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MBC 파업 난장을 주도한 핵심 인물인 이용마 기자(전 노조 홍보국장)가 모처럼 언론에 얼굴을 드러냈다. 오마이뉴스와의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근황과 MBC에 대한 소감을 밝힌 것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간간이 존재감을 과시하긴 했다. 파업 과정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음에도 자신에게 처절한 패배감만 안겨주었던 김재철 전 사장을 비난하느라, 또 MBC 측을 비난하느라 말이다. 얼마 전에는 2만여 명의 ‘깨어 있는 시민’이 참여했다던 촛불집회에서 MBC를 맹렬히 성토하기도 했다. 특히 김장겸 보도국장을 꼽으며 그가 얼마나 ‘나쁜놈’인지 ‘깨시민’들에게 열심히 증언하기도 했다.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데 재주가 있는 언론노조 MBC본부 전 집행부의 핵심 인사다운 모습이었다.
오마이뉴스가 전한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면 이용마 기자의 또 다른 재주를 발견하게 된다. 기사 곳곳에서 번득이는 칼 같은 진영의식과 덮어씌우기 능력이다. MBC 구성원들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보는 그는 기자들을 “본래 기자들”과 그 외의 기자들로 나눈다. “작년에 시용(근로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을 두어 근로관계 계속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제도)과 경력직으로 50명을 뽑았어요. 지금 MBC 기자라는 타이틀로 정치, 사회, 경제 등 주요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죠. 그런 상황에서 MBC 본래 기자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MBC 기자들에게 보도를 따지면 할 말이 없는 거죠. 내부 MBC 기자들은 자기들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저도
MBC ‘본래 기자들’ 운운하는 이용마는 차라리 뉴스타파에 합류해야
이용마 기자가 인터뷰서 줄곧 강조하는 ‘본래 기자들’이란 물론 파업에 참여했던 MBC 본부 노조원들을 뜻할 것이다. 앞뒤 맥락을 보면 현재 MBC 뉴스는 ‘본래 기자들’이 만든 진짜 뉴스가 아니라 김장겸과 그 일당들이 만드는 가짜라서 일체 보지 않을뿐더러, ‘본래 기자들’은 뉴스를 만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보지 말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다. 하긴 MBC의 ‘본래 기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나자마자 자신들이 엊그제까지 만들던 방송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던 자들이다. 뉴스를 보지 말라고 전국 방방곡곡 나팔을 불고 다닌다 해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자신들이 빠진 방송과 뉴스가 망하기를 학수고대하던 이들이 아니었나.
그러나 이용마 기자는 김장겸 국장을 너무 미워한 나머지 오히려 그를 띄워 준 듯싶다. 현재 MBC 뉴스를 만들고 있는 100여 명의 기자들을 몽땅 김장겸 추종자들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본래 기자들’에서 제외된 MBC 기자들이 읽으면 꽤나 섭섭해 할 것 같다. 공영방송 MBC 기자로서 최선을 다해 취재하고 방송을 만들고 있는 자신들을 한순간에 영혼 없는 무리로 평가했으니 안 그렇겠나. 이용마 기자가 이런 인식을 가지고 복직해서 뉴스를 만들겠다면, 그 뉴스가 어떤 뉴스일지는 뻔한 얘기다. 30일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한광옥 위원장과 해고된 MBC, YTN 기자들이 만나 간담회를 갖는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이 기자가 과연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본심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을까.
물론 언론노조는 “이번 면담에서 해직 언론인 복직이 박근혜 정부 언론 정상화와 국민 대통합의 출발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복직을 말할 때마다 국민 대통합을 거론하고 있지만, 복직을 원하는 당사자들은 이용마 기자처럼 정작 국민 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얘기만 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나가 정부와 회사를 비난하고, 방송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하기 바쁘다. 그런 얘기속에 자신들의 문제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대목은 전혀 없다. 김재철 전 사장 이후 김장겸 국장처럼 또 다른 표적을 골라 모든 문제의 원인을 돌리기 바쁘다. 170일 파업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 그 근본 원인을 어지간한 국민도 이제 다 눈치 챈 마당에 김 국장 때문에 일어났다고 덮어씌우는 이용마 기자의 태도는 필자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진영의식으로 똘똘 뭉쳐 ‘본래 기자들’만 찾는 이 기자는 차라리 뉴스타파에 합류하는 게 낫지 않을까.
대선에서 김재철 덕 보고 이후 ‘토사구팽’ 했다는 이용마 주장에 공감이 가는 이유
그러나 그의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공감할 수 있는 딱 한 대목이 있다. “저희가 알기로는 대선 과정에서도 박근혜 측은 김재철 사장이 필요했던 것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김재철 사장을 내보낼 이유가 없었어요. 그러나 대선이 끝난 이후 김재철이 해임될 때에는 박근혜 측에서 더 이상 김재철을 보호할 이유가 없는 거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물러난 이후였죠. 김재철의 유일한 끈은 이 전 대통령이었거든요. 한 마디로 토사구팽이죠. 그러니까 남들이 써먹을 만큼 써먹고 보호해 줄 이유도 없는 사람을 위해 굳이 자기들이 나서서 보호해 똥물을 뒤집어쓸 이유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다들 손을 뗀 거죠. 그 상황에서 여당 일부 이사들이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고 결국 해임된 거죠.” 바로 이 부분이다.
이 기자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김재철 사장을 이용한 뒤 토사구팽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정치적 분석이고 개인 의견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로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는 건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힘들게 싸운 과실을 분명히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노조가 총선과 대선 전 일으킨 정치파업에 무너지지 않고 MBC를 노조에 내주지 않은 사람은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김재철 사장이었다. 또한, 이진숙 전 본부장과 같은 MBC 내 소신 있는 인사들 덕분이었다. 일부 인사를 제외한 여권 방문진 이사들도 MBC 정치 독립을 위해 무던히 애썼다. 그런 결과가 대선이 끝난 후 시끄럽다고 김재철 퇴출, 쫓겨가는 이진숙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젠 김장겸 보도국장이 혼자 화살을 맞고 있다. 그냥 방치하다 또 시끄러워지면 적당히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작정인가.
박근혜 정부가 전 정부의 힘겨운 싸움의 과실을 적당히 누리다 시끄럽다고 갈아치우는 건 언론독립을 지켜주는 게 아니다. MBC나 YTN, KBS 등을 여야 어느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시켜줄 생각이 없다면, 방송사들이 정부의 입김, 특히 언론노조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방송 보도에 적극 개입해 친정부로 이끌라는 게 아니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는 것도 경계하면서 동시에 언론 노조가 방송을 정치 투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짓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언론노조에 맞서 싸운 이들을 당연히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득은 얻으면서 마치 남의 일 보듯 방관과 무관심으로 대하다가 이용마 기자의 지적과 같이 “이용해먹고 버렸다”는 부끄러운 지적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MBC 역사상 최악의 정치 파업을 이끈 이 기자의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박근혜 정부가 꼼꼼히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이유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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