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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업 정상화 우선, 자본 확충 농협 스스로

"경제사업의 정상화가 농협 신용.경제사업 분리(신.경분리)의 최우선 조건", "신.경 분리에 필요한 자본은 농협이 스스로 마련하라".

25일 신.경분리위원회가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와 관련, 이런 내용의 건의안을 제시하고 정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농협측은 경제부문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10~15년내 달성을 점치기 어렵다는 점,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 경제사업 정상화 강조

신.경분리위원회는 건의안에서 경제사업(유통 등) 활성화 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약 10년 후 이 부분의 독자적 경영 기반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사업(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목표를 어느 수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필요 자본 규모와 달성 시점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협이 주장한 10%를 목표로 하면 4조5천618억원, 농협 신용부문의 현재 수준인 11.81%를 유지하려면 5조3천697억원, 시중은행 평균 수준인 13%를 맞추려면 5조9천43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고, 각 비율을 충족하는데 8년, 12년, 15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위원회 분석대로라면 BIS 목표에 따라 신용 부문의 건전성이 경제사업 정상화보다 앞서 달성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농림부와 신.경분리위원회는 아무리 신용부문의 건전성이 충분한 수준에 이른다고 해도, 10년이 걸리든 15년 이상이 걸리든 경제사업이 제대로 굴러가기 전까지는 무리한 신.경분리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현출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은 "신.경분리 추진 배경의 핵심은 신용사업이 독자적으로 굴러갈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사업의 독자생존, 자립이 가능한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 경제사업 왜 문제인가

그렇다면 현재 농협 경제사업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농협 경제사업은 원래 농업인을 대신해 농산물의 수탁판매를 수행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장 농업인으로부터 생산물을 넘겨 받아 가공, 판매하고 그 대금을 다시 농업인에게 돌려주고 정산하는 과정에서 운영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선조합의 경제사업은 일반 유통업자들과 다를 바 없이 현금을 주고 농산물을 사서 자기 책임 아래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다. 품질이 좋지도 않은 물건을 비싸게 사 되파는 과정에서 적자를 보고, 적자로 인해 우수 인력을 놓치고, 우수 인력 부족으로 다시 영업.판매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농협 경제부문은 일선조합에서 약 8천억원, 중앙회에서 1천500억원 등 거의 해마다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다. 이 적자의 많은 부분은 농협 신용부문의 이익으로 메워지고 있다. 신.경분리는 바로 이처럼 어려움에 빠진 경제사업을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농협중앙회 신용사업의 건전성도 함께 살려야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 일선조합 판매에 7조, 중앙회 유통에 6조 투자 필요

위원회는 2015년까지 농협의 국산 농산물 유통 분담 비율을 60%(18조원)까지 끌어올리려면 일선조합 판매사업이 보다 규모를 이뤄 조직화하고 중앙회의 도.소매 유통사업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일선조합 판매사업에 무이자.저리 자금 형식으로 총 7조원을 지원, 조합공동사업법인 200개소, 품목조합 50개소, 광역합병조합 30개소, 선도조합 402개소, 연합마케팅조직 100개소 등 핵심 산지유통 주체를 육성할 것을 권했다. 또 중앙회의 대형판매장과 유통센터를 2015년까지 각각 34개, 3개 더 지어 총 3개, 15개까지 늘리도록 권했다. 2005년 현재 125개인 도시조합 중심의 슈퍼슈퍼마켓(SSM) 역시 2015년까지 500개로 늘리고 일선조합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농협(NH)식품이 조합별로 추진하기 어려운 농산물 가공.판매사업을 맡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같은 중앙회 도매유통 사업 강화를 위해서는 6조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경제사업의 대상이 자연재해 등 위험 요소가 많은 농산물인 만큼 신.경 분리가 이뤄진 뒤에도 2조원 이상의 '경제사업 안정화 기금'을 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위원회는 강조했다.

또 신.경 분리 뿐 아니라 지도 사업까지 독립법인으로 나뉘어도 지도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신용 사업체가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최소한 현재 수준의 세제 혜택이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위원회는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과 사업 분리를 총괄 조정하고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정부.농민단체.전문가.농협 등이 참여하는 '경제사업 활성화 위원회(가칭)'을 설치.운영하도록 권했다.

◇ 농협 "차입 많으면 경제사업 독립 더뎌질 수도"

신.경분리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방안과 농협이 지난해 6월 위원회에 제출한 신.경분리 추진 계획을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경제부문 정상화에 필요한 자본금 추정 규모다. 농협은 애초 7조720억원을 제시한 반면, 위원회는 이보다 2조4천억원 정도 적은 4조6천198억원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이는 농협의 경우 100% 자기자본을 통한 경제 활성화 투자를 가정한 반면 위원회는 자기자본에 차입을 더하는 방식을 고려했기때문이다.

이강신 농협중앙회 새농촌새농협추진단 차장은 이와 관련, "현재 적자 상태인 경제사업을 계속 차입으로 꾸려나가면 적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위원회는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농협이 일선조합 출자금(2천812억원), 중앙회 자체이익잉여금(5천438억원) 등 8천250억원을 해마다 쌓아 필요 자본을 스스로 마련하도록 권했다.

농림부 박 국장은 "정부가 자본금을 지원하면 국책은행이 되고, 농협 신용부문을 공모를 통해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조합으로서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농협 스스로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농협의 이 차장은 "농협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경제사업 활성화 과정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은 이와 함께 10~15년이면 경제사업 정상화와 신용부문 건전성이 어느 정도 동시에 확보될 것이라는 위원회의 기간 추정이 계획으로 굳어지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경제사업 정상화'의 기준은 일선조합원 및 조합장들의 주관적 판단이 최우선이고, 수치상 개선된다는 전망만으로 10년 뒤 신.경분리 착수를 기정 사실화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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