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틱스워치 (정치/사회)

유우성 사건, 40년후

언론狂風 휘둘려 숨겨졌던 진실 새롭게 밝혀

매카시즘. 우리가 알고 있듯이 1950년대 美 상원의원 매카시가 정체불명의 간첩 리스트로 공포분위기를 조장한 이른바 ‘공안 조작사건’의 대명사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매카시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역풍을 맞아 실각한지 41년 후인 1995년 공개된 미국 NSA의 ‘베노너 프로젝트’-舊 소련의 통신을 감청한 프로젝트-문서들에 따르면 매카시가 간첩으로 의심한 ‘앨저 히스’와 ‘로젠버그 부부’ 등 상당수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실제 소련의 간첩이거나 공산주의 연루자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유우성 사건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은 간첩혐의자 유우성을 재판에 넘겼지만 증거부족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41년 뒤 어떤 결론이 날지 아직은 모를 일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번 검찰의 수사가 중요한 이유다. 지금 검찰에게는 두 가지 책무가 있다. 국정원이 증거위조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 외에도 유우성의 실체를 밝혀내는 일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상황은 유우성 실체 규명보다 국정원 증거위조에만 초점을 맞춰 돌아가는 모양새이다. 모든 언론이 내심 ‘국정원 조작’을 단정하고 연일 국정원 직원 대상 수사진행 상황을 대서특필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공안조작이 狂風이라면 국가기관 매도 역시 狂風이다. 검찰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 가고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유우성 실체규명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이에 더해 증거위조 수사 진행에도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정원 요원 ‘김사장’이 협조자에게 화교 유우성의 북한 출입경 기록 ‘입수’를 독촉한 것인지 ‘위조’를 독촉한 것인지가 위조사건의 핵심 포인트이다. 그런데 위조 독촉의 근거로 거론되는 것은 협조자라는 조선족 김씨의 진술뿐이다. 그 진술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수를 지시했다고만 나오지 위조를 독촉했다는 언급은 없다. 입수지시가 위조 독촉과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아마 국정원도 알고 있었을 것’ 이라는 협조자의 추측성 언급 하나로 위조 개입을 단정하며 공공연하게 ‘국정원 개입 정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ㆍ법원도 여론 분위기에 떠밀린 탓인지 국정원 직원 김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구속을 결정했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흑색요원이 수사선상에 올라 구속되는 사건의 증거가 진술 하나, 그것도 추정이라니. 이건 좀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흥분은 금물이다. 향후 공정한 수사를 통해서 위조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사실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외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떠드는 것은 검찰 모독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우리 검찰은 언론의 호들갑이라는 방해공작(?)을 뚫고 많은 難題들을 풀어왔고, 이번 사건 역시 엄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줄 것으로 믿는다. 40년 뒤 언론의 狂風이 휘둘려 숨겨졌던 진실이 새롭게 밝혀져 모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말이다.

칼럼니스트 송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