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변신이 무죄라면 정치인의 변신도 무죄다. 당연한 일이다. 두 존재가 모두 본능적으로 사랑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받고 존재감을 드러내길 바라는 데 그 변신이 부정적일 리가 없다. 여자는 예뻐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스타일을 바꾸고 똑똑한 여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인정받기 위해 커리어를 쌓는다. 조금 다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정치인의 속성과 본질도 이와 같다. 대중에 선택받기 위해 외모를 정돈하고 정책(정치) 공부를 하며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경력을 쌓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지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 보아도 정치인의 이미지 변신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변화 없는 정치는 구태(한결같은 수구본능으로 이정희식 정치, 386 운동권 정치가 ‘귀태’가 된 현실을 보라)가 된지 오래다. 변심은 몰라도 여자와 정치인의 변신은 적극 장려할 일이다.
강용석 전 의원의 변신이 최근에 좌우 양쪽에서 주목을 받음과 함께 비판을 불러왔다. 확실히 그는 논란을 일으키는 법, 이슈 중심에 서 주목받는 법을 아는 영리한 사람이다. 단순히 공부만 잘했던 얌전한 수재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형으로 보인다. 예능인으로서 끼를 발휘해 대중문화라는 신영역을 개척하면서 동시에 정치적으로도 시선을 끌 줄 안다는 점에서 그렇다. 모 종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을 두고 “의도적 변조라면 범죄수준”이라며 정문헌·서상기 의원 등 새누리당측을 비판한 것이 논란이 됐다. 성질 급한 일부 보수우파들이 그의 발언을 놓고 변절자라고 비난을 퍼부은 모양이다. 한편 좌측에선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변신하는 강용석에 대해 “종편을 통해 이미지 세탁을 한다”고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아마도 그의 대중적 인기가 영 마뜩찮은 모양이다. 그러니 ‘강용석은 본래 그런 놈’ 식의 과거나 환기시키는 삽질이나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기존 새누리당 귀족·오렌지 유형과는 다른 강용석
필자는 강용석이란 인물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냉정히 본다면 그는 예능인으로서의,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과 싹수 정도만 보여줬다. 방송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그를 변절자로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화록을 뜯어본 결과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적어도 포기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포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몇 가지 의견 차이 때문에 상대방을 좌파라고 매도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 보수우파 진영의 스타로 추켜세우고 키웠던 이를 금방 돌아서서 손가락질하는 건 솔직히 우스운 일 아닌가. 터놓고 말해, 강용석이 언제부터 강경 우파 인사였나.
그는 다만 좌파진영의 거물 인사 박원순과 싸웠을 뿐이다. 엄밀히 말해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것과 보수우파가 미워하는 공적과 싸웠다고 그가 보수우파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진영에서 자유로워진 앞으로의 모습이 아마 그의 본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건 나락에 떨어졌다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방법이 불쾌하지 않고 발랄하다는 점과, 그의 사고방식과 자세가 새누리당에 널리고 널린 귀족적이고 폐쇄적인 오렌지 샌님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기적인 유형의 사람인지는 몰라도 최고 학벌과 초고속 출세 길을 달려온 사람치고는 대중적이고 개방돼있다.(강용석은 홍종욱과 남경필류와도 다르다) 이야기가 곁가지로 샜지만 필자가 새삼스럽게 강용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딴 게 아니다. 방송이 정치인의 본질을 왜곡한다며 “종편세탁소에서 강용석은 표백중”이란 미디어오늘의 강용석 고발 기사 때문이다. ‘잘 나가는’ 강용석을 얼마나 얄미워하는 지 제목에서부터 감정이 물씬 풍긴다.
미디어를 정직하게 이용하는 강용석, 미디어 왜곡 조작해온 좌파진영이 비난할 자격 있나
미디어오늘의 불만을 요약하면 이거다. “강용석은 숨길 수 없는 보수색깔을 가진 놈이니 대중이여 미디어에 속지 말라” 아나운서 발언 사건에서 얻은 불쾌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소남을 통해 엉뚱한 이미지로 물타기하더니 슈스케와 고소한 19금, 썰전 등으로 호감이미지로 바꿨지만, 그의 본성은 어쩔 수 없는 보수라는 것이다. 그러니 노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이 아니라는 발언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곤 갖다 붙인다는 게 “문제는 ‘정치를 위해 방송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용석의 아나운서 비하 성희롱 발언은 정치인으로서 그의 자질과 인식수준을 보여줬었다. 때문에 총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는 정도다. 유치한 고자질이다. 강용석이 아나운서 발언 때문에 낙선했다는 주장은 솔직히 민망한 수준의 억지 아닌가.
미디어오늘 주장대로 종편을 통해 강용석이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될까? 강용석은 스스로도 자신의 정치 재개를 위해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고 고백하지 않았나. 솔직하고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만일 방송에서 그가 방송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끼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대중이 그의 방송에서 오로지 그의 정치적 목적만을 느꼈다면 지금처럼 여론이 바뀌었을까? 그랬다면 그에 대한 혐오감만 더 커졌을 것이다. 강용석이 최근 펴냈다는 책에서 “내가 이 길로 가면서 뭔가를 이루면 내 방식도 하나의 모델이 될 거로 생각한다”고 한 점도 잔머리와 꼼수의 느낌보다 담백한 고백처럼 느껴진다. 미디어오늘 주장대로 방송에 정치인이 나와 ‘인간미’를 부각시키면 그 정치인의 사상과 정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송을 이용해 그의 인간미를 홍보한 것처럼 말이다. 그의 서민 이미지에 홀딱 반한 국민이 뒷날 그의 정책에 속은 것처럼 말이다.
미디어 권력 특혜 누린 신경민과 기초부터 도전하는 강용석
미디어오늘은 강용석의 변신이 기만술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필자가 보기엔 최소한 강용석의 정직성만큼은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그의 다른 인간성은 어떤지 몰라도 최소한 그는 미디어 정치를 정직하게 활용하고 있고, 잔머리와 꼼수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그의 능력과 대중성을 철저하게 검증받고 있다. 그는 기존 권력에 줄을 대는 쉬운 우회로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미디어를 활용하지만 미디어에 의해 검증받겠다고 나섰다. 그 길은 보기만큼 쉬운 길이 절대 아니다. 언제든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길이다. 어쩌면 그만큼 그의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한다는 미디어오늘의 강용석 비난은 졸렬하고 유치하다. 방송을 아예 자신의 출세 도구로 이용했던 신경민과 같은 이도 있지 않나. 그가 공영방송 MBC를 이용해 특정 진영에 어필하는 코멘트를 날리고 사안을 멋대로 해석해 국민 분열에 이바지한 뒤 정치권에 스카웃된 사례는 강용석의 ‘세탁’ 사례에 비하면 백번 유해하다. 미디어를 통해 다시 정치에 도전하겠다는 강용석의 자세는 그에 비하면 백만번 훌륭하다. 안전하게 자신의 손아귀에 주어진 미디어를 이용해 출세한 신경민이 만일 나락에 빠진다면, 과연 강용석처럼 밑바닥에서부터 미디어를 활용하고 ‘세탁’할 능력이 있을까. 강용석의 변신과 이미지 세탁은 무죄다. 적어도 방송을 이용해 이미지 왜곡과 조작을 정치에 활용해온 좌파진영이 강용석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