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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국정화 논란 다룬 MBC ‘시사매거진2580’, 실종된 탐사정신

찬반양론 단순 전달에 그친 제작진, 민감한 본질 쟁점 사안은 언급도 안 해...교과서 둘러싼 시청자 궁금증 오히려 더 증폭시키는 구성

MBC ‘시사매거진 2580’이 8일 방송(오후 11시 15분)에서 ‘국정교과서 2라운드 편’을 방송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지난 3일 확정고시 된 가운데 수그러들지 않는 논란의 과정과 핵심 쟁점을 2580측이 짚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2580은 교과서 논란의 핵심은 짚지 못했다. 국정화를 둘러싼 정부의 입장과 이에 대한 반발, 교과서 논란 좌우 양측의 입장을 기계적 중립의 입장에서 보도했을 뿐, 논란의 핵심은 짚지 못했다.

2580 제작진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국사 교과서 국정화.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지난 3일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 고시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정 교과서를 만들 집필진은 2명만 공개되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고, 교과서 완성까지 1년이라는 기간을 놓고도 충분하다, 부실하다는 공방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다.”면서 “역사학계에서는 대안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는데.. 확정 고시 후에도 끝나지 않은 국정교과서 논란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정해진 방송 시간 안에 세 주제를 다룬다는 한계가 있지만, 수박겉핥기 식의 보도라도 쟁점의 핵심을 다룰 수 없다면 굳이 2580이 교과서를 주제로 선택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에서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따른 논란의 확산은 충실히 따라갔다. 10월 12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하면서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과 그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힌 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무성 대표의 교과서 관련 발언을 전했다.

이후 문 대표의 “역사 국정교과서는 5년짜리 정권 교과서 입니다. 온 세계가 비웃을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역사교육 하도록 내버려 두실 것입니까?”라는 발언과, “(역사 교과서에) 악마의 발톱이 이렇게 감추어져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사학자들은 90%가 좌파로 전환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죠?”라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함께 전했다.

교과서에 대한 양 당 대표의 입장과 시각을 함께 보여준 것이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시정연설과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후 대국민담화를 화면에 담았다.

이어서,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이름을 올린 신형식 이화여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발언, 최몽룡 교수를 둘러싼 논란 이후, 집필진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는 진행사항을 충실히 전했다.

문제의식은 빼고 국정화 이슈의 전개만 따라간 방송, 2580이 이슈 요약방송도 아닌데...

국정교과서 국정화란 사건의 흐름에 따라 논란의 줄기를 충실히 따라 전했지만, 2580제작진의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필진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전했다면, 정부가 좌우를 모두 아우르며 객관적으로 서술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왜 그런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대신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웬만하면 좋은 내용을 만들기 위해 집필에 참여하겠다는 분이 있을 만도 하지만 국정이라고 하는 형식 자체가 반대의 본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참여할 학자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는 지적을 전했다.

시청자들은 또 ‘국정 형식 자체가 반대의 본질’이라는 역사학자의 주장에 대한 의문점을 이 대목에서 갖게 된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내에서 제작진이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후 전개도 마찬가지였다. 집필진 명단 공개를 둘러싼 논란과 혼란, 새 국정교과서에 담길 내용도 논쟁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이지만 언급으로 끝났다. 특히 국정교과서는 검정교과서와 어떤 부분이 달라질까 등에서 “대한민국 건국과정, 민주화와 산업화, 북한체제에서 수정이 될 듯”하다는 기본적 해설만 덧붙였다.

프로그램은 또한, 역사교과서 갈등이 오래전부터 보수와 진보의 줄다리기 속에서 이어지면서 관련 정책도 계속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정교과서 체제가 유신체제 속에서 국정화로 바뀌었다 2002년 부분 검정제에서 2011년 전면 검정체제로 바뀐 단순 팩트를 전했을 뿐, 그 과정의 문제나 구체적인 설명은 여러 제약상 당연히 생략됐다.

보수와 진보측 역사학자들의 입장을 전하는 것도 지극히 표피적인 내용으로 핵심을 짚지 못했다. 보수 측 역사학자의 입장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혹은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대문에 그래서 불가피하게...어떻게 보면 우리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습니까. 이것(국정화)은 역사 교육의 비상사태”라고 한 이명희 공주대 교수의 발언을 전했고, 이른바 진보진영의 역사학자는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한 교수는 “지금 현재 교과서도 국가가 검정하고 국가가 인정해줘서 이것도 올바른 교과서라고 국가가 판정해주고 학교 현장에서 쓰이도록 허락해준 거거든요. 선진 국가 중에서 국정 교과서가 그렇게 올바르다고 한다면 다 (국정 교과서를) 선택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라는 발언을 전했다.

국정 교과서가 올바르다면 선진국가들이 다 국정교과서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한 교수의 발언은 역사 교과서 내용의 문제라는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논리로 학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춰진다.

이어서 제작진은 찬반 양론의 시민들 인터뷰와, 교과서 문제를 놓고 막말성 발언을 했던 여야의 인물들을 나란히 소개했다. 그리고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다시 강조하고, 이에 반발하는 진영과 학계의 불복종 운동의 확산도 언급했다.

제작진은 마지막 마무리로 “식민지배와 해방, 분단과 전쟁, 민주화와 산업화 지난 100년간 그 어떤 민족보다 격동의 시대를 지나온 우리나라 그만큼 명도 암도 함께 교차했다”며 “그리고 그 역사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기록할 것인가를 둘러싼 지금의 논쟁도 또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사매거진 2580은 탐사프로그램으로, 사안의 표피가 아닌 본질을 건드리는 프로그램이다.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 여러 가지이고, 간단치 않은데, 제작진은 본질을 건드리기보다 표면적인 사건의 전개에만 초점을 맞췄다.

시청자입장으로서는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의 개요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있었겠지만,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찬반양론의 핵심을 전달하지는 못했다. 교과서 논란을 한번에 다 다룰 수 없다면, 쟁점을 쪼개서 찬반 양론쪽의 입장을 여러차례 구체적으로 나눠 보도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정신에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제작진이 좌우의 눈치를 보거나 찬반으로 갈린 정치진영의 눈치를 보느라 탐사프로그램의 기본 정신을 잃고 논쟁의 핵심을 비껴가선 곤란하다. 이른바 진보좌파 정권 때 용감무쌍하던 MBC의 탐사 정신이 아쉬운 대목이다.

미디어내일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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