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찰이 심각한 딜레마에 처해있다. 한쪽에서는 탈북자 위장 화교간첩으로 기소한 유우성의 혐의를 입증하느라 분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같은 사건의 증거를 두고 조작 여부를 수사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른쪽 팔이 한 일을 왼쪽 팔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야하는 상황...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이런 상황을 자인이라도 하듯 검찰 수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한시 하나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주천난주사월천(做天難做四月天) 잠요온화맥요한(蠶要溫和麥要寒)’
: 하늘 역할 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큼 어렵겠는가
같은 하늘을 두고 누에는 따뜻하길 바라고,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검찰은 왜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일까 ? 단언컨대 스스로 세운 원칙을 잠시 망각하고 시류를 너무 의식한 탓이 아닌가 싶다. 검사 시절 특수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심재륜 前 고검장이 제시해 화제가 되었던 ‘搜査十訣’을 잣대 삼아 최근 검찰의 행태를 되짚어보자.
수사십결
1.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마라.
2. 피의자를 굴복시키려 들지 마라, 승복시켜라.
3. 끈질긴 수사만이 능사가 아니다, 외통수 수사는 금물이다.
4. 상사를 결코 적으로 만들지 마라.
5. 수사의 곁가지를 치지 마라.
6. 독이 든 범죄정보는 피하라.
7. 실패하는 수사는 하지 마라.
8. 수사는 종합예술이다, 절차탁마하라.
9. 언론은 불가근불가원이다.
10. 칼에는 눈이 없다.
검찰은 간첩사건 증거조작 혐의 규명을 위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신분이 절대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비밀정보요원까지 소환조사하는 등 제대로 칼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위신은 크게 실추되었고 수년간 구축한 정보자산은 대거 상실했다. 국가 정보기관의 존립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첫째 계명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최근 ‘국정원이 비공식채널인 협조자를 통해 위조의혹 문건을 입수한 그 자체가 미필적 고의’라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정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치에 맞는 결과라면 어느 누가 승복하지 않겠는가 ? 두 번째 계명을 되새기는 대목이다.
金사장이라 불리는 국정원 요원은 검찰수사에서 본인과 국정원의 문건 위조 지시 및 사전인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비공식채널인 협조자를 통해 위조의혹 문건을 입수한 것 자체가 미필적 고의”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그냥 국정원에 속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듯하다. 이것이 검찰의 외통수는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현재까지 국정원이 문서위조를 지시했거나, 사전 인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음에도 일부 언론 등에서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국정원 지휘부의 사퇴를 거론하고 있다. 소설같은 얘기들로 인해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정보요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까 걱정이다. 한편으로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세력은 누구일까 되돌아보면 진상이 보다 뚜렷해질 때까지 모두 차분함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검찰도 “언론은 불가근불가원이다”라는 선배들의 계명을 명심하고 입증된 혐의에 대해서만 국민들에게 알리는 신중함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칼에는 눈이 없다. 눈이 없어 그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수사에 대해 자신감이 지나칠수록 쥐고 있는 검사 자신도 찔릴 위험이 높다는 경고이다. 특히, 딜레마 상황에서 당황스럽게 휘두른 칼은 그 위험성이 증폭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시류를 철저히 벗어나 원칙과 신념에 따라 처신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검찰 자신을 보호하고,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것임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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