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주요 쟁점인 농업 분야에서 좀처럼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의 강경한 태도와 현격한 입장 차이로 미뤄, 결국 농업은 앞으로 통상교섭본부장 또는 대통령간 최고위급 논의를 통해 'FTA 타결'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개방의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美 "민감품목 인정 못한다"
19일 2차 고위급 협상 첫 날 우리측은 8차례의 실무 협상이나 1차 고위급 협의때와 마찬가지로 쌀.쇠고기.오렌지.감자.대두.낙농품 등 우리측 '민감 품목'을 인정하고 우리가 '즉시 관세 철폐'를 대신해 민감도와 시장특성에 따라 품목별로 제시한 양허제외, 수입쿼터(TRQ), 세번 분리, 계절관세 등의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궁극적으로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없애야 한다"는 원칙을 꺾지 않았고, 우리가 제시한 계절관세나 수입쿼터(TRQ) 등의 대안에 대해서도 적용 기간을 줄이고 할당 물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민동석 농림차관보는 이날 협상에 앞서 "농업 분야는 미국이 요구하는 분야이므로 미국이 요구 수준을 낮추고 좀 더 유연성 있는 자세로 다가와야지 원칙적 입장만 고수해선 안된다"고 말했으나, 결국 기대와 달리 미국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농림부 "빅딜 없다"
그러나 국민 정서와 농가 피해 등을 고려할 때 쌀이나 쇠고기 등 초민감품목을 두고 마땅히 더 물러설 자리가 없는 것은 우리측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부는 쌀의 경우 결코 협상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기본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쌀을 강하게 요구하면 FTA 장래를 장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고, 우리측 수석대표인 민동석 차관보도 협상 개시 직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로서는 쌀이 가장 아픈 부분이므로 협상 막판에 미국이 쌀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성' 메시지까지 전달했다.
섬유나 자동차 등 다른 분야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농업을 희생하는 '빅 딜' 가능성도 농림부는 일축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단 오찬에서 "농업 분과 안에서는 품목별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분야와 농업을 주고받는 식의 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부 내 '빅 딜' 관련 압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압력은 조금도 없다"고 단언했다.
◇ 마지막까지 줄다리기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미뤄 농업 협상은 결국 마감 시한 '끝'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음주 초 서울에서 열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또는 카란 바티아 부대표)간 통상장관 회담이나 그 이후 대통령간 최종 조율에서 협정 타결에 따른 양국 이익의 전체 균형을 맞추는 선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에서 쇠고기 등 농업 분야의 시장 확보가 가장 큰 관심사고, 우리로서는 이 같은 공세를 끝까지 방어할 뿐 아니라 다른 협상의 지렛대로도 활용해야하는 입장인만큼 농업 부문의 줄다리기는 FTA 협상의 가장 마지막 단계까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장관도 이날 "기본 틀에서부터 이견이 있었는데 오늘 내일 이틀간 그런 문제점들이 100% 해결되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지 않나. 그만큼 입장 차이가 있다는 얘기"라며 이번 고위급 협상 전망이 밝지 않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그는 오찬에서 "이달 말까지 아직 일주일이상 남지 않았느냐. 서두를 분야는 서둘러야겠지만 신중하게 갈 분야는 느리게 가야 한다"고 말해 협상 시한에 쫓겨 쉽게 민감 품목을 내줄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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