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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희기자의 재판기록] 10분만에 끝난 태블릿항소심 1차공판...검사석에 앉은 JTBC 측 변호인 ‘황당’

재판부, 변희재·황의원 보석심리도 예정돼 있었는데 단 10분 배정 ‘미스터리’

‘태블릿PC 재판’ 항소심(2018노4088) 첫 공판이 10분 만에 끝났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은 “문재인의 최측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반칙과 특혜를 거둬들이라”는 내용의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재판을 보이콧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가 검사와 나란히 검사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는 황당한 풍경이 연출됐지만 재판부는 제지하지 않았다. 방청객들은 10분짜리 재판이 끝나자 “무슨 이따위 재판이 있느냐”며 큰소리로 항의했다. 판사들은 고성을 지르며 퇴정하는 방청객들을 끝까지 앉아서 지켜봤다. 




‘10분짜리 재판’ 기획한 서울중앙지법 제4-2형사항소부


9일 오후 2시 1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422호 법정 앞에는 ‘태블릿재판’ 항소심을 기다리는 기자와 방청객들로 가득했다. 복도에 붙은 422호 재판일정표를 보니, 조금 뒤 열리는 태블릿재판 항소심에는 단 10분의 시간이 배정돼 있었다. 앞뒤로 다른 재판이 촘촘하게 붙어있었다. 


이날 공판은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인 태블릿PC 조작설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자, 구속된 두 피고인에 대한 보석심리도 함께 있을 예정이었다. 피고인 측 변호사들은 항소이유서를 포함해 변호인의견서, 태블릿감정신청서, 변론요지서, 피고인진술서와 각종 서증제출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여기에 영상자료와 슬라이드까지 준비, 첫 공판에 대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재판부는 첫 공판에 단 10분을 배정한 것. 피고인 변희재 대표고문의 불출석 사유서는 공판 당일인 9일 오전 제출됐다. 재판부가 공판기일통지서를 발송한 것은 지난달 12일이다. 변희재의 불출석을 이유로 단 10분을 배정한 것이 아니란 의미다. 재판부는 이미 한 달 전부터 ‘단 10분짜리 재판’을 계획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검사석에 홍성준 검사와 나란히 앉은 JTBC 측 변호사


오후 2시 30분. 재판정 문이 열렸다. 방청석에는 방청권을 교부받은 시민 50여명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찼다. 기자들은 방청석 맨 앞줄에 8명 정도가 자리 잡았다. 피고인석에는 정장현 변호사(58세·연수원16기), 차기환 변호사(56세·27기), 이동환 변호사(39세·변시3회)에 이어 피고인 황의원 대표이사가 자리했다. 나와 오문영 기자는 자리가 부족해 피고인석에 앉지 못했다. 교도관들은 우리 두 사람에게 방청석과 법대를 구분하는 분리대 안 쪽, 판사를 바라보며 일렬로 늘어선 개방형 의자에 앉도록 안내했다. 교도관들과 함께 나란히 앉는 자리다. 


검사석에는 고유진 공판검사가 법대와 가장 가까운 안쪽에 자리했고, 이어서 피고인들을 기소한 홍성준 검사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홍성준 검사 바로 옆에 피해자(JTBC) 측 변호사인 오자성 변호사가 자리했다. 재판 당사자가 아닌 JTBC 측 변호사가 검사들과 나란히 검사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오자성 변호사는 처음에는 방청객과 재판관계자들을 분리하는 허리 높이의 분리대 안쪽 ‘대기석’에 앉아 있었다. 주로 법원 경위나 증인 등이 대기하는 자리다. 오 변호사가 1심 재판 때부터 항상 앉아있던 바로 그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은 법원 경위 중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가더니 검사석을 가리키며 옮겨 앉기를 권했다. 오 변호사는 거절하지 않고 바로 홍성준 검사 옆으로 약간 간격을 두고 앉았다. 홍성준 검사는 오 변호사가 검사석에 앉는 장면을 말없이 지켜봤다.


나는 이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다 의아하게 여겨 검사석을 권한 경위를 불러 세웠다. 나는 “방금 (경위님께서) 안내한 사람은 피해자 측 변호사인데, 저 자리에 앉아도 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경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원래 그렇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인 법 규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알겠다”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 검사 측 출석체크 건너 뛰어...오자성 검사석 유지


자리가 모두 정돈된 후 김행순(52세·25기), 홍진표(51세·29기), 정재헌(51세·29기) 부장판사가 법정에 들어섰다. 이들은 비슷한 경력의 부장판사들로 구성된 이른바 ‘경력대등재판부’다. 


재판부는 변호인과 피고인을 일일이 확인하는 인정신문부터 시작했다. 재판부는 변희재 고문의 불출석을 확인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한 명씩 일어나서 생년월일과 주소를 대도록 했다. 황의원 대표는 주소를 말하라는 판사에게 “서울구치소입니다”라고 말해 법정에 가벼운 웃음소리가 났다. 나와 오문영 기자도 순서대로 일어나 생년월일과 주소를 말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검사 측을 향해서는 누가 출석 했는지 묻지 않았다. 당연히 검사석에 앉아 있는, 반백의 머리에 안경을 쓴 인물을 향해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오자성 변호사는 재판부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검사석을 지킬 수 있었다. 


특히 공판 중에도 오자성 변호사는 검사석 테이블에 수첩을 꺼내놓고 재판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을 꼼꼼하게 메모했다. 평소 습관 그대로였다. 눈에 띄는 행동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그런 오자성 변호사가 누구인지 끝내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오자성 변호사는 재판 시작전 경위로부터 검사석으로 자리를 안내받았고, 재판장은 공판을 시작하면서 검사 측 출석체크를 건너뛰었다. 공판 중에도 재판장은 오 변호사의 눈에 띄는 행동을 모른 척했다. 혹시 재판부와 검찰이 재판 전에 이미 오자성 변호사, 즉 고소인(JTBC) 측과 의견교환을 하고 책상 있는 좌석을 배정하는 특혜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었다. 


오자성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평에 소속 돼 있다. 지평은 법조계가 다 아는 대표적인 좌파성향 법무법인이다. 지평은 노무현정부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가 동료 변호사 10여명과 함께 설립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지평 소속 변호사들이 각종 요직에 중용되고 있다. 


오자성 변호사는 검사 대 피고인의 구도인 태블릿 형사재판에서 제3자에 불과한 JTBC 측 변호인이지만, 1심 때부터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1심 박주영 판사는 공판 때마다 오 변호사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했고, 그때마다 그는 수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꼼꼼하게 발언했다. 오 변호사는 특히 피해자 측의 피해를 강조하면서 피고인들의 외부 활동을 사소한 것까지 체크해 판사에게 알렸고, 판사는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변희재 고문 불출석으로 보석심리 연기...판사들 불편한 심경 드러내


변희재 대표고문은 불출석사유서 전문을 이날 오전 이동환 변호사에게 전달, 일반에 공개했다. 변 고문의 불출석사유서는 우파 유튜브 채널들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미디어워치도 홈페이지에 전문을 올렸다. 


관련기사: [전문] 변희재 항소심 재판 '불출석 사유서'


변 고문은 “지난 3월말 대한애국당 이지나 당원이 넣어준 서신에, 수갑을 차지 않고 법정에 향하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서울구치소 출정소의 안내문에는 ‘70세 이상 노인 혹은 여성의 경우 수갑을 채우지 않을 수 있다’고 적혀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 고문은 서울구치소에 수갑 사용에 관한 정확한 기준을 문의했으나 답이 없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문재인의 최측근이라는 위세로 규정을 어기고 수갑을 차지 않은 김경수 측이 질서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 고문은 “서울구치소 측이 혼란을 정리해주기 전까지는 수갑을 차고 보석심리 재판에 출정할 수 없다”면서 “정답은 나와 있다. 문재인의 최측근이 누린 반칙과 특권을 거두어들여 원래 규정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변 고문의 재판 보이콧으로 보석 심리는 연기됐다. 황의원 대표 보석심리도 함께 연기됐다. 재판부는 “어차피 두 사람에 대한 보석 결정은 같이 하게 될 것”이라며 따로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연기를 결정했다. 


다음 공판은 30일 오후 2시 30분으로 결정됐다. 심리 시간은 1시간 30분을 배정했다. 재판부는 처음에 30분만 주려했으나, 변호인 측이 반발해 시간을 더 부여했다. 시간을 충분히 달라는 변호인들에게 재판장은 “다음번엔 변희재 피고인이 나온다는 보장이 있나요?”라며 짜증섞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공판이 끝나자 방청석을 나서는 시민들이 재판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일부는 “10분짜리 이게 무슨 재판이냐”며 고성을 질렀다. 보통 판사들은 제일 먼저 법정을 떠난다. 이날 부장판사 3인은 재판 종료를 선언하고도 나가지 않고 모두 자리에 앉아 고성을 지르는 방청객들을 끝까지 지켜봤다. 특히 이날 재판장 오른쪽에 앉은 김행순 부장판사는 재판 내내 미간을 찌푸린 채 피고인들과 방청석 쪽을 바라봤다. 재판장 왼쪽에 앉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정재헌 판사도 무표정한 얼굴로 소리 지르는 방청객들을 내려다봤다.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란 변호인단 “있을 수 없는 일”


짧은 재판이 끝나고 변호인단과 불구속 피고인들은 법원 근처 카페에 모였다. 변호인단은 카페에서 나의 얘기를 전해듣고 깜짝 놀랐다. 


정장현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사 측 출석체크를 하지 않아 홍성준 검사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사실 궁금하긴 했지만 알 수가 없어 그냥 넘어갔다”면서 “피해자 측 변호사가 검사석에 앉아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기환 변호사도 “형사소송법에는 피해자 측 변호사가 검사석에 앉을 수 있다는 어떠한 근거 규정도 없다”면서 “현장에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바로 이의제기를 했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형사소송규칙, 법정좌석에관한규칙 등 관련 규정 어디를 보아도 피해자 대리인이 방청석 분리대를 넘어서 ‘재판진행석’에 들어 올 수 없다”면서 “‘피해자등’의 의견진술권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피해자등’에는 피해자의 대리인(변호사)이 포함되지 않는다. 또 특별히 의견진술을 하는 경우에도 법정 안에 들어올 수는 없으며, 의견 진술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변호인도 신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일은 형사소송관련 규정에도 없는 특혜, 배려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해자 대리인의 검사석 착석을) 몰랐다고 해도 문제지만, 알았다면 편견을 드러내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무죄가 된다면, 고소인 JTBC 측이 무고를 한 것이 되는데, 바로 그 JTBC 측 변호사가 검사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이 일을 그냥 넘어간다면, 앞으로 모든 형사재판에서 피해자 측 변호사들이 검사석에 앉겠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동환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 피해자 측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에 원래는 방청석에 앉아 있다가, 재판부가 ‘피해자 측 변호사가 나왔느냐’고 묻고 법대 안쪽에 앉기를 권하면 겨우 옮겨 앉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오자성 변호사도 1심 초반에는 방청석에 앉아있었는데 박주영 판사의 배려로 법대 안쪽으로 앉기 시작했다”고 상기시켰다,


이 변호사는 이어 “오자성 변호사가 항소심에는 처음부터 당연하다는 듯 법대 안쪽에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경위가 검사석에 앉을 것을 권했을 때, 상식적인 변호사라면 당연히 거절을 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이 부분은 반드시 재판부나 검사 측의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차기환 변호사는 이날 짧았던 심리 시간과 관련 “사건의 중요성에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10분 배정한 것은 앞으로도 심리 소홀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연합뉴스와 뉴시스, 조선일보,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등 다수 언론들이 변 고문의 불출석 사유서 내용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연합뉴스) 변희재 2심에 항의성 불출석…"김경수만 수갑 안 채워 특혜"

(뉴시스) 변희재 "수갑 안 찬 김경수는 반칙·특권"…재판 보이콧

(파이낸셜뉴스) '재판 보이콧' 변희재 "김경수만 왜 수갑 안 차나, 반칙·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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