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던 자신에게 주거지를 제공한 은인(恩人)을 살해한 뒤 돈까지 훔쳐 달아난 `배은망덕'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15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성 증후군을 앓던 A(44)씨는 작년 6월께 서울 등촌동 K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B(54)씨를 알게 돼 친하게 지냈다.
3개월 뒤 퇴원한 A씨는 여전히 술을 끊지 못해 국가로부터 받은 기초생활 수급액을 술 마시는데 탕진했고 위궤양으로 여러 병원의 응급실을 전전했다.
B씨는 무직이고 주거가 일정치 않던 A씨의 처지가 안타까워 같은 해 11월께부터 서울 신길4동 자신의 5평 짜리 집에서 살게 했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해 남의 집에 얹혀 사는 처지를 비관하던 A씨는 B씨가 평소 "술과 담배를 끊고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권유하자 B씨에게 내심 반감을 품게 됐다.
작년 12월8일 오후 10시30분께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A씨는 B씨가 곤히 자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A씨는 방에 있던 둔기로 B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뒤 현금 4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동하)는 이날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특별한 동기도 없이 주거지까지 제공한 B씨를 살해하고 돈까지 절취했으며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은 점 등을 감안, 중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ngine@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