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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S 황당 답변 사태’를 보며

KBS 시사제작국, 사실왜곡 또는 동문서답성 답변으로 시청자위원 무시해

‘KBS는 시청자 위에 군림하는 조직인가?’

지난 15일 본지가 보도한 황의원 시청자위원(주간 미디어워치 산하 연구진실성검증센터 센터장)의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 관련 의견서에 대한 KBS 시사제작국 측 답변서를 보고 기자가 느낀 소회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 KBS 시사제작국 측 답변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동문서답의 엉뚱한 답변이었다.

(본지보도 : “KBS는 포털 뉴스 폐해 왜 안 다루나”)

(본지보도 : 문제는 ‘포털 편향’이라는 데 딴소리하는 KBS시사제작국)

황의원 위원은 ‘미디어 인사이드’가 한 번도 포털뉴스 편집 문제를 비판하지 않았다는 전제로서 해당 의견서를 작성했고 이 전제는 기자가 다시 검토했음에도 분명한 사실이다. 기자 역시 ‘미디어 인사이드’를 한 편도 빠짐없이 시청해왔고 또 홈페이지 자료도 거듭 확인해봤으나 ‘미디어 인사이드’가 포털 뉴스 편집 문제를 직접 다루며 비판한 것을 보지 못했다 (http://news.kbs.co.kr/mediainside)

하지만 KBS 시사제작국 측 답변은 놀랍게도 일단 관련 사실관계부터 부정하는 것이었다. KBS 시사제작국 측은 ‘미디어 인사이드’가 이미 4번이나 꼭지로서 포털 비판을 했다면서 황의원 위원이 사실이 아닌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는 투로 답변했다.
 



사실왜곡 아니면 동문서답인 KBS 시사제작국 측 답변

만약 KBS 시사제작국 측이 얘기하는 “포털 비판”이 포털뉴스 편집 문제 비판이었다면, 이는 KBS 시사제작국 측의 명백한 사실왜곡이다. 앞서 말했듯이 기자가 거듭 확인한 바로도 ‘미디어 인사이드’는 한 번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적이 없다. 만일 사실이 아니라면 시사제작국 측이 기자에게 나중에라도 알려주기 바란다.

만일 ‘미디어 인사이드’가 말하는 포털뉴스 편집 비판이, 뉴스 편집 문제로 가장 심각한 폐해를 일으키고 있는 포털 다음 메인화면의 문제가 아니라 뉴스 편집을 사실상 포기하고 일반 인터넷언론사에 편집권을 돌려준 네이버 메인화면의 뉴스스탠드와 관련한 문제를 다룬 것이라면 그것도 문제다. 그게 과연 일반 인터넷언론의 뉴스 편집 문제를 비판한 것이지 포털의 뉴스 편집 문제를 비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KBS 시사제작국 측이 얘기하는 “포털 비판”이 뉴스 편집 문제 비판과 별개로 그저 원론적 수준의 포털 문제 언급이라면, 사실관계 자체로는 KBS 시사제작국 측 답변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KBS 시사제작국 측이 황의원 위원이 지적한 논지를 비틀어서 완전히 동문서답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황의원 위원은 의견서에서 방송스크립트까지 그대로 인용하면서 ‘미디어 인사이드’가 포털의 권력화 문제를 총론적으로 다뤘다는 것은 인정했다. 의견서를 보면 다만 황 위원은 왜 관련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냐며 ‘미디어 인사이드’가 포털뉴스 편집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시사제작국 측은 여기에 대해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

사실 시사제작국 측이 이런 명확한 질문에 전혀 엉뚱한 답변을 한다는 것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황의원 위원의 의견서는 누가 봐도 포털뉴스 편집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서를 보면 구체적인 지적과 제안이 모두 포털뉴스 편집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시사제작국 측 답변서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 게다가 KBS 시사제작국 측은 황의원 위원의 제안도 모두 무시했다. 이렇게 답변할 바에야 차라리 침묵을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방송법 취지에 어긋나고 명예훼손법 위반 소지도 있는 답변

더욱이 시사제작국 측이 자사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자화자찬을 하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시사제작국 측은“( ‘미디어 인사이드’ 는) 대내외적으로도 균형 잡힌 비평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지만 과연 이것을 ‘미디어 인사이드’ 제작진 측은 동의할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방영 기조를 보았을 때 제작진은 지금보다 더 왼쪽 방향의 보도를 못해서 답답해하는 상황은 아닐까?
 



정파성이 가미될 가능성이 높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어차피 완벽한 공정보도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저 끊임없는 보완과 반성으로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다. 그렇기에 보도영역 언론인들은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았을 때 ‘우리는 완벽하다’는 식으로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일 게 아니라 항상 겸허하게 경청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무엇이고 고쳐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체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자세는 바로 KBS의 고객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시청자위원에 대한 당연한 예의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사제작국 측 답변서에서 이런 자세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시사제작국 측은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불성실한 답변으로 시청자위원을 무시했고, 오히려 시청자위원에게 사실에 어긋나는 지적을 했다며 오만한 지적을 했다. 이런 시사제작국 측 태도를 보면서 KBS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이 아닌 군림하는 기관이 아닌가 느낌이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 방송법에는 시청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다양한 조항을 넣고 있다. 시청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시청자위원회를 둬야한다고 돼있고, 방송법 88조에는 “방송사업자가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의 수용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시청자불만처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특히 90조(방송사업자의 의무) 1항에는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제88조제1항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황의원 위원의 의견제시에 대한 시사제작국 측 답변은 이런 방송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시청자위원의 비판에 대해 허위성 지적을 함으로써 시청자위원의 명예를 훼손한 측면까지 있다고 판단된다.

시시비비를 끝까지 가려야할 문제

시청자위원이 낸 의견서와 KBS 각 제작국의 답변서는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KBS 홈페이지에도 공개되고 방송통신위원회에도 보고사항으로 올라가게끔 돼있다. 당연히 공적인 문제인데다가 문헌적 근거가 남는 문제인 만큼 시시비비를 명쾌하게 가려야 한다.

기자는 황의원 위원이 지난 17일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답변서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KBS 시사제작국 측이 성의 있는 재반론을 하거나 아니면 황 위원의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받아들인다면 그에 걸 맞는 조치를 취해주길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다. 기자는 오늘 황의원 위원으로부터 지난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KBS 시사제작국 측으로부터 시청자위원 의견서와 답변서를 회의 전에 사전 유출을 했다는 음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에 대해 기자가 직접 해명한다. 기자는 9월 시청자위원회 의견서와 답변서를 이번에 KBS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얻었다. 관련 15일 첫번째 기사와 16일 두번째 기사는 KBS가 10월14일 시청자위원회 웹페이지에 직접 공개한 9월 의견서와 답변서 파일을 근거로 작성한 것이다 (http://office.kbs.co.kr/audience)

자신들이 온 국민에게 공개한 자료를 갖고 시청자위원에게 유출 운운하며 덮어 씌우기식 음해를 공개석상에서 했다는 것에 기자는 참으로 어리둥절할 뿐이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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