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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오락가락 미디어오늘의 엠바고

노무현 정권 아프간 피랍 당시, 언론에 자제 요청하기도

국방부 엠바고 파기 건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미디어오늘은 이 시간까지도 연일 국방부 및 정부 비판에 올인을 걸고 있다. 미디어오늘 측이 항변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디어오늘은 엠바고에 동의한 적도 없고, 이미 부산일보에서 엠바고를 먼저 파기했기에 엠바고는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보도했다. 둘째, 엠바고를 파기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아닌 기자단 내에서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엠바고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이 같은 기준은 그간 일관적으로 지켜져 왔을까?

미디어오늘은 전체적으로 엠바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친노좌파 언론운동가들이 조직한 언론노조의 기관지라는 점에서 이는 역사적으로 정당성을 갖고 있다. 그 점에서 이번 미디어오늘의 반발은 그간 일관된 미디어오늘의 관점이라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역시 노무현 정권 당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아일보, 문화일보 등 노 정권 비판 매체들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즉 이들 매체들이 정권으로부터 부당하게(미디어오늘 기준) 제재를 받을 때는 그간 미디오늘이 외쳐왔던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타 매체를 비판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일관성의 결여는 가히 치명적인 문제다.

노 대통령 일정 공개한 문화일보, 청와대로부터 3개월 출입정지 받아

미디어오늘 2003년 11월5일자 ‘청와대 3개월 출입정지에 문화일보 반발’ 기사는 바로 이 엠바고 관련 청와대와 문화일보 간 갈등을 다루고 있다. 기사는 “청와대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의 지난 3일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 참석’ 일정을 지난달 30일 보도한 문화일보와 5일로 예정됐던 노 대통령의 광주방문일정을 지난달 23일 보도한 전남일보 출입기자에게 각각 3개월씩의 출입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공고했다”면서 “이에 대해 문화일보 청와대 출입기자는 “대통령 경호가 보안을 요구하는 사안임은 이해하나 통상 대통령 일정은 사전에 고지하고 엠바고(보도시점 제한)를 지켜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김대중 도서관 방문일정의 경우 사전고지도 없었다. 지난 3일로 도서관 개관식 행사가 예정돼있었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이니 현직 대통령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자체 취재를 통해 기사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다른 사례와 똑같이 3개월 출입정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화일보 측은 ”청와대 측의 조치가 악의적이라 보지는 않기 때문에 재검토를 요청했다“는 선에서 타협했다. 즉 문화일보 측은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하면서도 청와대 측의 입장도 존중하는 중간 지점에서 절충했던 것이다.

당시 문화일보에 대한 제재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아니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내려졌다. 이에 청와대 기자단은 문화일보에 대한 제재의 타당성 문제로 논의까지 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 기준으로 보면 이는 명백히 권력의 언론자유 침해 건이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당시 권영만 청와대 춘추관장의 주장을 지면에 대폭 반영한 뒤 “청와대와 문화일보가 이번 사안에 대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 대목이다”라며 한발 뒤로 물러선다.

과연 이명박 정부에서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똑같은 일을 당했더라도 미디어오늘이 이처럼 온건한 보도를 했을지 의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노 대통령의 일정을 보도했다고 중징계를 내린 청와대에서 바로 한 달 뒤 친노세력 선동을 위한 정치적 행사 ‘리멤버1219’에 노 대통령이 참여한다는 사실을 각종 인터넷사이트에 널리 알렸다는 점이다. 이에 몇몇 우파언론이 청와대 측 정략을 비판했으나 미디어오늘은 침묵을 지켰다.

정부와 여당 편의 봐준 노동부 기자단의 엠바고, 조선일보 중징계 받아

노무현 정권에서는 문화일보 외에도 조선일보가 정부와의 충돌로 인해 엠바고를 파기하며 갈등을 빚는 일이 많았다. 2006년 1월4일자로 문갑식 조선일보 기자가 당정 협의 내용인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관련 보도를 했다가 노동부 기자단으로부터 1년 간 출입 금지 처분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당시 제재는 문갑식 기자 개인이 아니라 조선일보 전체를 대상으로 내려진 중징계였다.

노동부 기자단의 엠바고는 통상적인 주요 정부 기밀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노동 정책 관련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열린우리당의 당정 협의과정에 대한 엠바고였다. 즉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가 입법 예고를 하기 전에 경쟁적으로 보도하게 되면 정책 혼란이 초래된다는 명분으로 보도를 유예하자고 기자단 내에서 합의했던 것이다. 이런 건은 사실 엠바고 자체가 문제가 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당시 문갑식 기자 역시 “징계 결정 과정에서도 어떠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기자단 마음대로 유례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기자단이 없어지고 통합브리핑제로 바뀐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기자단 차원에서 징계를 내리느냐”며 “기본적으로 기자단 제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엠바고 자체의 부당성, 기자단의 징계 절차 문제점이 드러난 사건이었지만 역시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노동부 기자단은 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 경쟁적으로 보도할 경우 과도한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입법예고 기간까지 엠바고를 지키기로 했다”고 기자단의 손을 들어준다. 만약 이명박 정부 하의 고용노동부에서 한겨레 기자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미디어오늘의 보도는 어떠했을까?

아프간 피랍사건 당시 “언론은 보도 자제하라” 촉구한 미디어오늘

한편 이번 소말리아 해적 군사작전과 유사한 사건이 노무현 정권 하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피랍사건이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놀랍게도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까지 보도 자제를 적극 요청했다.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은 2007년 7월26일 미디어오늘 인터넷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번 한국인 피랍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최대의 납치 사건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 언론사들도 근거 없는 보도는 자제하고 외국 언론사에 대해서도 그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외국 언론사들이 언론인 피랍 사건에 보여주고 있는 자제력을 민간인 피랍 사건에서도 실천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은 언론사나 언론단체가 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특히 고승우 실장은 외국의 사례까지 친절하게 소개해놓았다.

“지난 2004년 바그다드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납치 되었을 때 20개 외국 언론사가 보도하지 않는 엠바고 행렬에 동참했다. 거기에는 알자지라 방송 등 중동지역 언론사도 포함됐다. 일부 언론사가 엠바고를 깨고 보도했으나 그 반향은 크지 않았다. 피랍된 프리랜서는 2일 만에 풀려났으며 그에 대한 보도도 몇 개 언론사에 의해 대부분 간략히 이뤄졌다. 지난 1994년 소말리아에서 AP 기자가 피랍되었을 때도 15개 언론사가 AP의 요청에 따라 엠바고를 지켰다. 당시 AP 기자는 20일 만에 무사히 석방되었다.”

역시, 과연 이명박 정부 하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미디어오늘이 정부를 대신해 이런 식의 적극적 보도자제 요청에 앞장섰을까? 이번 소말리아 해적 납치 사건과 비교해보면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는 일이다.

고승우 실장은 현재 미디어오늘과 언론노조 등이 주장하는, 정부가 아닌 기자단이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면으로 뒤집은 바 있다. 고 실장은 2007년 8월8일 ‘엠바고, 한국적 후진성 심각하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엠바고는 취재원이 요청해서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엠바고 파기는 신사협정을 깨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취재원은 정보 추가 제공 중단과 같은 불이익을 엠바고를 깬 해당 언론에 취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엠바고를 기자단이 자율적인 형식으로 발동하는 관행이 굳어진 것은 매우 특이하다. 그것은 과거 군사정권이 언론을 뒤에서 통제하면서 겉으로는 언론 자율이란 형식을 꾸미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닌가 한다.

우리 사회의 정치 민주화가 달성된 뒤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자실이 주도권을 쥐고 엠바고를 발동시키는 일이 많았다. 기자실의 편의대로 출입관청과 협의해 엠바고를 거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이 우리 현실이었다. 항상 누구나 보도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것에 제약을 가하는 자기들만의 원칙을 고집해온 것이 사실이다. 기자실의 집단이기적인 엠바고 발동에 반발한 일부 기자들이 그것을 깰 경우 기자단이 제재를 가하는 일은 또 다른 관행이었다.

이런 기자단의 행태는 엠바고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발동시킨다는 저널리즘에 어긋난 것이다. 엠바고는 언론이 자율적으로 거는 것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은 외국 언론인이나 언론학자들이 보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한국적인 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언론의 잘못된 관행은 고치는 것이 좋다. 언론의 모든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이번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 관련으로는 언론노조와 기자협회의 “엠바고 요청을 존중하되 국민들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판단은 언론인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는 성명서를 대서특필하며 기자단의 결정에 따라야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주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결국 미디어오늘의 엠바고에 대한 기준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권이냐 아니냐, 자신들이 비난하는 언론사냐 아니냐에 따라 오락가락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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