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너선 맨소프 ‘판다의 발톱, 캐나다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 저자 축사 ] 안녕하십니까? 저는 조너선 맨소프(Jonathan Manthorpe)입니다. 캐나다 퍼시픽코스트(Pacific Coast)에 위치한 밴쿠버아일랜드(Vancouver Island)에서 인사를 드립니다. 미디어워치가 주관하는 제 책 ‘판다의 발톱(Claws of the Panda)’ 한국어판을 출간을 환영합니다. 특히 이 책의 번역 및 출판 과정을 총괄한 황의원 대표이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같이 일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제 책의 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캐나다의 호의를 어떻게 악용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둘째는 캐나다의 정치인들과 대학들과 기업인들이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왜, 어떻게 허용해 왔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즉 ‘판다의 발톱’은 캐나다 지도층의 중공에 대한 ‘자기기만(self-delusion)’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중공과의 정치적, 경제적, 학문적 관계를 통해 중공 정부를 설득해서 그들이 서방의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공과 관련한 자기기만에 빠진 것이 캐나다의 지도층만은 아닙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고, 호주, 뉴질랜드 및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 대만, 일본은 중공과의 관계 확립에 있어서 그래도 훨씬 더 신중했습니다. 그들은 공산당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개혁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훨씬 덜 했던 것입니다. 제 책을 보시면 중공에 대한 캐나다의 자기기만이 1880년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때가 중국인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캐나다로 이주하기 시작한 시기이고, 캐나다의 기독교 선교사들이 중공에 파송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당시 선교사들은 선교 외에도 중국 사회의 변화를 돕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40년대가 되자 중국에 거주하던 캐나다 선교사들은 물론이고 외교관들까지도 중국의 집권당이었던 국민당보다는 공산당에 친화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산당 수뇌부에서는 그 사람들을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까지도 캐나다의 정계, 경제계, 학계 인사들에게 그들이 자신들과 특별한 관계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공산당에 포섭된 캐나다인들은 중공에서 특권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일부 캐나다인들의 허영심을 자극했습니다. 중공의 이 전략은 꽤 성공을 거뒀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캐나다는 중공에 식량과 원자재를 수출했고, 상당량의 직접투자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캐나다는 중공 가공품의 핵심 수입국이었습니다. 캐나다는 국제무대에서의 중공의 입지 강화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1970년에 캐나다가 중공과 선제적으로 수교를 하자 세계 수십 여개 국가들이 중공과의 외교관계 수립에 나섰고, 결국 미국도 1979년에 중공과 수교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공은 고립을 깨고 국제무대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캐나다는 초반부터 중공에게 첨단기술과 학술연구에 대한 접근을 허용했습니다. 이런 지적재산권 이전은 중공의 군대와 산업에 엄청난 도움이 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산당의 고위직과 그 가족들은 엄청난 부자가 됐고, 캐나다의 자산과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금융규제와 정밀조사가 미비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산을 빼돌려서 캐나다에 숨겼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캐나다에 광범위한 스파이망을 구축했습니다. 그들은 중공이 자랑하는 심리전부대인 통일전선공작부(United Front)의 지휘를 받습니다. 시진핑은 통일전선공작부를 공산당의 ‘마법의 무기(Magic Weapon, 법보(法寶))’라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통일전선공작부의 임무는 대부분 공산당과 연관이 없는 약 150만 명의 중국계 캐나다인들을 조종하는 것입니다. 통일전선공작부는 중국 공산당의 변화를 지지하거나 공산당이 싫어하는 생각을 가진 모든 중국계 캐나다인들을 협박하기까지 합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공산당이 캐나다에서 어떤 공작을 벌여도 캐나다 정책결정자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12월 1일부터 상황이 변했습니다. 캐나다 법무부가 화웨이의 CFO인 멍완저우(孟晩舟)를 체포한 그날부터입니다. 멍완저우는 국제 은행에 사기를 치고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로 미국에서 수배가 된 상태입니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중국에서 근무하던 캐나다인 2명을 납치해서 구금 중입니다. 마이클 코브릭(Michael Kovrig)과 마이클 스패버(Michael Spavor)입니다. 그들은 현재 1,000일이 넘도록 구금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멍완저우는 캐나다 변호사들을 앞세워서 미국으로의 송환을 계속 피하며 버티는 중입니다. 반면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패버는 중공에서 고문을 당했고, 친지들과의 면회도 금지되어 있으며 캐나다 대사관과의 제한적인 접촉만 허가받은 상황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간첩죄까지 뒤집어썼습니다. 그들의 재판은 공개도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올해 8월 중순에 마이클 스패버에게 징역 11년형을 선고했습니다. 마이클 코브릭에 대한 선고도 곧 예정되어 있습니다. 화웨이 사건을 계기로 중공의 평판은 캐나다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악화됐습니다. 설사 화웨이 사건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캐나다가 중공과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제가 책에서 설명했듯이, 우리가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미리 알았다면 이 많은 실수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입니다. 중공의 공작 대상이 된 다른 국가들에도 제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