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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탐사] 청담동술자리 수사팀장 안영모 "한동훈 불러 조사 안 한 건 수사기법"

한동훈은 여전히 2022년 7월 19일 밤 어디에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청담동술자리 의혹의 핵심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당시 서초경찰서 집중수사지원팀장으로 이 사건을 직접 지휘했던 안영모 경정이다. 현재 김포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 중인 그는 뉴탐사 취재진을 만나 약 40분간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내놓은 답변들은 오히려 수사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안영모 경정은 내비게이션 파일의 명백한 물리적 모순에 대해 "나온 파일 그대로 분석했다"고 일축했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한 번도 불러 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수사기법의 문제"라고 답했다. 첼리스트 측 변호사에게 보도자료 배포를 권유한 사실이 영상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에는 "절대 그런 짓 안 한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수사기록과 영상 증거는 그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청담동술자리 거짓' 1면 보도 다음 날, 윤석열의 경고


2022년 1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총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쓸어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바로 전날인 11월 24일, 조선일보는 청담동술자리가 거짓이었다는 보도를 1면에 실었다. 첼리스트가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를 단독보도한 것이다.


이 시기를 전후로 용산에서는 일련의 변화가 감지됐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것도 청담동술자리 보도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막내급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이 문제를 질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11월 29일 국무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뉴탐사를 직접 거론하며 "법을 어기면 어떤 고통 따를 지 보여줘야한다"고 발언했다.


청담동술자리 의혹 보도가 시작된 2022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술 친구로 알려진 국정원 기조실장이 전격 경질됐다. 당시 언론들은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보에 따르면 이 기조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만취 상태로 관저에 돌아올 때마다 함께 있던 인물이었다. 청담동술자리 보도가 터지자 김건희 씨의 압박으로 경질됐다는 것이다.


서초경찰서 '집중수사지원팀'의 정체


서초경찰서 수사과에는 '집중수사지원팀'이라는 낯선 이름의 조직이 있다. 통상적인 수사1팀, 2팀과 달리 일종의 별동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담동술자리 수사는 원래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팀에서 진행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초경찰서로 이관됐고, 바로 이 집중수사지원팀에 배당됐다.


안영모는 당시 이 팀의 팀장이었다. 계급은 경감. 통상 고소고발 사건은 경위급이 조사를 담당하는데, 이 사건은 경감이 직접 지휘했다. 그리고 뉴탐사 관련 사건이 서초경찰서로 배당되면 예외 없이 이 팀으로 갔다. 성일종 선거법 위반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안영모 경감은 올해 경정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정권 마지막 경찰 인사에서였다. 승진 후 김포경찰서 수사과장으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휴대폰 디지털 전자정보 분석 보고서의 결재라인을 보면, 기안자는 김예솔 경사, 검토자가 안영모, 결재자가 배은철이다. 이 분석 과정을 가장 핵심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안영모다.


수사보고서에서 사라진 6번 파일


취재진이 안영모 경정에게 가장 먼저 물은 것은 디지털 증거 조작 의혹이었다. 첼리스트 휴대폰에서 추출된 내비게이션 파일에는 심각한 물리적 모순이 있다. 2022년 7월 19일, 첼리스트가 용인 집에서 출발해 논현동 골프연습장까지 44분 만에 도착했다는 것이 경찰의 결론이다. 그러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의뢰해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로 재현해본 결과 최소 50분이 걸렸다.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내비게이션 파일에는 이미지 파일 6개가 추출됐다. 이 중 5번 파일은 구룡터널 교차로, 6번 파일은 염곡사거리에서 찍힌 것이다. 5번 파일 시각이 19시 41분 48초, 6번 파일 시각이 19시 42분 28초이다. 두 지점 사이 거리는 약 4.5km. 40초 만에 이동하려면 시속 400km 이상으로 달려야 한다.


그런데 경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는 6번 파일이 빠져 있다. 5번 파일 바로 다음에 나오는 파일인데 누락된 것이다. 안영모 경정은 이에 대해 "기록을 봐야 안다"며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오면 나온 대로 분석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포렌식 결과에 있는 파일을 수사보고서에서 뺀 것은 '나온 대로 분석한 것'이 아니다.


안영모 경정은 "조작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며 "자신 있으면 법정에서 입증하라"고 역공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동 기록, 그리고 그 모순을 드러내는 파일의 누락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 6번 파일이 들어가면 44분 도착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훈 조사 안 한 건 수사기법의 문제"


취재진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물었다. 안영모 경정의 답변은 놀라웠다. "그 부분은 수사기법에 관한 것"이라는 것이다. 고소인을 불러 조사하는 것이 수사기법의 선택 문제라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수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한동훈은 단 한 번도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적이 없었다. 기소 후 법원에 제출된 증거기록 목록에 한동훈의 진술조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있는 것은 '고소대리인 진술조서'다. 한동훈의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율우 박동희 변호사가 대신 출석해 진술한 것이다.


박동희 변호사의 고소대리인 진술조서를 확인했다. 경찰이 "고소인이 출석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묻자 박 변호사는 "고소인 한동훈이 현재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직에 계신 분이다 보니 시간을 내시기가 어렵고, 제가 사실 관계를 들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고소대리인으로서 출석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경찰이 "2022년 7월 19일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 사이에 고소인 한동훈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였나요?"라고 묻자, 박 변호사는 "저는 고소대리인으로 잘 알지 못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우며, 추후 확인하여 의견서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실관계를 모두 알고 있다던 고소대리인이 가장 핵심적인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한 것이다.


3년째 답하지 못하는 질문


경찰은 박동희 변호사에게 추가로 물었다. "고소인의 위치정보 등 한동훈의 7월 19일 밤 7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의 행적을 확인하여 줄 수 있나요?" 박 변호사의 답변은 똑같았다. "확인하여 추후 의견서 등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소인의 당일 일시 행적 등 관련하여 진술해줄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부분도 확인하여 추후 의견서 등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동훈 측은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민사 10억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다. 재판장이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며 수차례 확인을 요구했지만, 박동희 변호사는 끝내 한동훈의 당일 행적을 제시하지 못했다. 2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결심 기일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최근 제출된 항소이유서에도 7월 19일 한동훈의 행적에 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한동훈의 그날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차량 운행일지, 블랙박스, 아파트 출입기록 등이 있다. 법무부장관 운전기사 박종현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동훈 측은 이 중 어떤 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경찰도 이런 기초적인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영상 증거 앞에서도 "절대 안 했다"


안영모 경정에게 또 하나 물은 것이 있다. 첼리스트 첫 조사 후 박경수 변호사에게 보도자료 배포를 권유한 사실이다. 당시 조사 장면은 영상으로 녹화돼 있다. 안영모 당시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님이 대외적으로 이거 사실관계 이렇다, 소모적인 논쟁 없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보도자료 한번 배포를 하시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러나 안영모 경정은 취재진 앞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다. "저는 평생 공직에 있으면서 언론에 뭐 먼저 알리고 알려라, 이렇게 단 한 건도 그렇게 해본 일이 없어요." 영상 증거가 있다고 하자 "그럼 보내달라"며 "전체적인 취지를 보면 우리는 그런 거 원치 않는다고 얘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경수 변호사는 이후 미디어스, 조선일보 등과 인터뷰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토대로 '청담동술자리는 거짓'이라는 1면 보도를 냈다. 안영모 팀장이 알려준 대로 충실하게 '대외 행동'을 한 셈이다. 아직 휴대폰 포렌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이었다. 첼리스트의 1회 진술만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론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부추겼다.


김예솔 경사의 침묵


청담동술자리 수사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사람은 김예솔 경사다. 취재진이 앞서 김예솔 경사에게 연락했을 때 반응은 달랐다. "최근 청담동술자리 내비게이션 파일 조작 의혹 보도 보셨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수사보고서 작성한 기억은 나시죠?"라는 질문에는 한참 침묵하다 전화를 끊어버렸다.


안영모 경정과 김예솔 경사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안영모 경정은 "법정에서 입증하라"며 당당했다. 김예솔 경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조사 과정에서도 김예솔 경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는 증언이 있다. 영장이 기각됐을 때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안영모 경정은 이 사건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인사에서 경정이 됐다. 반면 김예솔 경사는 현재 서울경찰청으로 전보됐다. 발령 전 "뉴탐사 관련 사건을 계속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것이 부담된다"며 이송 요청을 해달라고 했다는 증언도 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 수사의 성격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있다. 첫째, 서울경찰청에서 서초경찰서로 사건이 이관됐다. 둘째, 일반 수사팀이 아닌 '집중수사지원팀'이 담당했다. 셋째, 경위가 아닌 경감이 직접 지휘했다. 넷째, 뉴탐사 관련 사건은 예외 없이 이 팀으로 배당됐다.


수사 내용을 보면,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생략됐다. 고소인 본인을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내비게이션 파일은 수사보고서에서 누락됐다. 아직 포렌식 결과도 나오기 전에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고 언론 플레이를 부추겼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침대에 눕힌 뒤, 키가 침대보다 크면 다리를 잘랐다. 이 수사도 마찬가지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그 결론에 맞지 않는 증거는 잘라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담동술자리 보도 직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국무회의에서 뉴탐사를 직접 거론하며 "법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강진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청구됐다. 두 번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세 번째 영장을 준비하던 중 윤석열 본인이 구속됐다.


안영모 인터뷰 2부 예고


안영모 경정과의 인터뷰는 40분 넘게 진행됐다. 오늘 공개한 것은 전반부다. 후반부에는 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안영모 경정은 인터뷰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결국 감정이 격해졌다. 내일 공개될 2부에서 그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3년이 지났다. 한동훈은 여전히 2022년 7월 19일 밤 어디에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경찰은 물어보지도 않았다. 검찰은 기소했다. 법원은 언론사에 입증책임을 지웠다.


한동훈에게 다시 묻는다. 그날 밤 어디에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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