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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고비고비마다 협상 진전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쇠고기와 '쇠고기 뼈'였다.

2일 타결 당일까지 전체 협상의 성패를 쥐고 있었던 이 쇠고기 문제가 어떻게 극적으로 풀린 것일까.



◇ 검역 - 집요한 설득..신뢰 회복

미국측은 지난달 5~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번째 농업 고위급 협의에서부터 '뼈를 제거한 살코기'라는 현행 위생조건을 고쳐 뼛조각을 문제삼지 말고, 오는 5월 자국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 등급이 나오면 즉시 뼈를 포함한 모든 쇠고기까지 전면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부분반송' 제안을 통해 작년말 잇따른 뼛조각 검출로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의 실질적 교역을 재개하려던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 등 우리 협상단으로서는 혹 떼러 갔다가 오히려 붙인 격이었다.

일단 우리측은 뼈의 광우병 안전성이나 이에 따른 수입 위생조건 변경은 OIE 평가 결과가 나온 뒤에야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돌아왔다.

같은달 11일 미국이 검역 전문가 패널로부터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이를 OIE 과학위원회가 승인했다는 '예비 판정' 결과가 확인되면서 미국측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지난달 19~20일 2차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측은 5월 미국의 '광우병 통제국 등급' 판정을 아예 기정 사실화하고, 이 등급에 맞춰 뼈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이 가능토록 위생조건을 바꾸는 일정 등에 합의하자고 주장했다.

두 차례 한미 농업 고위급 협상은 형식상으로 뼈 문제 등 쇠고기 검역과 FTA 관세 문제로 나뉘어 진행됐지만, 갈비 등의 수입을 관철하려는 미국 협상단과 의회는 이 즈음 협상장 안팎에서 "쇠고기 검역 문제 해결없이 FTA 체결이나 비준은 어렵다"며 끊임없이 검역문제를 FTA와 연계, 한국을 압박했다.

급기야 FTA 협상 막판에는 쇠고기가 미국측이 내세우는 '딜 브레이커(협상타결 좌우할 요소)'로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미국 입장에서는 광우병 발생으로 잃어버린 1조원 규모(2003년 기준)의 한국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적 이익이 크다해도, 미국측이 두 달이나 남은 OIE 총회 결과를 무리하게 FTA와 엮어 고집을 부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미국이 검역 문제와 관련, 우리측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미FTA 협상 과정 내내 농업 고위급 협상대표를 맡았던 민동석 대표는 "1차 고위급 협상 당시까지만해도 우리에 대한 미국측의 불신이 너무 깊어 협상이 정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우리가 작년말 수 ㎜ 크기의 뼛조각을 이유로 세 차례나 수십t의 쇠고기를 전량 되돌려보낸 것을 보고, 미국은 5월 자신들이 '광우병 통제국' 등급을 받더라도 한국이 이런 저런 핑계로 독자적 위험평가 절차를 미루며 실질적으로 쇠고기 금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의심했다는 얘기다.

민 차관보 등 우리 협상단은 이 같은 미국의 오해를 풀기 위해 뼛조각 반송의 경우 현행 위생조건 해석에 충실할뿐 교역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는 점, OIE 판정은 존중하겠지만 자체 위험평가 등 검역 주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점 등 협상 때마다 우리의 입장을 조목조목 미국측에 설명했다.

민 차관보는 "협상이 거듭될수록 미국측이 우리 상황과 입장을 점차 이해하고 믿기 시작하더라"며 "2차 고위급 협상 때부터 서서히 미국측의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주 시작된 FTA 장관급 최종 협상 초반 위생조건 개정 일정의 '문서화'까지 요구했던 미국측은 우리측이 거듭 논리적 설득과 함께 OIE 판정 이후 원활한 처리 의사를 밝히자 협상 중반 이후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다.



◇ 관세 - '버티기' 협상 전략의 승리

쇠고기 관세 문제의 경우 미국측은 1주일전 막판 장관급 협상이 시작될 당시만해도 현행 40% 관세의 즉시, 완전 철폐를 주장했다.

반면 우리는 축산 농가의 경쟁력과 구조조정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최소 15년 이상의 장기 관세 철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대치하던 농업 관세 협상의 분수령은 당초 첫번째 협상 시한으로 알려졌던 지난달 31일 새벽 1시 무렵이었다.

실무 농업분과 협상을 이끈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오랜 설득에도 미국측이 15년이상 관세 철폐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31일 자정 무렵 불과 협상 시한을 1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좀 쉬었다 하자"며 '일시 휴전'을 제의했다.

협상 시한에 쫓겨 우리가 5년이나 10년내 철폐 정도로 수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던 미국측의 표정이 적쟎이 놀란 것 같았다는 것이 협상단 관계자들의 전언.

이후 약 2시간 후 새벽에 재개된 협상부터 주도권은 우리 쪽이 쥐게됐다. 배짱 버티기가 승리한 셈이다.

결국 미국측은 배 국장을 비롯한 우리 협상단이 끊임없이 국내 축산 농가의 현실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는 동시에 "이것만은 꼭 지켜야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자 우리측이 제시한 15년의 쇠고기 관세 유예 기간을 받아들였다.

미국측 고위급 협상대표 리처드 크라우더 USTR 농업협상관은 출국 직전 우리 협상단과의 인사 과정에서 배 국장과는 유독 '포옹'의 례를 나눴다. '싸우면서 정든 강한 적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라는 것이 농림부 내부의 해석이다.



(서울=연합뉴스)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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