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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채널A '모큐멘터리 싸인' 형식 핑계로 대놓고 막장?

불륜·치정 등 자극적 소재로 시청률은 대박, 시청자는 “보긴 보지만...불쾌”

조롱·가짜를 의미하는 Mock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극적인 허구성 없이 사실적으로 그린 것을 뜻하는 Documentary를 합쳐 사실이 아니지만 마치 다큐멘터리인 것처럼 포장하여 보여주는 Mockumentary 장르가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A에서 방송되는 '모큐드라마 싸인'이 바로 그것이다. 최고 시청률 4.5%, 평균 시청률 3%대를 기록하고 있는 '모큐드라마 싸인'은 동시간대 방송되는 시사프로그램인 MBC 'PD수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시청률로 채널A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진짜 같은 가짜'를 추구하는 방송 트렌드에 발 맞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큐드라마 싸인',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마찬가지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제기한 주요 문제점은 ▲픽션과 논픽션의 모호한 구분 ▲암울한 현대 사회 부각한 자극적인 제목과 대사 ▲모방 범죄 및 제노포비아 조장 등이다.

'모큐드라마 싸인'은 방송 시작과 함께 '본 프로그램은 허구로 재구성된 모큐드라마입니다.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가상이며 실제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공지한다. 하지만 TV 방송의 특성상 채널을 돌리다 해당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는 시청자들의 경우 이 프로그램이 실화인지 허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모자이크 처리, 음성변조, 몰래카메라, CCTV 등을 동원해 마치 실제상황인 것처럼 가공하기 때문이다.

시청자 우롱? 프로그램 기법의 문제? 시청자게시판엔 “사실인가요”

또한 방송 중 왼쪽 상단에 나오는 '모큐드라마'라는 작은 글씨와 방송 중간 빠르게 지나가는 하단자막 역시 이 프로그램이 허구임을 밝히고 있지만 이를 인식하고 볼 시청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모큐멘터리라는 장르의 생소함과 더불어 해당 채널의 시청자 중 70%가량이 50대 이상임을 감안했을 때 실제와 허구를 놓고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이 프로그램이 실화인지를 묻는 질문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허구인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이 다루는 소재가 완벽한 허구도 있지만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도 있어 실제와 가상을 뒤섞는 바람에 시청자들은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청자들은 아예 실제 사건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대사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올가미 시어머니와 꽃뱀 며느리' '야생 노인들의 은밀한 동거' '한 밤의 불청객! 변태 남편의 비밀' 등 다분히 화제성을 노린 듯한 제목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폭언·욕설·패륜·불륜 등 필요이상의 충격기법, 오직 자극, 자극, 자극...

또한 폭언·욕설을 기반으로 한 자극적인 대사 역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이다. 특히 패륜·불륜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그 강도가 더해져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다.

‘모큐드라마 싸인’이 15세 관람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시신의 모습, 차량이 사람을 치고 지나가는 CCTV화면, 사채업자들이 채무자의 머리를 병으로 내려치는 장면 등 시청자에게 충격을 줄 우려가 있는 자극적인 화면을 넣어 필요 이상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방송하고 있다.

앞서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15세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재방송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혐오감)제6호와 제44조(수용수준)제2항'을 위반, 지난 2013년 5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방송 역시 특별히 변화된 모습을 찾긴 어렵다.

또 다른 문제, 은근한 제노포비아 조장

한편 '모큐드라마 싸인'이 모방범죄와 제노포비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사기로 극히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다뤄 마치 이를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이렇게 하면 보험금 탈 수 있어요"라고 설명하는 듯 하다.

범행 방법과 동기, 범행 도구와 범죄 현장 등에 대한 치밀한 구성도 문제다. 해당 프로그램은 15세 관람가임에도 이를 시청하는 청소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픽션임에도 그럴듯한 범죄 구성을 끌어와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범죄 유발 드라마'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다.

이와 함께 수차례에 걸쳐 중국동포 혹은 탈북자의 범죄나 기행을 다뤘다는 점에서 제노포비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마치 중국인·탈북자는 무조건 범죄자라는 듯한 방송 내용으로 픽션을 가장한 제노포비아 조장이라는 것.

실제 지난 2014년 10월 28일 방송된 '여관방 노부부와 사라진 아들'편을 시청한 한국 거주 중국인은 시청자 게시판에 "TV에서까지 중국인은 무조건 범죄자인 듯이 방송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며 "실화도 아닌데 방송을 시청한 한국 국민들께선 어떻게 생각하겠나? 안 그래도 인식이 안 좋은데 방송에서까지 이렇게 해야했나"라고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방송 전문가 “시청자 우롱 본격 프로그램”

이처럼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모큐드라마 싸인'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된 제작진이 만들어 낸 본격 시청자 우롱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은 관음(觀淫) 욕구를 교묘히 자극한 불륜·치정 등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시청률을 확보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게 꼬아 마치 사실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며 "시청자에 대한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페이크다큐라는 형식에 기대 이러한 비판에서 제작진 스스로가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특히 "패륜, 불륜 등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모티브가 된 사건을 보다 자극적으로 각색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막장 드라마'처럼 욕 하면서 보게 되는 시스템을 차용했다"며 "시청자들에게 끼칠 영향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시청률 하나만을 생각한 제작진의 속마음이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모큐드라마라는 정체모를 이름이 아닌 짝퉁다큐라 불러야 될 프로그램"이라 혹평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중매체가 시청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반론의 여지없이 지대하다"면서 "이런 막장 저질 프로그램에 시사프로그램이라는 간판을 달아준 채널 A측이 과연 국민에게 유익한 역할을 하는 방송사인지 재검토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보연 기자 boyeon24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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