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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헌정앨범’에 ‘적기가’가? 논란 확산

제주MBC 제작 음악 다큐멘터리 수록 곡 모음집 ‘제주4.3 헌정 앨범’ ‘논란’

작년 제주MBC가 4·3사건 66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음악 다큐멘터리 ‘산, 들, 바다의 노래’에 삽입된 음악 등을 모아 낸 컴필레이션 앨범 ‘제주4.3 헌정 앨범’에 북한 혁명 가요이자 6·25전쟁 당시 인민군 군가인 ‘적기가’가 실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MBC의 이 다큐멘터리 방송은 4·3사건 당시 불렸던 노래들을 복원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41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까지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제주MBC를 통해 2014년 4월 4일 방송됐다.



대중문화 전문매체 ‘텐아시아’ 기사에 따르면, 이 다큐멘터리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3호선버터플라이의 리더 성기완 씨는 연출을 맡았던 제주MBC 권혁태 기자의 제작의도를 듣고 인디 신의 동료뮤지션들에게 개별적으로 곡을 의뢰했다. 성 씨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의 하나인 제주 4.3 당시 불리워졌던 노래, 제주 민요, 노동요, 그리고 4.3을 기억하는 그 이후 세대의 노래들을 모았다”며 인디 뮤지션들이 좋은 취지의 테마를 가진 다큐멘터리 제작에 공감하여 앨범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제주4.3 헌정 앨범’에는 갤러리 익스프레스가 재해석한 곡 ‘적기가’ 등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적기가’는 대한민국 ‘금지곡’, 이석기 대법원 확정판결로 이적표현물 재확인

문제는 적기가가 이적표현이라는 점이다. 작년 2월 17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기소된 내란 음모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법원은 “이 의원이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불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내란선동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을 당시에도 적기가 등을 포함한 이적표현물 소지 등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가 적용됐다.

모두 3절로 이뤄진 ‘적기가’는 “민중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굳기 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높이 들어라 붉은 기발을 그 밑에 굳게 맹세해. 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적기가 1절)” 등의 과격한 공산주의 투쟁 내용이 담겨 있다.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기를 높이 들고 죽음까지 불사하며 원수, 즉 미제와 그 앞잡이로 규정하고 있는 남한 적들과 전쟁에 나설 것을 선동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제주4.3 헌정앨범에 수록된 가사는 조금 다르다. “민중의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감싸고 / 시체가 식어 굳기 전에 혈조는 깃발을 물들인다 / 원수와의 혈전에서 붉은 기를 버린 놈이 어떤 놈이냐 / 돈과 직위에 꼬임을 받은 더럽고도 비겁한 그놈들이다 / 높이 들어라 붉은 깃발을 그 밑에서 굳게 맹세해 / 붉은 기 높이들고 우리는 나가기를 맹세해 / 오너라 감옥아, 단두대야 이것이 고별의 노래란다”이다.

북한에서 공개처형 할 때 반드시 울린다는 ‘적기가’

또한 적기가는 전 세계 공산혁명 투쟁가로 보급된 노래로 대한민국 정부가 탄생한 1948년 이후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영화 ‘실미도’를 제작한 강우석 감독이 '684부대원'들이 부르는 장면을 넣었다가 2004년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적기가는 북한 고유의 창작 군가가 아닌 독일 민요인 '탄넨바움(Der Tannenbaum·소나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넨바움은 1880년대 말 영국의 노동가요 '레드 플래그(Red Fla)의 선율에 차용되면서 영국 사회주의자들에게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레드 플래그'는 공산주의가 확산되면서 공산혁명 투쟁가로 보급돼 1920년대에는 '아카하타노의 노래(赤旗の歌)'로 번역돼 일본에도 퍼졌다. 한국에는 일본에 소개된 노래가 공산주의자들이 받아들여 부르면서 정착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6·25전쟁 때는 인민군 군가로 사용됐다. 북한에서는 적기가의 선율과 가사를 1930년대 직접 창작해 보급된 혁명투사들의 노래로 규정하고 있다.

안보전문 매체 코나스 보도에 따르면, 2012년 탈북한 김철수 씨는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적기가는 북한에서 ‘처형가’로도 통용된다”며 “공개처형 할 때에는 반드시 이 노래가 울린다. 특히 간첩 협의로 처형되는 장소에서는 이 노래는 필수다. 주민들에게 주적개념을 세뇌시키는 대남(對南) 적기가로 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적표현물이 인터넷 포털에서 음원 판매되는 황당한 일이...

2014년 8월 발매된 ‘제주 4.3 헌정 앨범’은 지금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음원으로 구매할 수 있게 돼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주MBC가 제작한 이 음악 다큐멘터리의 연출은 제주MBC 권혁태 기자가 맡았고, 3년여간 자료 수집과 6개월여의 제작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 기자는 제주4·3 사건과 관련, '다랑쉬, 침묵의 20년' 보도로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산, 들, 바다의 노래’ 다큐멘터리가 제작될 당시 제주MBC 사장은 최진용씨로 현재 퇴임했다. 최 전 사장은 PD수첩 책임PD를 지낸 인물로, 당시 제작한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문제’, 2004년 ‘친일파는 살아있다’ ‘16년간의 기록, KAL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등의 프로그램은 많은 논란과 비판을 낳기도 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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