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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탐사] 청담동 술자리 당일 첼리스트 이동경로 재현..."음속 넘는 총알 속도 필요"

구룡터널~경부고속도로 1분 이동 불가능...실제 34분, 시속 1800km 필요


[편집자주] 이 기사는 뉴탐사 측과 특약으로 뉴탐사의 단독보도 '청담동 술자리 당일 첼리스트 이동경로 재현..."음속 넘는 총알 속도 필요"'를 그대로 전재하는 것입니다.  


2022년 청담동 술자리 사건의 핵심 증거로 제시됐던 첼리스트의 내비게이션 파일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동 경로가 발견됐다. 경찰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 따르면 첼리스트는 서울 도심 퇴근 시간대에 시속 588km로 주행했고, 일부 구간에서는 음속을 초과하는 시속 1800km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알의 속도(시속 1000~2000km)에 해당하는 수치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10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의 의혹이라도, 1%의 억울함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나 경로가 포함되어 있다면 국민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수사 신뢰의 문제"라고 밝혔다. 청담동 술자리 관련 의혹이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발 10분 만에 광주 시청 경유? 내비 화면과 음성 불일치


경찰 디지털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첼리스트는 2022년 7월 19일 오후 7시 13분 경기도 용인의 제보자 집에서 출발해 7시 57분 강남 논현동 골프연습장에 도착했다. 총 소요시간 44분이다.


내비게이션 파일을 분석한 결과, 첼리스트는 정상 경로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시 13분 출발 후 10분 만에 경기도 광주시 장지동 갈림길에 도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지점에서 내비게이션 화면은 '성남·서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2분 뒤인 7시 25분에는 광주 시청 부근을 지나는 음성 안내가 녹음되어 있었다.


문제는 내비게이션 화면이 가리키는 방향과 음성 안내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화면은 서울 방향을 안내했지만, 음성은 광주 시청을 지나고 있었다.


강진구 기자는 "첼리스트의 휴대폰에서 추출된 내비게이션 파일 1200개를 전부 일일이 클릭하면서 경로를 추적한 결과, 도저히 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경로를 기초로 경찰이 결론을 내린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룡터널 통과 후 1분 만에 30km 이동...시속 1800km 필요


가장 결정적인 의혹은 분당내곡고속도로 구룡터널 출구 지점(5번 포인트)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IC 부근(6번 포인트) 사이의 이동 기록이다. 첼리스트는 이 구간을 단 1분 만에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이 경로를 검증한 결과, 구룡터널 출구에서 6번 포인트로 가려면 정상적인 강남 진입로를 포기하고 양재IC로 진입해야 한다. 그 다음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타고 부산 방면으로 주행한 뒤, 판교 톨게이트에서 유턴해 다시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을 타고 올라와야 한다.


강 기자는 "구룡터널을 빠져나와서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IC로 빠지는 지점까지 직선거리는 2km, 지도상 거리는 유턴을 포함해 9.8km"라며 "경찰 포렌식 결과는 이 거리를 단 1분 만에 돌파한 것으로 나온다. 9.8km를 1분 안에 이동하려면 시속 588km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실제로 차량을 운행해보니 판교 톨게이트까지 우회해야 하므로 이동거리가 30km로 늘어났다"며 "30km를 1분에 주행하려면 시속 1800km로 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속이 시속 1235km인 점을 감안하면, 첼리스트는 음속을 초과하는 속도로 서울 도심을 달린 셈이다. 권총 총알의 속도가 시속 1000~2000km인 점에서, 첼리스트는 총알만큼 빠르게 이동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취재진이 실제 차량으로 이 경로를 운행한 결과, 구룡터널 출구에서 6번 포인트까지 소요시간은 34분이었다.


비정상 경로로 97km 주행...평균 시속 133km 필요


내비게이션 파일에 기록된 전체 경로를 따라가면 더 큰 문제가 드러난다. 용인에서 출발해 광주 시청을 경유하고, 여수대로IC를 지나 분당내곡고속도로를 타고, 구룡터널을 통과한 뒤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해 강남에 도착하는 경로의 총 이동거리는 97km다.


이를 44분 만에 주행하려면 평균 시속 133km로 달려야 한다. 오후 7시 퇴근 시간대 서울 도심과 경기도 일대에서 평균 시속 133km 주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 취재진이 오후 3시 39분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에 출발했음에도 구룡터널 출구까지 40분이 소요됐다.


경찰 수사보고서에서 6번 포인트 의도적 누락 의혹


더 심각한 문제는 경찰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수사보고서에서 6번 포인트를 누락시켰다는 의혹이다. 디지털 포렌식 원본 파일에는 6번 포인트(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IC 부근)의 내비게이션 화면 이미지가 명확히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 서초경찰서가 작성한 수사보고서에는 이 지점이 빠져 있다.



만약 6번 포인트를 포함시키면 44분 만에 강남 도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즉시 드러난다. 취재진이 광주 시청 경유 없이 정상 경로만으로 운행했을 때도 여수대로IC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됐다. 여기에 구룡터널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하는 비정상 경로까지 더하면 최소 2시간 이상 걸린다.


강 기자는 "6번 포인트가 포렌식에 분명히 나타나는데 수사보고서에는 없다. 이것은 조작 범죄를 경찰이 눈감은 것"이라며 "서초경찰서 안영모 경감과 김예솔 경사는 이 부분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도 해명 요구했지만 경찰 침묵


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서울경찰청 본청 관계자에게 뉴탐사의 분석 보고서를 전달하고 해명을 요구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경찰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중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경찰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문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포렌식 자료가 수사에서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고 있기에 증거의 진정성과 무결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증거가 오염되어서도 안 되고, 분석 과정에서의 객관성과 독립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이 이러한 문제 제기를 열린 자세로 재검토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조치를 내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측 "말도 안 되는 소리"...핵심 질문엔 답변 회피


이제일 변호사(첼리스트 법률대리인)는 취재진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하세요. 분당 강남 운전 많이 하는 사람은 어제 방송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잘 알 거예요. 나중에 경찰 조사나 잘 받으세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첼리스트가 사건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 기종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강 기자가 "S22 울트라가 내비게이션용 폰이 맞느냐"고 물었으나 이 변호사는 답변을 회피했다.


강 기자는 "첼리스트의 휴대폰에서 추출된 디지털 증거가 조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첼리스트의 증언도 더 이상 증거 가치가 없다"며 "이제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직접 그날 어디 있었는지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주목...선고 두 달 연기


청담동 술자리 보도와 관련해 이미키가 뉴탐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선고를 두 달 연기했다. 뉴탐사 측이 디지털 증거 조작에 대한 참고서면과 전문가 감정서를 제출한 직후였다.


강 기자는 "재판부가 다른 준비서면도 보셨겠지만 특히 디지털 증거 조작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겁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선고 연기 결정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훈이 첼리스트 혹은 경찰 수사 결과 뒤에 더 이상 숨을 수는 없다"며 "본인이 정말로 청담동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너무 억울하다고 판단한다면, 이제는 본인이 직접 그날 어디 있었는지 소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2022년 대선 직후 제기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은 경찰이 첼리스트의 휴대폰 포렌식을 근거로 술자리 장소를 티케로 지목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바로 다음날인 2022년 12월 2일, 뉴탐사를 상대로 민사·형사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한동훈이 서초경찰서 수사보고서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디지털 증거 조작 의혹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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