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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친노’ 배설의 창구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KBS MBC가 촛불집회 보도에 무심한 이유


국정원 국정조사에 당력을 쏟아 붓고 있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거나 선거무효화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대선을 다시 치르자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발언은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민주당의 진심이 당 대표가 아니라 친노 진영을 통해 다가오기 때문이다. 친노계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 발언이나 친노계 핵심 이해찬 전 총리가 당선 무효를 거론하며 압박하는 태도나 모두 “대선 결과는 무효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도둑질했다”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친노 진영은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대로 자신들이 믿는 정의가 또 한 번 불의와 기회주의로 뭉친 세력에 졌다는 분노에 떨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 반년이 됐든 일 년이 됐든 이 감정은 언제든 불씨만 붙으면 활활 타오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댓글 73개는 그 첫 계기가 됐을 뿐이다. 일부 언론은 국정원 직원들이 단 댓글 73개가 선거 결과를 바꿨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하지만, 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애당초 이들에게 댓글 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댓글이 만 개든 천 개든 아니 한 개가 됐든 큰 상관이 없다. 단지 자신들의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 분노를 더욱 크게 키울 또 다른 촉매제가 절실할 뿐이다.

친노 진영과 연대하는 진보좌파 언론이 연일 방송과 언론을 때리는 이유도 그 탓이다. 촛불을 횃불로, 들불로 키울 촉매제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다. <언론은 언제까지 수만 명의 촛불을 외면할 것인가(미디어오늘)> <방송, ‘촛불집회’ 언제까지 보도 안 하는지 보자(미디어스)> <‘귀태’는 집중보도하면서 촛불은 외면? 서글프다(오마이뉴스)> <지상파, 국정원 규탄 촛불 외면 “MB 때와 똑같아”(PD저널)> 촛불 언론인들의 성토도 이어진다. MBC 노조 파업 핵심인사 이용마 전 홍보국장은 “지난 대선에서 유일하게 MBC만 안철수 당시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며 “하지만 이는 아니라고 밝혀졌다.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왜곡보도였다”고 MBC 보도국을 비난했다. KBS 현상윤 PD와 같은 이는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인데 이 창이 완전히 쓰레기통”이라고 성을 낸다.

이들에게 정의란 촛불 2만이 모인(모였다고 주장하는) 서울광장을 신문방송사가 카메라로 찍어대고 ‘박근혜 하야’ ‘이명박 감옥’을 기사로 쓰는 것이다. 가령 2만 중 절반이 동원된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든가, 촛불만 켰다 하면 모여드는 직업적 꾼들의 ‘그들만의 촛불’이란 진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믿음을 정의로 착각하니 국정원이 잘못하긴 했지만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수고를 마다할 수준은 아니라는 여론의 정서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촛불 집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다. 그러려면 내 이익과 직결돼 있거나 내 감정을 뒤흔들어야만 한다.

‘국정원 촛불’이 심드렁한 이유, 언론 외면이 아닌 촛불 들 이유를 찾지 못한 민심이 원인

그러나 국정원을 빌미로 한 촛불은 내 이익과는 상관이 없다. 그렇다고 내 분노를 크게 자극하지도 못한다. 국정원과 댓글 수십개의 잘못이 ‘귀태’ ‘당선 무효’ ‘대통령직 도둑질’ ‘하야’와 같은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판단보다 총체적 판단을 하는 민심이 ‘국정원 촛불’에 심드렁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이 촛불을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민심이 촛불을 들어야 할 이유를 딱히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었다면 신문방송 구(舊)미디어가 권력의 잘못을 숨기더라도 인터넷,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라는 신(新)미디어가 벌써 촉발시켰을 것이다. 신미디어의 능력을 오래전부터 찬양해온 촛불 진영이라면 부인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다 알면서 권력에 장악된 언론이 촛불을 외면한다고 비난과 저주나 퍼붓고 있는 건 딱한 일이다. 설사 언론이 매일같이 촛불을 보도한다고 해도 민심이 이해 못 하는 촛불이 들불로 번져가는 기적(!)은 일어날 수 없다.

민심은 지금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와 민생고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다. 친노와 그들의 언론이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로 목소리를 키울수록 국민과의 거리는 더 멀어질 뿐이다. 언론이 정파의 이익보다 국익,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해와 가뭄, 살인 더위, 생활밀착 뉴스를 국정원 보도보다 우선한다고 비난을 퍼붓는 것은 국민을 향한 비난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 병풍(兵風)사건부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2007년 BBK 사건,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사태에 이르기까지 KBS·MBC 등 공영방송 뉴스와 진보좌파 언론이 보여준 맹목적인 믿음과 편파성을 경험한 민심의 촛불 알레르기를 알아야 한다. 그것도 모르고 “언제까지 보도하지 않는지 두고 보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오기일 뿐이다. 언론이 이들의 오기와 한심한 억지, 분노를 배설하는 창구나 촉매제 따위의 역할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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