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JTBC ‘뉴스9’에 ‘관계자 징계 및 경고(벌점 4점)’ 처분을 내렸다. 이는 ‘과징금 부여’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징계에 해당한다.
방통심의위는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 내용을 보도한 JTBC의 지난 11월 5일자 방송이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뉴스9’이 법무부의 통진당 해산 심판청구 소식을 전하면서 당사자인 김재연 통진당 대변인과 정부 조치에 반대하는 일방적 일장을 지닌 헌법학자만(김종철 연세대 교수)을 출연시켜 장시간 정부 반대 입장만 전달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조사 발표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1월 27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 당시에는 ‘뉴스9’의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를 살폈지만, 이후 제14조(객관성) 위반 여부가 추가 됐다. 방송소위 이후 ‘뉴스9’에 대해 여론조작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추가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 추천 위원들은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를 함께 다룰 경우,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인 듯, 병합 심의에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규정 상 문제될 게 없다고 봤다. 결국 정회 끝에 조정을 거쳐 병합심의를 하게 됐다.
11월 5일자 방송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엿보인다. 손석희 앵커는 정부 조치를 찬성하는 입장의 질문을 몇 가지 던졌지만, 실제로 그렇다기보다는 김재연 대변인이 사안에 대해 시청자에게 적극적인 해명을 잘 할 수 있도록 마당을 깔아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손석희 앵커가 정부쪽 입장을 설명하면 김재연 대변인이 적극 반박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추임새 역할을 한 셈이다.
JTBC ‘뉴스9’, 여론조사 결과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다루지 않아 시청자 혼동
방통심의위는 이와 함께, 뉴스 후반부에서 해산 청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기념 인터뷰 말미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에 관한 의견을 유도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방통심의위 측은 “JTBC ‘뉴스9’는 정부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청구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을 다루면서 당사자와 일방적 입장을 가진 전문가만을 출연시켜 장시간 의견을 들었다는 점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권혁부 방송심의소위원장은 “정당 해산 청구에 찬성한다는 (시민 대상 여론조사)응답이 47%, 반대한다는 응답이 22%로 찬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음에도 손석희 앵커는 ‘이석기 의원 등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온 뒤에 답하겠다’는 응답 19.3%를 반대쪽과 합쳐 놓고는 찬반 응답률 격차가 ‘오차 범위 내’라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심의위는 “보도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안을 다루면서 이를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않아 시청자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병상 JTBC 보도국장은 “리포트할 때 선택과 집중을 한다. 정당 청구 해산 사유는 최대한 압축해서 전한 뒤 통합진보당 당사자를 불러서 그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으며,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인데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그 부분을 다루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손석희 ‘뉴스9’ 감싸던 야당 추천 위원, 심의 비난하며 퇴장도
방통심의위는 이날 징계 수위 결정에 있어 일부 위원이 경고 및 주의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5명이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의견을 냈다. 특히 두 명의 야당 추천 위원들은 손 앵커의 JTBC ‘뉴스9’ 징계가 부당하다면서 비난을 쏟아낸 뒤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는 ‘관계자 징계 및 경고’ 5인(박만 권혁부 엄광석 최찬묵 구종상 위원) ‘경고’ 1인(박성희 위원) ‘문제없음’ 2인(김택곤 장낙인 위원)으로 JTBC ‘뉴스9’에 대해 다수 의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조처를 결정했다.
한편 방통심의위의 JTBC ‘뉴스9’에 대한 심의는 조만간 또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방심위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이하 보도교양특위)가 진행한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9’ 11월 26일 방송에 대해 제재 의견을 냈다.
파문이 일었던 박창신 신부 발언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소위 진보 성향의 변호사의 의견만 방송한 것이 문제가 됐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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