된다는 논리는 대구시민들의 절박함을 모르는 정치인들의 신선놀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는 홍준표 자신이 대구에서 국회의원과 시장을 하면서 보낸 4년은 어땠는가. 최근 김부겸 전 총리가 SNS에 올린 글을 인용하면 대구의 현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137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30년 연속 최하위이며, 경제성장률은 2024년 실질 –0.8%로 전국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사실 대구시는 과거부터 GRDP 수치가 좋지 못했는데, 지난 2024년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지역 소득 통계’에 따르면, 홍준표 시장 체제인 2023년에도 대구시의 GRDP는 3098만 원으로 31년째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당시 경제성장률도 1.2%로 전국 평균(1.4%)보다 낮았고, 1인당 개인소득은 2376만 원으로 전국 평균 2554만 원의 93% 수준으로 역시 특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당시 대구의 지역내총생산(명목)은 73.1조 원으로 전국의 3%를 차지했다고 한다.

 

대체 “작금의 대구는 쇠락의 일로에 들어가 있다”고 하지만, 정작 대구의 쇠락을 이끈 장본인은 누구란 말인가. 자신이 대구에서 국회의원하고 시장이 되면 대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처럼 이야기해 이 지역에 두 번이나 막대기를 꽂았으면서, 이 여전한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서 대구의 현 상황을 국민의힘과 보수당의 탓으로만 돌리는 게 말이 되는가.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3월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구의 핵심 숙원사업인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2030년 개항 목표를 달성하게 하겠다고 말했고, 대구 신산업 발전 지원과 팔공산·동성로 관광 인프라 지원도 약속했다.

 

그렇게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든든한 지원까지 받아 가며 꽃길만 걸었으면서,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또 대권 욕심에 2년 만에 대구시장직을 던져버리고 나가지 않았는가. 현재 1년 넘게 대구는 시장석이 비어있고 이에 경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을지 모른다.

 

대체 작금의 대구를 쇠락의 길로 만든 사람이 누구이며, 막대기만 꽂아도 국민의힘이 된다고 생각해 선거철만 되면 대구를 기웃거리던 사람은 누구였는가.

 

그 남탓주의, 자의식에 결국 자신을 따르는 정치인이 누가 남아 있었는가. 오늘날 정치인 홍준표를 키워준 정당을 뒤에서 총질하는 꼴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겠는가.

 

필자도 그렇고 여의도 정치인들 사이에서 홍준표 전 시장의 이런 행보가 너무 쉽게 읽힌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은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것이고, 이미 거론되는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은 김민석 현 국무총리다. 김 총리는 1기 내각을 마무리한 뒤 다시 국회로 돌아가 당 대표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국무총리직은 공석이 된다. 여의도에서 김민석 다음으로 총리직에 거론한 인물은 김부겸 전 총리와 홍준표 전 시장 등이었다. 홍 전 시장은 다시 대구시장으로 갈 일이 없으니, 김부겸 전 총리를 시장직에 앉히는 것이 그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물론 홍 전 시장 입장에서 이렇게 김 전 총리를 대구시장으로 지지해주는 행위 자체가 정부·여당에 향후 총리직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은 필자뿐 아니라 여의도 정치판에서 이미 파다하게 들리는 이야기다. 홍 전 시장은 이를 부정하겠지만, 실제로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이재명 정부의 총리를 포함한 요직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해달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제발 스스로 말한 것처럼 정치판을 떠나시라. 하기야 정계은퇴 선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정치 떠나 살 수 없다”고 말을 바꿨으니, 언행 하나하나에 믿음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한때 보수 선배 정치인으로서 후배들이 부끄러워하며 욕하고 손절하는 꼴을 더이상 보여주지 않고 싶다면, 제발 최소한의 언행일치를 보이고 뻔한 정치 행보는 중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대구시민들은 아직도 지난 2017년 11월 당내 인사들의 반대에도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박근혜 대통령을 매몰차게 당에서 쫓아낸 홍준표 당신의 과거를 기억하며 분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그때의 울분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

 

그런 홍준표가 지지한다는 김부겸이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한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는 생각에 실소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