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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일베 논란을 ‘여성’의 문제로 받아들인 KBS여성협회 유감

KBS 여성 직원 여러분은 KBS의 여성차별, 여성비하 문제부터 나서주길!


KBS 신입기자의 일베 논란을 두고 진보를 자처하는 진영에서도 논쟁이 한창인 것 같다.

어떤 논자는 “KBS라고 무결점의 성지는 아니지 않나...조직의 공적 책무는 ‘멘탈’이나 ‘인격’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지켜져야 한다.(영화 에세이스트 김소희)”고 퇴출론을 비판하고, 어떤 언론인 출신 미디어비평가라는 사람은 ‘생리휴가를 가고 싶은 여성은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이는 본인을 위해서라도 기자가 아닌 다른 길을 가도록 권유했어야 했다(백병규)’며 퇴출을 주장한다.

어떻든 ‘일베기자’라고 하니 조건반사적으로 ‘너나가’를 외치던 ‘진보진영’에서 그나마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모습이 반갑다.

기자의 자질 문제는 시스템으로 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성에게서 먼저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다. 그 시스템이 무엇을 걸러내느냐는 건 다른 문제이지만.

KBS 신입기자 일베 논란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취재하고 기사를 써오던 입장에서 그동안 줄곧 찜찜하고 불편한 게 있었다. 일베 기자 퇴출을 주장하는 KBS에 몸담고 있는 여성들이 밝힌 이유 때문이다.

특히 KBS 여성협회의 반대 이유가 개인적으로 몹시 불편했다. 합리적이지 않고 사회의 통념이나 정서에 기대는 이들의 반대 논리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베 회원이었던 수습을 정식 채용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창 논란이 일 때 KBS 여성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런 반대 이유를 밝혔다.

KBS 여성협회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보는 모멸의 정신은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훼손하는 여성 전체에 대한 테러” “공영방송 KBS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글을 쓴 사람에게 진정한 자기 성찰을 통해 양심적 선택을 해주길 바라며 KBS의 자존심을 지켜달라”

‘여성=꽃’으로 보는 공영방송 KBS의 성차별, 여성비하 문제 제쳐놓고 일베 기자에만 발끈 ‘불편하구나~’

손발이 오글거리고 불편하다. 솔직히 신입기자 논란이 인간의 존엄성이나 여성 전체에 대한 테러까지 비약할 정도로 그렇게 정색할 사안일까? 꼭 이렇게까지 오버해야 하는 걸까? 지금도 일베 뿐 아니라 해우소 역할을 하는 숱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지저분한 현실은 이런 식으로 모른척해야 할까?

‘여성을 성적 도구로 보는 모멸의 정신’은 일베 뿐 아니라 도처에 널려 있다. KBS 여성협회 여러분도 가슴에 손을 얹고 주변을 둘러보라. 당신들의 친구, 이웃들, 심지어 가족과 친척에게서도 심심치 않게 봐왔을 것이다. 자신이 성희롱 가해자가 될까 무서워 조심할 뿐 주변에 생리대 인증보다 더한 말과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깔려 있다.

그런 남성들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기자도 역시 싼맛 물씬 풍기는 저질 발언자들, 은근한 성희롱자들은 발견할 때마다 주먹으로 한 대씩 쳐주고 싶은 욕망을 참아가며 사는 여성이다. 하지만 ‘너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보기 때문에 KBS에 있어선 안 돼’라는 게 잣대가 돼선 안 된다. 그런 잣대라면 지금 KBS 남성 직원들부터 먼저 머릿속을 열어보고 일일이 다 심판해야 한다. 걸리지 않았으니 괜찮은 건 아니지 않나?

일베 기자 논란은 여성성을 앞세워 비판하고 나가라 마라할 문제가 아니다. 기자는 KBS 여성협회의 그 발상 자체가 여성 차별이나 여성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을 우습게 보는 사고방식을 가졌으니 나가야 한다는 식은 정말 수준미달의 논리고 천박한 정서라고 본다.

KBS 자체가 이미 여성을 꽃으로 보는 성차별적 시각이 정당화되고 당연시되고 있다. 메인뉴스에서 40대 이상 중년 남성과 20대 젊은 여성 아나운서의 조합이 계속되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뜯어고치지 못하면서 ‘여성 비하’나 ‘성적 도구’를 언급할 자격이 있을까?

이참에 KBS 여성협회에 조언하고 싶다. “KBS도 무결점의 성지는 아니다”는 지적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여성을 성적 도구로 보는 KBS의 모든 제도적 차별과 관행부터 없애는 데 앞장서는 게 어떨까?

나이 들면 뉴스와 프로그램, 취재 현장에서 퇴출되는 KBS 여성들의 현실은 일베 기자 논란을 ‘여성을 성적 도구로 보는 남성 퇴출’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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