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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오늘 고승우 실장, 아프간 피랍 때 어떤 주장했나

2007년 7월26일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의 칼럼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은 ‘아프간 납치사건, 언론이여 자제하라!’라는 칼럼에서 민간인 납치사건 때 언론이 어떻게 보도해야하는지 훌륭한 지침을 내려놓았다. 이번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을 보도한 미디어오늘, 부산일보는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들이 곰곰이 읽어봐야 할 내용이라 판단해 전문을 인용한다.

미디어오늘 고승우 실장의 '아프간 납치사건,언론이여 자제하라' 칼럼 전문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1명이 희생당하고 나머지 인질들에 대해서도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은 인질 일부 석방 소식이 보도됐던 상황에서 나와 더 충격을 주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확인케 한 사례다.

신중한 보도 아쉬워

이번 납치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나 아프가니스탄 등 해당 국가 정부로부터 나오는 관련 정보는 극히 드물다. 책임있는 당국의 공식확인이 없는 상태에서 '카더라' 식의 외신 등에 대한 사실관계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정부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언론은 외신 보도에 의존하고 시시각각 그것을 전달하기에 바쁘다. 일부 우리 언론은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인물과 직접 전화 통화를 시도해 그의 말을 액면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으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결과적인 오보나 혼선을 조장하는 이런 보도행태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관계 검증 안되는 외신보도로 속보경쟁 해야하나

더욱이 이번 사건을 저지른 납치범들은 사건 초기부터 언론을 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 언론사에 납치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등 언론을 수단으로 삼아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요구 조건이 충족될 여건을 형성하려 시도하고 있다. 납치범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인질 살해와 같은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도 저지르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저지를지 예측키 어렵다. 언론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중동 지역에서 빈번한 납치 사건에 대한 외국 언론의 보도 관행을 살펴보게 한다. 외국 언론은 중동에 파견된 언론인들의 납치가 자주 발생하고 자사 기자들이 언제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언론인 납치 사건 발생 시 보도를 자제하는 엠바고를 지키는 일이 흔하다. 미국, 유럽 언론사는 물론 중동 지역의 언론 등도 보도 자제에 합류한다.

외국 언론사들이 기자 납치 사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납치 관련 보도를 할 경우 납치범들의 범행 목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게 되고 몸값의 요구에 이어 때로는 납치된 언론인 살해까지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괴 사건 발생 시 언론이 경찰 수사 과정, 또는 수사 종결 시까지 그 보도를 자제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중동지역서 언론인 납치 땐, 엠바고 걸고 보도자제하는 것이 관행

지난 2004년 바그다드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납치 되었을 때 20개 외국 언론사가 보도하지 않는 엠바고 행렬에 동참했다. 거기에는 알자지라 방송 등 중동지역 언론사도 포함됐다. 일부 언론사가 엠바고를 깨고 보도했으나 그 반향은 크지 않았다. 피랍된 프리랜서는 2일 만에 풀려났으며 그에 대한 보도도 몇 개 언론사에 의해 대부분 간략히 이뤄졌다. 지난 1994년 소말리아에서 AP 기자가 피랍되었을 때도 15개 언론사가 AP의 요청에 따라 엠바고를 지켰다. 당시 AP 기자는 20일 만에 무사히 석방되었다.

뉴스에 목말라 하는 언론사들이 인질 사건과 같은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을 외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 언론이 자제한다 해도 다른 언론이 보도해버리면 엠바고는 쉽게 깨지기도 한다. 납치범들은 어떻게 하면 언론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을 구사한다. 언론의 생리에 훤하다. 인질이 살려달라고 애걸하거나 인질을 살해하는 장면을 언론매체에 내보낸다. 이를 주요 언론들이 외면할 경우 작은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토록 하거나 그도 아니면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흘린다. 그렇게 하면 대중매체들이 뒤따라 보도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언론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인에게 그것은 뉴스다. 일반적으로 언론인들은 그것을 보도하려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언론 고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보도 통제가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언론사들이 엠바고를 통해 보도 자제를 하는 것은 보도 통제와는 구별한다. 보도 시점이 늦어질 뿐 보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민간인 납치 때도 자제력 발휘해야

중동 파견 외국 언론사들의 기자 피랍 사건에 대한 보도 자제는 민간인의 경우에 적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이는 피랍된 민간인의 소속 기업 등에서 엠바고를 요청치 않거나 엠바고 요청 이전에 보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인 피랍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최대의 납치 사건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 언론사들도 근거 없는 보도는 자제하고 외국 언론사에 대해서도 그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외국 언론사들이 언론인 피랍 사건에 보여주고 있는 자제력을 민간인 피랍 사건에서도 실천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은 언론사나 언론단체가 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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