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협상의 최대 쟁점인 쌀.쇠고기.감귤 등 주요 민감품목의 양허(개방) 방향과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가 지난 19일부터 진행된 고위급 협상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다음주 열리는 장관급 협상으로 넘겨졌다.
고위급 협상 우리측 수석대표인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21일 브리핑에서 "쇠고기 오렌지는 확실히 장관급 협상으로 넘어갈 것이고, 나머지 품목들 중에도 꽤 많은 품목이 다음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쇠고기 문제도 진지한 논의를 통해 서로의 상황과 입장을 인식하게 되었으므로 장관급 협상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찾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민 차관보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사흘간의 협상에서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낙농품.고추.마늘.양파.인삼.사과.포도.배.오렌지.감자.견과류.주정.보리.옥수수 등 여러 품목의 양허 방향을 논의, 일부 품목에서는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쇠고기.오렌지.돼지고기 등 초민감품목의 경우 현행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과 관세 철폐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맞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의견이 좁혀진 품목도 부대 조건이 붙거나 다른 품목의 합의를 전제로 한 것들이 많아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검역 문제의 경우 미국은 계속 5월 자국의 '광우병 통제국 등급' 판정을 상정하고 즉시 뼈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이 가능토록 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기본 사항에 합의하자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미국측은 "언제 미국산 뼈있는 쇠고기 수입이 가능한지, 언제까지 독자적 광우병 위험평가 절차를 마칠수 있는지 일정을 다음주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민 차관보는 "지난해 1월 현행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합의하기 전, 우리가 자체적 위험평가를 마치는데 1년이 걸렸다"며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5월말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위험등급 평가가 나온 뒤 우리가 그때부터 절차를 시작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미국측의 요청에 대해 우리측은 어떤 등급 판정을 받을지는 5월말에야 확정되므로, 그에 앞서 우리의 자체적 위험평가 계획과 일정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민 차관보는 쇠고기 검역 문제에서 양국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고해도 FTA 타결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민 차관보는 "쇠고기 검역 문제는 FTA의 공식 의제가 아니므로 이것이 안 풀렸다고 해서 협상 자체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측도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회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지, 한미FTA 협상 결과를 30일까지 낼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쌀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수석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쌀을 거론해도 되느냐고 물었으나 '절대로 안된다'고 말한 적은 있었으나, 아직 공식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쌀을 거론한 적은 없다"고 그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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