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기타


배너

김재철 수사 발표 시간 끄는 ‘수상한’ 검찰

‘무혐의’ 경찰 결과 비상식적으로 뒤집는다면 그 후폭풍 각오해야할 것


MBC에서 쫓겨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 같더니 지금껏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노조의 고발로 김재철 전 MBC 사장 배임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말이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며 진작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검찰에 송치한 것을 여태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적거리고 있다. 이미 명확한 결론이 난 사건을 이토록 오래 시간을 끄는 이유는 뭔가. 검찰은 지난 3월 전주·안동·청주 MBC로부터 관련 자료를 이미 넘겨받았다. 전주 MBC는 정명자씨와 체결한 계약서, 금원지급 일자, 협찬계약서, 협찬사의 협찬금 입금 일지, MBC 본사 지원금과 전주MBC 자체 분담금 내역 등을 제출했고, 나머지 두 지역 MBC도 정씨가 참여한 관련행사 예산, 입출금 내역 등을 제출했다.

검찰이 이런 증거 자료들을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진작 결론이 나왔어야 했다. 자료들을 검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단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만큼 의혹의 여지없이 명쾌하다는 얘기다. 필자가 정명자씨를 통해 얻은 증거 자료만 검찰이 검토했어도 “혐의 없음” 결론을 내는 덴 아무 문제가 없다. 김 전 사장이 무용가 정명자씨에게 억대의 공연을 몰아주고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하는 특혜를 줬다는 노조의 의혹 제기가 얼마나 악랄한 덮어씌우기였는지 말이다. 이미 숱하게 노조의 허위 주장을 지적한 바 있지만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살펴보자. 노조는 김 전 사장이 7년간 정씨에게 20억원의 특혜를 몰아줬다고 게거품을 물었었다. 7년간 20억원이면 1년에 2억8천만원 꼴이다. 그것도 창작뮤지컬 이육사 공연에 들어간 비용만 11억원이다.

그렇다면 정명자는 노조 말대로 20억원을 혼자 꿀꺽 삼키는 특혜를 누렸나. 간단히 이육사 공연에 국한해 살펴보자. 이 공연에는 무용단 등 출연자 40여명과 40여명의 음악제작 등 스텝이 참여했다. 이들 80여명의 출연료와 보수로 3억 1천만원이 들었다. 무대제작, 홍보, 광고, 의상, 조명 등 총 비용만 해도 부가세 포함 7억7천만원에 이른다. 총 11회의 공연이 이루어졌고, 이 공연을 위해 출연자와 스텝은 약 6개월을 함께 매일같이 연습하며 고생했다. 이 중 정명자씨가 받은 돈은 달랑 2천만원이었다. 이게 ‘특혜’이고 ‘이례적으로 높은 출연료’인가? 예술총감독, 안무지도, 출연료 등의 명목으로 반년을 모든 정력을 쏟아 부어 받은 대가치곤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이다. 애초에 돈을 위해 이육사 공연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걸 “정명자가 다양한 명목을 돈을 챙겼다”고 음해했다. 검찰도 이 자료를 분명 훑어봤을 것이다. 다른 공연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말하는 특혜 주장이 얼마나 가소로운지 검찰도 분명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검찰은 MBC 노조 분탕질로 시작된 김재철 수사, 상식에 맞게 메조지해야 한다.

김재철 전 사장의 배임혐의를 입증한다는 근거라는 게 고작 이런 내용뿐이다. 법인카드 사용 내용도 김 전 사장이 개인 카드 긁듯 사용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경찰 조사결과가 증명하고,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라며 아파트를 공동 구입했다는 황당한 주장도 검찰이 파고들었다면 노조의 소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모든 증거자료들을 일찌감치 입수해 조사해놓고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추가 조사라고 하지만 이미 확보한 자료만 검토해도 결론이 훤한 내용을 가지고 수개월간 시간을 끄는 것은 상식적으로 정상이 아니다. 검찰은 왜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나. 왜 침묵하고 있나. 정치적인 다른 이유가 있지 않다면 이렇게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건 딴 게 아니다. 정권 교체기에 감사원의 권력 아부형 정치 감사 행태를 검찰이 똑같이 반복할까봐서다. 감사원과 검찰은 사실과 진실의 등대가 돼야할 최후의 보루임에도 정권과 권력의 부침에 따라 가장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재철 전 사장 수사결과도 마찬가지다. 있는 증거자료를 통해 오진 사실과 진실만을 따른다면 결론은 너무나 명백하지만, 검찰이 어리석은 정치적 판단을 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경찰이 모든 조사를 끝낸 결과를 붙들고 추가 조사한답시고 몇 개월을 시간만 끌고 있는 지금 검찰의 행태가 바로 그런 일말의 걱정을 거두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다.

검찰도 알고 있을 것이다. 경찰의 조사를 뒤집고 반대 결론을 낸다면 그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말이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뒤집으려면 명확한 논리와 이를 뒷받침할 빼도 박도 못할 새로운 증거가 준비돼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김재철을 범죄자로 만들 그런 확실한 물증을 입수한 것 같지는 않다. 검찰이 그런 물증을 입수했다면 좌파언론과 언론노조가 먼저 떠들고 나섰을 것이다. 증거를 조작하지 않는다면, 또한 새로운 증거를 입수한 것이 아니라면 현재 검찰이 가진 자료만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김 전 사장을 범죄자로 만들 수 없다고 확신한다. 만에 하나, 하늘이 두쪽이 나도 있을 수 없는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필자는 하늘에 맹세코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고 파헤칠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결과를 바꿨다면 필연 정치적 음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해 미디어내일 모든 기자들은 MBC 파업과 관련해 노조의 행태와 거짓, 왜곡을 추적하고 밝혀왔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 중 태반이 김재철 전 사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검찰이 김 전 사장이 범죄자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자연스럽게 미디어내일의 사건 보도도 잘못됐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의 발표에 미디어내일의 명예도 달린 셈이다. 그러나 필자는 법과 원칙의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이 그런 망가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수사했다면 모두가 예상하는 당연한 결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검찰이 비상식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수사결과를 발표해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기 바란다. MBC 노조의 분탕질로 시작된 김재철 수사를 검찰이 국민 상식에 맞게 정상적으로 메조지해야만 할 것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