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 ·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송영길 대표와 김남국 의원이 출당되면서 민주당 내부가 심각할 정도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검찰독재 정권에서 검찰발 언론보도로 인해 당대표 이재명의 최측근들까지 잘려나간다면 내년 총선까지 대체 몇 명이 희생되겠냐는 것이다.
이미 벌써부터 다음 순서로 K모 의원, J모 의원, N 모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불과 약 한달 전만 해도,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윤석열과 여당의 지지율 추락으로 총선에서 손쉽게 뺏지를 달 수 있다”는 안일한 태도는 이제 민주당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검찰 독재 정권을 상대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소속의 한 정치 논객은 윤석열과 한동훈의 태블릿 조작수사 문제와 관련해 법사위 의원들 서너 명에게 의견을 물어봤다고 한다. 다들 태블릿 조작수사 의혹은 충분히 제기할 만하다고 하면서도 선뜻 한동훈과 이 문제로 맞붙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괜히 검찰독재의 칼을 쥐고 있는 한동훈과 정면승부 하다가 그 칼에 맞을까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법사위에서 자주 한동훈과 부딪혔던 김남국 의원이 당하면서 그 공포감은 더해가고 있다.
5월 20일, 윤석열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이후에 약 30여 명의 민주당 관련 참여자들과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여러 사람들이 “촛불집회조차도 윤석열 퇴진을 위한 강력하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고 과거 운동권식 자화자찬이나 하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민주당에 대한 불만도 속출했다. 최근에 이른바 수박이라 지목되는 당 지도부 인사가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나는 주요 당직자이니 내 지역구에 당신 측근의 경선 출마를 막으시오”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주요 당직자는 관례상 단수공천을 받아오기도 했고 또 어차피 최근 개정된 공천룰에 따라서 당 기여도 점수에서도 타 후보자를 압도만 하면 경선없이 단수공천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는 그 인사에게 “정정당당히 경선에서 승부를 겨루면 되지 않냐”는 원칙적인 말 한마디 못하고 쩔쩔맸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언제든지 2차 체포동의안이 올라오면 이러한 수박들의 반란표를 단속하기 위해서 그들의 모든 무리한 요구들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 이재명 대표의 측근은 경선 출마 준비를 접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여러 민주당 관련 참여자들이 필자를 찾아와 “안진걸 소장과 함께 신당창당을 준비해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이미 손혜원 전 의원이 송영길, 김남국의 출당 직후에 신당 창당을 선언한 맥락과 비슷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윤석열과 한동훈의 칼에 주로 개혁파 의원이 하나하나 잘려나가다 결국 민주당이 과거 민한당과 같은 어용 야당으로 전락하고, 총선에서도 새로운 인물의 진입마저 저지되며 무기력하게 참패할 것이라고 다들 불안해 하고 있었다.
몇몇은 아주 구체적으로 “안진걸 소장과 변희재 대표가 당을 이끌어주되 둘은 절대 비례대표로 가지 말고 지역구 선거에 나가 싸워주면 민주당에 기대를 접은 많은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을 하기도 했다. 참고로 필자는 만약 한동훈이 강남병 지역구에 출마하게 되면, 그쪽으로 출마하여 한동훈의 범죄사실을 모두 공론화시켜, 끝장을 내겠다는 조건부 출마론을 공언한 바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지금 문제의 핵심은 제1당 민주당이 윤석열과 한동훈에게 겁을 잔뜩 집어먹고 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적으로라도 윤석열·한동훈 퇴진을 위한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면 답이 나올 것이고 나중에 가장 잘 싸운 순서대로 서열이 정해질 것이다. 즉 민주당이 지금처럼 윤석열과 한동훈의 눈치만 보고 도망다니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부상하게 될 것이다.”
아예 “윤석열 탄핵당”이라 이름을 짓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필자는 “윤석열과 한동훈부터 끌어내리면, 자연스럽게 신당 창당이 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안진걸 소장은 특히 이날 촛불집회 이후에 이어진 좌우통합집회에서 “윤석열과 한동훈의 검찰독재와 맞서싸워 이들에게 당하는 송영길, 김남국 등 피해자들을 돕고 태블릿 조작 등 과거 조작수사 범죄를 단죄할 범국민 대응기구를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윤석열과 한동훈이 직접 개입한, 이른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의 두번째 태블릿으로 알려졌던 ‘장시호 태블릿’의 조작을 100% 밝혀놓았다. 스픽스와 몇몇 언론매체는 이번주 한동훈에게 이와 관련 공식질의서를 보낸 뒤에 6월 2일 금요일 밤 10시에 특집방송을 편성하기로 했다.
필자 역시 좌우통합 집회에서 “국회의원 친구나 동지 한명만 있었어도 한동훈은 벌써 법사위에서 정치생명 끝났을 것이다. 만약 스픽스 등 언론사들의 질의도 도망간다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함께 한동훈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백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무리 급해도 단추 순서를 바꿔 끼울 수 없는 노릇이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박근혜 탄핵수사 때 저지른 파렴치한 태블릿 조작수사 범죄가 이제 물증으로 죄다 완벽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불순한 의도로 이걸 은폐하면서 저들을 퇴진시키거나 다른 대안을 만들어낼 방법은 없다.
일단 바로 옆에 있는 완성된 무기로 저들을 내려치자. 안진걸과 필자에게 민주당 개혁파들이 신당 창당의 기대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윤석열과 한동훈을 심판할 준비를 마쳐놓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