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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NLL 제2라운드와 ‘외도’

대선 패배자 문재인의 계속적인 도전과 후폭풍의 분석


심상근
2013. 06. 26.

문재인 전 대선 후보는 내가 생각한 만큼 군자가 아닌듯하여 실망스럽다. 선진국의 경우, 대선에서 패하면 입을 다문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선 후보는 지속적으로 대선 시의 경쟁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한 공세를 지속하였다. 이는 정치적 결례에 속한다.

내가 늘 주장하는 대로, 한국 정치는 조선왕조의 사색당파 싸움에 넥타이만 걸쳐놓은 것이다. 이는 진실이다. 게다가 남북한이 갈라진 후에 본격화된 남남갈등은 한없이 격화되고 있다. 끝이 어디인지 감도 잡을 수 없다.

지난 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NLL공방에 관련하여, 국정원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중앙일보 25일자 기사에 의하면:

“박영선 의원은 17일 “국정원 내부 고발자로부터 들었다”며 “NLL 포기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수면 아래로 잠겨있던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은 재등장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박 의원의 발언 경위뿐만 아니라 진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등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NLL 논란을 촉발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1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영선 의원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인용 끝)

이에 국정원장도 발끈하였고, 결국 ‘2007년 김정일-노무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2급비밀에서 일반문서로 전환한 후 전격 공개하였다. 다음은 25일자 국제신문 기사의 일부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25일 2급 기밀문서로 분류해 보관해온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전격 공개한 것과 관련,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회의록 공개 이유를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회의록 조작•왜곡 의혹 제기에 맞서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을 떠날 각오로 공개 결정을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내가 왜 사퇴하느냐, 사퇴할 용의가 없다"고 부인했다.” (인용 끝)

그 공개된 전문을 읽으면, 과연 ‘반미면 어떠냐?”던 노무현답다. 원래 거침없는 성격이었다. 장인의 사상문제에 대하여 언론에서 거론하자 “그러면 나보고 이혼하란 말이냐?”하였고, 대선후보에 확정되자 장인묘소부터 찾아가 참배를 하였다. 주관이 확실하다.

물론 당시 대선 시기 중, 국민들 대부분은 엄청 불안하게 느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은, 헌법 상 그리고 실제로, 남한의 흡수를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한 이상으로 자유롭고 잘산다면 흡수에 대한 우려 내지 공포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자유와 풍요에 익숙해진 남한 주민들에게는 북한으로의 흡수는 수용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일부 남한 사람들은 의견이 다른 것 같다. 이들을 통칭 종북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북한에 의한 남한 흡수를 심지어 방조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그들 중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식들을 외국으로 빼돌린 경우도 많기는 하다. 자기 자식만 빼고 나머지는 북한의 지배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정몽준 의원도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억만장자 정통보수 대선후보로서 그는 노무현 후보를 엄호하여 주었고 이는 국민들의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켜주었다. 억만장자가 괜찮다는데, 기껏해야 재산 수억, 수십 억 가진 민초들이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정몽준 당시 대선후보는 그러한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대한민국은 하여간 희한한 나라다. 정몽준, JP, 이인제, 박찬종… 희한한 보수정치인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거침이 없고 겁이 없고, 주관이 하늘의 태양처럼 확실하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홧김에 공개한 그 회의록 전문을 보면 이는 확실하다.

관건은, 나머지 남한 사람들, 특히 진보진영 사람들의 반응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그 공개된 전문으로 밝혀진 주장, 즉 NLL 지역을 공동경제구역으로 만들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하여 지지를 하고 나섰다.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문제는, 북한의 흡수의지에 대하여 공포를 가지고 있는 남한 주민들의 의견이다. 그들의 의견에 의하면, 그렇게 덜컥 남북 경계선을 허물고 군대까지 빼고 경찰들을 배치하고 그런 경우, 간첩들의 침투에서부터 6.25 식 급습에 대하여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느냐? 그러한 조처로 인하여 더욱 기승을 부릴 종북들의 준동은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느냐? 이러한 우려들이다.

북한에 의한 흡수에 대한 공포는 사람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경상도 우파들은 죽는 것이 오히려 났다고 생각할 것인 반면, 민노총과 전교조 핵심간부들은 별로 우려를 안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충 보아서 국민 절반 이상은 엄청 우려를 할 것이다. 자유와 풍요는 마약과 같아서 한 번 익숙해지면 떨어지기 아주 싫어한다.

종북 내지 종북 비슷한 기류는 진보정권 10년 간 상당히 보편화되었다. 경찰서 쳐들어갔던 사람들이 애국자로 분류되어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고, 뭐 그런 식으로 많이 진행되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도 그러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소동을 피우면서도 익숙해진다.

이는 외도와 비슷하다. 박정희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엄청 잘살게 만들었는데, 그 결과 발생한 부작용들 중 하나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러브모텔들이다. 5.16혁명 이전에도 바람 피우고 싶으면 여관에 갔다. 그러나 사회가 가난하므로 그런 일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가난은 소금과 같아서 사람들을 건실하게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잘살게 되면서 벼락부자들답게 한국인들은 ‘외도’에 상당히 몰입하기 시작하였다.

한민족의 경우, 원래 외도는 남자들의 특권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못난 남자들에 속하였으면서, 그래서 여자들 고생은 세계 일등으로 시키면서도, 남자들은 권력이나 부를 얻으면 곧장 외도로 치달았다. 여자들에게는 질투를 하면 지옥에 간다는 식으로 윽박질렀다. 지랄도 정말 상 지랄이었고, 못난 것들이 더 설친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주부들은 남편이 출장을 가면 내복과 더불어 콘돔을 챙겨주었다. 임신시키지 말고 성병 옮겨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출장을 가면 단체로 외도를 하므로 남자들은 혼자 빠질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한강의 기적’ 이후 잘살게 되자 여성들도 외도에 합류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 대에 한국에 다니러 온 적이 있었다. 한 대기업 부장이 나를 태우고 광주 광산업단지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그는 휴대폰으로 그의 한 후배와 통화를 하였다: “야, 내 의사가 미국 제 바이아그라를 먹지 말라고 하는데, 너, 중국제 가지고 있다면서? 바꾸자!” 어쩌고 하길래, 나는, “부인을 엄청 위하시네요!” 하니까, “심 박사님도 순진하시기는… 그렇게 귀한 것을 누가 자기 마누라와 잘 때 사용해요?”하길래, “그러면?” 하니까, “이 번 주말에 후배가 주부 한 명 소개해 주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준비하는 거예요.”

미국에서 30여 년 살던 ‘미국촌놈’인 나는 눈만 껌벅거리며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해석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니까 그는 한 마디 친절한 해설을 해주었다: “요즈음 한국에서 가정 지키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나는 그 말도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가정을 지킨다?” 외도를 안 하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듯하였다.

한국에서는 부부동반이 드물다. 반면 미국에서는 동창회도 부부동반이다. 미국에서는 직장 가는 것과 화장실 가는 것 정도만 빼놓고는 무조건 부부동반이다.

초등학교 동창회가 한 예이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동창회는 열지 않는다. 열어도 생전 한 번 정도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매달, 매주 동창들이 만나는 예가 흔하다. 그런데 이 것이 부부동반이 아니다. 정말 지랄이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온갖 남녀클럽들이 회원모집을 하는데, 부부동반 모임이 아니다. 남편, 부인 따로 가입하여 남의 집 사람들과 섞인다. 러브모텔이 우후죽순 들어선 것이 당연하다. 미국에서는 그런 모임도 없고 시간제 러브모텔은 한 개도 없다. 세워도 손님 없어서 망한다. 미국은 사랑이 없으면 이혼한다. 한국처럼 거국적으로 대량 사기를 치지 않는다.

단체로 어디를 놀러 가면 휴게소에 들려 화장실을 가는데, 서서 오줌 누면서 걸프렌드 이야기를 솰솰 거침없이 서로 나눈다. 휴대폰에 기재된 걸프렌드들 명단이 너무 길다면서, 삭제하는 요령을 서로 묻기도 한다. 듣는 쪽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어제 점심은 설렁탕 먹었다, 뭐, 그런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솰솰 나눈다. 한국은 확실히 천지개벽한 나라이다. 좋은 뜻에서건 나쁜 뜻에서건.

근 40년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지내면서 내가 놀랜 것은 상술한 두 가지 사안이었다. 즉, ‘종북’과 ‘외도’였다. 내가 1970년에 미국에 유학 갈 때의 한국은 이 두 면에서 엄청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별로이다. 사람들은 놀래지도 않는다.

그 2007년 남북정상회의록이 공개되자 대체적으로 진보진영에서는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식의 반응이다. 1970년경에는 그런 반응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외도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아주 많다. 부부 간 외도를 서로 용인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좋아진 것인지 지옥화 되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마누라가 수시로 나가 돌고 밤 늦게 들어오고 뭐 그래도 뭐라고 하기도 힘들다: “뭐가 문제예요, 요새 세상에 초등학교 동창들 만나 술 좀 마시고 그러는 것이 나 하나예요? 나 참!” 하는 식으로 반론을 펴면서 내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남편이 돈을 잘 못 버는 경우 극심하다. 들뜬 기색에 부쩍 생기가 도는 마누라 얼굴을 보며 담배나 펴 물고 한숨이니 쉬게 되는 남편들이 적지 않게 된다.

한 남편은 자기 마누라가 어떤 외간 남자와 잔 것을 알고 그 남자에게 찾아가 항의를 하였다. 그러자 그 남편은 별로 힘 안들이고 대안을 주었다: “약 오르면 내 마누라에게 가서 같이 자!” 이에 그 남편은 그 남자의 집으로 달려가서 그 남자의 부인에게 달려들었다. “왜 이래요?” 하자 그는, “네 남편이 내 마누라하고 잤단 말이야! 그런데 네 남편 이야기가, 가서 당신하고 자라고 하더라!” 문제는, 그 집 마누라는 힘이 엄청 셌다. 늑신하게 그 남자를 두드려 패고 경찰소로 끌고 갔다. 신문에 난 뉴스이다.

하여간, 심심할 사이가 없는 나라이다. 문제는, 종북이나 외도나, 그렇게 대수롭게 여길 수 없는 사안들이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식이다.

‘벼락부자’는 원래 행복과는 멀어지는 법이다. 1970년 내가 미국에 유학 갈 때에는 진짜로 지옥처럼 나라가 가난했다. 2013년 현재, 거의 모두가 1970년 당시 이병철 회장 댁 정도로 잘 먹고 잘 산다. 수백 년에 걸쳐 문명과 문화와 부를 차곡차곡 축적해온 서양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벼락부자 티가 너무 난다.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가장 행복할 때가 전철을 기다릴 때이다. 그 반짝반짝 빛나는 전철역 승강구에 서있으면 감개무량하다. 172명을 태우고 털털거리며 청량리에서 공릉동 서울공대 정문까지 달리던 그 지옥버스를 생각하면 정말로 행복하다.

반면, 상술한 바와 같은 어지러워진 사회기강들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나의 주업이었던 엔지니어 직업을 좋아했다. 사람들 대신 기계들을 상대로 하는 것은 언제나 축복이다. 스피노자는 일생 렌즈를 가는 일로 생업을 하였다. 명문대학에서 교수로 초빙하여도 거절하였다.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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