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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포린어페어스 “미국은 중동의 다자적 동맹에 익숙해져야”

“중동에 대한 투자를 교육, 디지털 플랫폼 등 비교우위를 누리는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중국이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면서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한 반면, 미국의 중동지역 영향력은 예전에 비해 쇠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미국 내에서도 외교 정책을 수정해서 중동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외교협회가 발간하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수석연구원인 제니퍼 카바나(Jennifer Kavanah)와 프레데릭 웨리(Frederic Wehrey)가 공동으로 기고한 칼럼 “다자적 동맹이 된 중동(The Multialigned Middle East)”을 게재했다.



칼럼은 서두에서 지난 3월 이후 미국이 중동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지역 동맹국들에게 무기를 판매하고 군사훈련을 확대하는 것이 중동 안보와 관련해서 아랍 국가들을 안심시키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칼럼은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 같지는 않다”며 아랍 열강들이 미국의 군사력이 약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중동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투자를 잘 알고 있지만, 미국이 자신들을 대신해서 그러한 군사력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점점 더 의심한다”며 “오히 그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도울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고 인식하는 인프라와 기술 등의 분야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칼럼은 미국이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서 중동 지역 발전과 안정에 대한 중국의 기여를 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장려하는 한편,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중국의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보다 표적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칼럼은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산에 대한 균형추로서 예전의 안보 중심 전략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며 “대신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정책과 투자를 인적 자본 발전, 교육, 녹색 기술, 디지털 플랫폼 등 비교우위를 누리는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칼럼은 중동 지역의 이해관계자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무역, 기후 변화, 식량 안보 및 기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참여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도록 아랍 동맹국 및 브라질, 인도, 일본 등 신흥 강대국이 참여하는 더 광범위한 협정을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UAE와 같은 미국의 전통적인 중동 동맹국조차도 미국이 주도하는 배타적인 블록을 만들려는 시도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중동에서 다자적 동맹으로의 추세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재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칼럼은 중동이 다자적 동맹으로 선회했으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다극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중동 안보의 핵심 후원국으로 남아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그 지위가 도전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10여년간 중동 무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점유율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차단하겠다는 조건반사는 피해야

칼럼은 미국이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조건반사적인 정책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정책은 실패할 운명일 뿐 아니라 경제 개혁, 인권 및 기타 중요한 문제들에서 미국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타협을 강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요청한 것처럼 아랍 국가들에 새로운 안보 보장을 제공하거나 무기 판매 과정에서 정상적인 감독과 조사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럼은 미국이 이 지역에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경제적, 정치적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경제 다변화, 통치 및 기후 변화 등과 관련해서 미국, 아랍 동맹국 및 다른 지역의 강대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소다자적(minilateral)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서 식량 안보, 에너지 및 공중 보건과 같은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도, 이스라엘, UAE 및 미국이 2022년에 결성한 ‘I2U2’ 그룹을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 

칼럼은 중동 동맹국들이 국내 정치에서 받고 있는 압력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민주주의로의 극단적인 변화를 추진한다면 동맹국들이 저항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신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며 “디지털 액세스를 확장하고 교육 및 직업 기반 교육에 대한 지원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칼럼은 “강대국의 침공이 아닌 내부의 사회경제적 및 통치 문제가 향후 10년간 중동의 주요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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