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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학벌엘리트주의자’라는 신경민

‘한양대’ 김무성 얕잡아본 ‘서울대’ 신경민의 ‘개념’


“국정원장이란 자가 NLL 문건을 국회에 와서 뿌렸는데 이런 미친×이 어디 있습니까?”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최근 국정원을 규탄하는 자리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을 이렇게 비난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아무리 막장의 끝판이라는 정치판임을 감안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고령의 상대를 향해 ‘미친x’ 하는 거친 언사는 도를 넘는 것이다. 네이버 프로필 정보를 보면 남 원장이 44년생이고, 신 의원이 53년생이니 두 사람은 아홉 살 차이가 난다. 그가 생각보다 적은(!) 나이 차이를 의식해 만만하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장유유서를 따지는 국민 눈과 귀에는 백발의 남 원장을 향해 욕설하는 신 의원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지 알만하다. 하기야 욕설과 패륜에 나이와 나이 차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신경민 막말·비하’ 논란에서 시선이 갔던 부분은 이보다는 김무성 의원에 대한 그의 평가다. 신 의원은 국정원 규탄 장소에서 김 의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신랄한 평가를 내렸다. “이 대화록은 김무성 지능으로는 도저히 외울 수 없는 것이다” 대선 때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 의원이 부산의 한 유세장에서 언급했던 대화록 내용이 국정원이 공개한 내용과 똑같다는 점을 들면서 한 말이다. 사실 여부야 민주당이 검찰에 김 의원을 고발했으니 차차 밝혀질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대화록 내용이 똑같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신 의원이 동원한 공격 방법이다. 그게 ‘김무성 지능’이었다. 신 의원이 나중에 어떻게 둘러댈지는 모르겠지만, 이 발언은 누가 봐도 ‘머리 나쁜 김무성이 그 대화록을 암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신경민 의원 발언에 국한해보면, 머리가 나쁘다는 뜻은 곧 그래서 학벌이 떨어진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해석은 필자뿐 아니라 한국일보 기자 출신 고종석 씨도 동일한 것 같다. 그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신경민은 유능한 정치인이기는 하나, 뼛속까지 학벌엘리트주의자”라며 “김무성이 뻘짓+나쁜 짓을 하긴 했지만, ‘김무성 머리로는 그걸 욀 수가 없다’니. 만만해 보이는 학교 출신 정치인에 대한 신경민의 비하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실망스럽다. 그 알량한 학벌로!”라고 적었다. 고종석 씨는 신 의원이 평소 학벌을 따지고 자신보다 떨어지는(!) 학벌 소유자를 만만하게 봐왔음을 지적한 것이다. 명문고와 일류대를 졸업하고 방송사 인기 앵커를 거쳐 국회의원을 하고 있으니, 평생 주류·일류의 길만 걸어온 그의 성향을 아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뼛속까지 학벌엘리트주의자’라는 지적도 알고 보면 사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지 않은가.

‘뼛속까지 학벌엘리트주의자’ 신경민이 활약하는 진보진영의 웃지 못할 풍경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국정감사 기간 중 신 의원은 MBC가 뉴스 시간대를 옮기는 문제 등에 관해 동료 의원의 질문을 받자 MBC 구성원들이 아둔하다는 비하성 발언을 쏟아냈다. 보도국 간부들 실명을 거론하고 비하하는 말을 이어갔으며, 특정인을 향해서는 출신 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임을 비하하는 듯한 말도 했다. 다른 간부의 경우에는 출신 고교까지 거론했고, 지역감정 조장성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작년 10월 16일 이런 내용의 보도를 했고, 신 의원은 물론 즉각 “교묘하게 몇 가지 팩트를 왜곡해서 보도하는 것은 철천지원수가 아니면 어렵고, 기사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런 게 뉴스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MBC 보도국 시스템의 이상 현상이고, 김재철 현상”이라며 완벽한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즉 자신에 대한 김재철 체제의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그 뒤 신 의원은 당시 MBC 김재철 사장을 비롯해 권재홍 보도본부장, 황용구 보도국장, 김장겸 정치부장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 중이라고 한다. 이 재판이 현재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 의원의 ‘김무성 지능 비하’ 발언이 이 재판에서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MBC 측이 이번 신 의원 막말·비하 발언을 증거로 제출한다면 말이다. 특히 고종석 씨의 트위터 글은 결정적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MBC 뉴스데스크 보도가 신 의원을 터무니없는 악의적 의도로 보도한 것이 아니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히려 신 의원이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이 MBC에 의해 보도되자 역으로 김재철 사장 등에게 뒤집어씌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녹취록이 없다고 해도 MBC 측이 신경민 의원의 ‘뼛속까지 학벌엘리트주의자’인 평소 성향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종석 씨와 달리 필자는 ‘학벌엘리트주의자’로서 고질적 습관을 버리지 않고는 신 의원이 좋은 정치인, 유능한 정치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신 의원의 주 무대는 학력타파, 평등과 같은 가치를 앞세우며 ‘학벌세상’을 비판하는 소위 진보진영이 아닌가. 타인을 학력, 두뇌, 학벌 이런 것으로 평가하고 만만히 보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아서 어떻게 장수하는 정치인,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겠나. 신 의원은 MBC 앵커 시절부터 바른말만 하는 사람으로 이미지를 쌓아 정계에 진출했다. 그가 2012년 펴낸 책 제목이 바로 ‘신경민의 개념사회’다. 70대 국정원장에 ‘미친X’ 욕설을 퍼붓고 타인을 학벌로 평가하고 비하하는 ‘무개념 정치인’으로서 신경민 의원의 활약이 크면 클수록 개념사회는 요원하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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