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종북 콘서트 논란 당사자인 신은미씨의 책을 정부가 뒤늦게 우수도서 지정을 취소하자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취소 사유 등을 교묘히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온라인판에 올라온 8일자 사설 <전례없는 문화부의 우수도서 선정 취소>에서 이 신문은 신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문체부가 비판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우수문학도서 지정을 취소한 것에 대해 “최근 신씨가 연 북 콘서트가 이른바 ‘종북 논란’에 휩싸여 수사 대상에 오른 게 취소 이유”라며 “선정된 우수도서가 취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저자의 성향을 둘러싼 논란과 관계없이 이 같은 조치는 우수도서 선정의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으며 출판시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씨가 종북 논란에 휩싸여 수사 대상에 오른 게 취소 이유라고 단정한 대목은 무리가 있다. 종북 논란이 문제가 아니라 책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문체부가 신씨가 종북 논란 도마에 오르자 뒤늦게 취소한 것 자체는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취소는 문제가 많은 책을 어떻게 우수도서로 선정할 수 있었느냐는 비판 여론에 떠밀려 취소한 것에 불과하다.
경향, 전 세계인과 탈북자들이 보는 북한 현실 오도한 신은미 책이 우수도서·권장도서?
신씨가 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문제점은 이미 많은 언론이 지적한 적이 있다. '북한에선 병역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니란다. 지원제를 택했단다.' '(탈북하다 잡혀도) 대부분 경고 정도를 받을 겁니다. 오히려 처벌이 너무 가벼워서….' '북한 정권과 주민은 별개가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였다.' 등으로 북한 현실에 대해 사실을 오도하고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신씨가 북한 여행을 통해 개인적 감상을 적었을 뿐이라고 해도, 세계와 많은 탈북자들이 증언하는 북한 현실을 왜곡하고 미화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책을 정부가 돈을 들여 우수도서로 지정하고 국민에게 독서를 권유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사실은 외면한 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우수도서 선정의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으며 출판시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라면 정부가 나치 하의 독일 현실을 미화한 책이라도 한번 우수도서로 선정했으면 문제가 드러나도 절대 취소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경향신문은 “이번 선정 철회는 보수단체의 ‘종북도서’ 지적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선정 절차 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불과 1주일 만에 이루어졌다. 도서 자체의 문제보다 현 정부의 정치적인 가이드라인을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 “사상·표현의 자유와 문화 다양성을 보호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문화부는 신씨 책 선정 제외가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반(反)문화 ‘종북몰이’라는 출판·문화계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신씨가 북한을 천국으로 보든 지옥으로 보든 그건 그 사람의 개인 소감이고 감상이니 그것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적어도 신씨의 책이 북한 현실을 오도할 위험이 있고 국민세금을 들여 국민에게 권장할 책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애초에 우수도서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뒤늦게라도 책 내용에 문제가 있는 걸 확인했다면 전례가 있든 없든 상황이 이렇든 저렇든 취소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그걸 가지고 정부의 종북몰이 이고 표현의 자유와 문화 다양성을 해친다고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역색깔론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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