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 기자입니다. 며칠 전 이미 전화 통화를 나눴으니 굳이 따로 제 설명을 드릴 필요는 없겠네요. ‘완전 개 무시하는’ 언론사의 ‘황당하고 지저분한 잡문’이나 써대는 기자가 ‘당신’ 권 기자께 공개편지를 쓰게 돼 유감스럽습니다만, 몇 마디 안하고 넘어갈 수 없어 적습니다.
그날, 물론 제 전화가 반가울 리 없었을 거란 건 이해합니다. 저라도 만일 미디어오늘이 취재하겠다고 제게 전화한다면 일단 경계심이 들긴 들 겁니다. 하지만 말이죠. 사실이나 논리가 아니라 일단 상대방을 깔보고 무시하는 것으로 이겨보겠다는 생각은 저라면 못했을 겁니다.
말장난으로 상대방을 조롱하면 그게 이긴 것으로 착각하거나 아니면 그런 ‘말발’로 상대를 무시하고 기를 눌러보겠다는 그런 유치한 생각은 20대에나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이렇게 쓰면 20대를 비하하게 되는 건가요? 하긴, 요즘 20대들은 예의도 참 바르더군요.
어쩌면 권 기자의 혐오감이 그런 식으로 표현됐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혐오감을 갖든 분노하든 그건 권 기자의 자유겠죠. 하지만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닐텐데 권 기자께서 제게 보여주신 태도는 참 실망스럽더군요. 권 기자의 글은 물론 YTN을 걱정하는 이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겁니다.
YTN이란 우리나라 대표적인 보도전문채널 소속의 기자로서 자부심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아니면 해직 후 야인 생활을 오래해서 그러신 건지 모르겠지만 권 기자께선 언론이 무엇인지 기본을 잊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사에 제보하는 사람들을 ‘빨대’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말이 나왔으니 짚고 넘어가죠. YTN이 보도전문채널로서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건 YTN에 제보한 수많은 ‘빨대’들 덕분 아닌가요?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용기를 내 YTN을 두드렸던 수많은 국민들 덕분 아닌가요? 그렇게 받은 제보로, 취재 협조로 YTN은 우리나라를 더 나은 국가로, 더 민주적인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한 언론이 아닙니까?
대한민국 대표적인 언론사 가운데 하나인 YTN 소속 권 기자께선 아마도 동의하실겁니다. 그렇게 알만하신 당신, 권 기자께서 YTN 조준희 사장의 인사가 잘못됐음을 외부 언론에 알리고 취재에 협조했다고 동료들을 ‘빨대’로 비하하다니요. YTN이라고 언론비판의 성역이 될 순 없는 겁니다. 노조 역시 마찬가지고요.
권 기자께서 YTN 조준희 사장 인사 문제나 내부 부조리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고 분노하는 데 이해는 하나, 공감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감히 김호성 선배를 함부로 당신의 그 더러운 입에 올립니까.”라고 부들부들 할 정도로 권 기자께서 존경하는 이의 리더십이나 도덕성이 타격받는 일이라면 그럴 겁니다.
하지만 YTN 내부의 모순이나 부조리가 감춰지고 묻히는 게 YTN을 위해 옳은 일일까요? 설마 노조와 관련된 일은 무슨 일이든 외부에 알려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지요? 노조가 전임 사장 등을 숱하게 비판한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덕성이었습니다. YTN은 우리 사회 부도덕과 부조리를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보도하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권 기자께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분노할 건 YTN 조준희 사장과 김호성 실장 그리고 노조의 부끄러운 과거 아닐까요? 지금의 YTN 노사가 남의 도덕성을 비판하고 약자를 밟는 강자를 비판하는 사회 모순을 지적하는데 과연 그 손가락은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정작 분노할 일엔 분노하지 않고 외부언론 취재에 협조한 동료들에게 협박처럼 느껴지는 경고나 날리는 권 기자의 모습에서 언론인의 사명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기사 물먹은 것보다 넥타이 지적이나 당하는 모습에 울분을 표한 권 기자의 언론인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인가요?
권 기자께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법적으로 하겠다고 했죠. 본인 일도 아닌데 대리인처럼 나서서 좀 황당합니다만,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언론사와, 당신이 생각하는 ‘빨대’를 향해 경고한 것처럼 법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어떻든 기다리겠습니다. 권 기자께서는 뭘 참을 수 없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죠. 취재하면서 상대로부터 무시당하고 욕먹는 거, 그것 그렇게 부끄러운 일 아닙니다. 기자가 기자답지 않은 짓을 하고 있을 때, 기자 노릇 못할 때 부끄러운 것이죠. 권 기자께선 물론 관심 없겠지만 전 그래도 기자답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YTN을 대표하는 기자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부조리와 모순을 지적받았다고 발끈하고 ‘빨대’를 찾아대는 수준은 일반적인 YTN 기자들의 모습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YTN이 사회 병폐 뿐 아니라 자신들의 부조리에도 눈을 감지 않는 제대로 된 언론사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디 권 기자께서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적어도 당신이 ‘개 무시 하는’ 언론보다야 나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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