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19일 EBS 감사로 배인준 동아일보 전 주필을 선임한 가운데 언론계의 기울어진 운동장 현실이 또 한 번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익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배 전 주필이 선임되자 방통위 야당 측 상임위원을 비롯해 언론노조와 親언론노조 매체, 같은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이를 비판하면서 방통위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모습은 그동안 야권이 보여온 전형적인 공조체제로, 여권은 이에 대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는 최근 MBC 관련 녹취록 사건에서도 발견된 같은 패턴으로 방문진 야당추천 이사들과 언론노조, 親언론노조 매체,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방문진을 압박한 것과 마찬가지다.

야권이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가 사실상 공조시스템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여권은 이 같은 공조체계가 없기 때문. 때문에 야권의 이 같은 전방위 압박에 물러서기 쉬운 세(勢)구조로 돼 있고, 특히 당사자들은 이들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왜곡되고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배인준 전 주필이 이들의 집중 공격과 성토 대상으로 떠오른 것도 배 전 주필이 이들과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맞지 않다는 이유가 크다.

방통위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 등 야당측 위원들은 배 전 주필을 EBS 감사에 선임하자 "회계 등 EBS 감사로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일반론을 제시하면서도 "주필 당시 칼럼을 읽어보면 공정성과 객관성도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에 감사 후보자를 좀 더 널리 구해 다시 한번 논의해야 한다"고 반발한 것이 그 방증이다.

즉, 배 전 주필에게 명확한 결격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우익성향이 강해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보인다.

또한 미디어오늘 등 親언론노조 매체들 역시 배 전 주필이 과거 뉴라이트, 국정원 옹호 칼럼을 쓴 편향 인사라며 매체를 통해 비판했다. 요약하면 배 전 주필이 야권이나 언론노조 성향에 맞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동아일보 출신 EBS 감사 논란, MBC 녹취록 논란…‘당하는 우파’ 이유 있다?

MBC 관련 녹취록 사건에 대해 제기된 최민희 의원과 이른바 언론노조 진영의 주장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녹음파일을 제공할 언론을 선택하면서 “취재원을 정확하게 보호할 수 있고, 그(녹음파일) 안에 담겨있는 내용을 악의적으로 쓰지 않으실 분들에게 약속을 받아서 제공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준으로 최 의원에 선택된 언론들은 한겨레신문,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등이다.

이에 따라 이들 언론들은 또한 녹취록 관련 특정한 진영의 목소리만 일방 대변하면서 여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녹취록 피해 당사자인 본지에 대해서도 확인된 증거도 없이 녹취록과 특정 취재원의 일방 주장을 근거로 추측성 보도, 의혹 부풀리기식 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 나아가 이처럼 특정 진영의 일방적인 목소리가 흐름을 좌우하던 미디어계의 균형추를 바로잡고자 또 다른 한축의 목소리를 꾸준히 보도해온 본지에 대해 ‘기사 담합’이라는 황당한 왜곡 주장까지 덧입히는 형국인 것.

이처럼 야권의 공조행태에서 부당한 피해가 촉발되고 커지면서 이른바 보수우파 진영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계의 ‘기울어진 운동장’ 현실을 직시하고 무너진 힘의 균형추를 바로 잡아야한다는 데 공론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는 “야권은 정치세력과 언론 시민단체가 찰떡궁합을 과시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도 크게 키워 여론을 왜곡하는데 여권은 서로 자기 일이 아니면 무관심하다. 방통위 배인준씨 감사 선임 논란에서 보듯 이런 피해에서 조중동 출신들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보수는 언론 미디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만 할 뿐 여기에 직접 뛰어들어 언론노조의 문제를 비판한 우익매체와 우익 인사들만 당하고 있는 걸 방관하고 있다. 오죽 얕잡아 보였으면 언론노조 문제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우익매체와 우익인사들이 기사 담합했다는 황당한 소리까지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당인 새누리당도 정신차려야 하고, 우익매체라는 언론들도 미디어와 방송 언론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속 보도해야 한다”며 “내 일 아니고, 내 이익에 도움 안 된다고 방관하고 무관심하다가는 본인들이 그런 왜곡보도의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디어내일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