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쳐내려오면 무장해서 국가기간시설을 타격하겠다.” “미 제국주의의 군사적 방향과 군사체계를 끝장내겠다는 조선민족의 입장에서 남녘의 역량을 책임지는 사람답게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지배세력에 60여년동안 형성됐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자” “북한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고 다 상을 받아야 되는데 남한은 모든 행위가 다 반역”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지난 5월 RO회합에서 했다는 발언들이다. 유류·가스 시설 타격 방법 모의와 장난감 총 개조방법, 사제폭탄 제조법 발언 등 그의 동지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도 이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라기보다 다른 시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 듯한 이석기 일당의 정신적 지체현상, 시대착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분명히 우리와 한 시공간에서 사는 이들이 다른 시공간을 사는 듯한 모습은 충격이다.
그러나 주위를 살펴보면 현재를 살면서 동시에 과거에 사는 이석기 유형의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대를 역주행하는 이들이 있다. 언론계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현재의 상황을 과거 특수한 시대에 대입해 끼워 맞추어 현실을 과장하고 부풀려 스스로 망상에 갇히는 것이다. “이명박 독재정권 궤멸” “민주주의와 언론독립 수호를 위한 저항의 불씨로 자랄 것을 두려워한 이명박 독재정권의 발악에 찬 정치탄압(YTN 노종면지지 민주노총 성명)” “곤봉과 방패, 연행과 구속이 이명박 정권의 유일한 카드다. 한날 한시도 무장한 경찰이 없다면, 헌법을 유린한 공안당국이 없다면 지탱할 수 없는 정권이 바로 이명박 정권” “이제 언론노조가 할 일은 오로지 정당하지 않은 권력을 궤멸하고 민중을 위한 참된 민주 정부를 세우는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포한다” “MBC는 대한민국에서 언론학살의 참극이 벌어지고 있는 아우슈비츠나 다름없다. 독가스만 안 쓴다는 것뿐이지 똑같다(MBC 노조)”
이석기 일당과 별 다르지 않은 언론노조와 현상윤의 행태, 사회 잉여들은 퇴출돼야
언론노조가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구사를 보면 이석기 일당의 그것과 도대체 뭐가 다른지 구분이 안 간다. “이명박 정권을 궤멸시키고 민중을 위한 참된 민주 정부를 세우자”던 언론노조와 그 기관지 미디어오늘이 이석기 일당의 시대착오를 맹렬히 비판하는 여타 언론과 달리 공공연히 편들거나 침묵하는 모습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최근 KBS 현상윤 PD가 보여준 행태도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KBS를 공격하는 방송을 만들어 국민을 선동했고 며칠 후엔 촛불집회에 나가 정권을 뒤집어엎자고 했다. 그날 현상윤의 발언 내용이나 어휘구사 역시 이석기 일당이나 언론노조처럼 시대착오적이긴 마찬가지였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우리는 할 수 있다. 53년 전 바로 여기를 꽉 채운 대학생 동지들이 4·19 혁명을 통해 부패한 이승만 정권을 몰아냈고, 87년 6월 항쟁 때 또다시 민중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정권찬탈세력’ ‘민중수탈세력’을 싹 쓸어버리자”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을 굳이 빌지 않아도 인간의 사유 방식은 그 사람이 쓰는 언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건 상식이다. 이석기나 언론노조, 현상윤의 시대착오적인 어휘 구사는 그들의 사유 방식을 보여주고, 그들의 후진 존재 방식과 양태를 보여준다. 시대와 함께 하지 못하고 낙오하는 정치, 언론은 분명 우리 사회 지체현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석기와 일당들이 같은 진보좌파 진영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나 언론노조 파업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이나 현상윤의 꼴깝쇼가 사람들의 관심 밖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시대를 반 발짝 앞서야 할 정치와 언론이 여전히 70~80년대의 존재 방식으로 살면서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비극이다. 전략적이건 뭐건 간에 정치와 언론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구닥다리 프레임 속에 사회를 구겨 넣어 해석한다면 오류를 낳는 건 피할 수 없다. 이석기와 언론노조, 현상윤 등이 외치는 민주주의와 현재 대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전혀 다른 것도 그 이유다.
이제 정치건 언론이건 지체현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이석기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도 시대 감각을 찾아야할 때다. 툭하면 정치파업에 철지난 과장된 구호로 시대착오 투쟁에만 혈안인 언론노조도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 권력을 비판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국민을 앞서가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발을 맞추는 정도의 현실감각으로 제대로 비판하라는 얘기다. 특히 현상윤과 같은 이들은 언론과 방송계에서 빨리 퇴출돼야 마땅하다. 언론인이라는 작자가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못 갖췄을 뿐더러, 사고방식은 시대착오 그 자체다. 국민TV에 출연해 “국민TV에 자원봉사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내년 정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에라도 KBS를 퇴사하고 원하는 자원봉사나 실컷 하기 바란다. 현상윤의 TV비평 파문과 언론에 나온 그의 언행만으로도 그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영방송에서 고액 연봉을 받아가며 정년을 맞을 자격이 없다. 이석기가 퇴출됐듯 이제는 우리 사회 지체현상의 원인이 되는 각종 ‘잉여들’ 또한 퇴출돼야 마땅하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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