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좌파 권력의 분화: 이재명 모델과 김어준 모델의 충돌

인싸잇=심규진 정치에서 호칭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인식의 문제다. 누구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그 인물을 어떤 권력 위계에 놓고 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최근 김어준이 방송에서 대통령 배우자를 김혜경 여사가 아니라 김혜경 씨라고 호칭한 장면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여권 내부 인사가, 그것도 오랜 시간 정치적 공생 관계에 있었던 인물이 공개 석상에서 여사라는 최소한의 정치적 호칭조차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확한 신호다. 이는 이재명을 대통령 권력의 중심으로 온전히 인정하지 않겠다는, 혹은 더 이상 그 권위를 전제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현재 여권 내부의 갈등은 단순한 당권 다툼이 아니다. 이는 한국 좌파 정치가 어떤 통치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를 둘러싼 구조적 충돌이다. 이재명이 지향하는 권력 모델은 노무현·문재인 시기의 상징 정치나 도덕 서사 중심의 좌파 전통과 다르다. 오히려 푸틴이나 에르도안식 통치 모델에 가까운, 강력한 행정력과 제도 장악을 통해 권력을 고착화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정치의 핵심은 팬덤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보위 그룹의 존재다. 강성 좌파 외곽 조직으로 분류돼 온 운동권 계보, 이른바 경기동부 연합으로 상징되는 흐름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김현지, 김용, 정진상 등 실명으로 확인되는 핵심 인물들이 이재명 권력의 실질적 기반을 형성해 왔다. 여기에 지방 권력, 개발 이권, 입법 권력이 결합되면서 하나의 생존형 권력 카르텔이 만들어졌다.


이 구조의 목표는 명확하다. 국회 다수를 기반으로 한 입법 독주, 이를 통한 사법부 압박과 통제, 그리고 제도 개편과 개헌 논의를 통한 장기 집권 가능성의 열어두기다. 이재명은 누군가가 만들어준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제도를 재설계하려는 유형의 지도자다.


반면 김어준이 상정해 온 좌파 권력의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에 있다. 김어준의 정치적 영향력은 제도 권력이 아니라 팬덤, 상징 자본, 친문 인프라에서 나온다. 그는 직접 권력을 행사하기보다는 판을 설계하고 후계자를 선택하는 킹메이커 모델에 익숙하다. 노무현의 비극을 정치적 유산으로 서사화하고, 이를 통해 문재인, 조국과 같은 상징형 지도자를 만들어낸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 두 모델이 구조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어준의 세계관에서 이상적인 지도자는 팬덤과 상징에 의해 관리 가능한 존재다. 그러나 이재명은 팬덤을 활용하되 결코 종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팬덤을 넘어선 조직, 이권, 제도 장치를 축적하며 독자적 권력으로 성장해 왔다. 김어준의 입장에서 이재명은 더 이상 조정 가능한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개인 간 감정 싸움이 아니라 좌파 권력의 주도권을 둘러싼 노선 투쟁이다. 김어준이 이재명을 견제하고, 나아가 조국과 같은 친문 계열 인물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판을 짜려는 움직임은 우연이 아니다. 최근의 호칭 논란, 김민석 총리를 대하는 태도, 공개적 무시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결국 현재의 충돌은 친명과 친문의 재대결이다. 문재인·조국으로 대표되는 상징형·서사형 좌파와, 이재명으로 대표되는 이권 결합형·생존형 좌파는 본질적으로 다른 종()의 정치다. 이재명은 노무현의 유산으로 길러진 꼭두각시가 아니라, 운동권 조직과 개발 카르텔, 강성 지지층을 흡수하며 스스로 성장한 변종 권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선 투쟁과 권력 투쟁은 피할 수 없다.


지금 여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균열은 일시적 소음이 아니다. 이는 한국 좌파 정치의 권력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과정이며, 그 결과는 향후 국정 운영과 정치 질서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 서막에 불과하다.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