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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가 할 일은 투쟁 아닌 정명(正名)운동이다

‘공정방송’이란 그들만의 언어를 국민의 언어로 되돌려주어야


소통과 통합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가 정치·이념·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갈수록 불통·분열적인 사회가 되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라는 기본 전제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언어사용이고, 핵심은 용어에 대한 구성원들의 당연한 동의다. 나는 ‘찬성’의 의미로 쓰는데 너는 ‘반대’로 사용한다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사회 구성원들이 기본 중 기본인 언어에 대한 합의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바벨탑을 쌓는 힘의 원천인 언어는 인간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사회를 파괴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때문에 언어가 사회와 조직을 튼튼히 하는 역할을 하도록 앞장서 노력해야 할 이들은 당연히 언론인들이다. 정확한 뜻과 의미가 무엇인지 혼란만 가중되는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논란이나 얼마 전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민주화’ 용어로 여론재판을 당했던 것 등도 알고 보면 언론이 정명(正名)을 위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크다.

그 무거운 책임을 진 언론노조가 가장 앞장서 하는 일들이 바로 용어파괴다. 공정방송, 정의, 도덕과 같은 순수한 단어들을 정치적으로 타락시키고 오염시켰다. 보편타당한 단어를 특정 진영만의 용어처럼 왜곡시켰다. 언론노조 MBC·YTN·KBS 지부는 방송의 심각한 좌편향, 야권편향을 공정방송이라고 지칭하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불공정세력, 불의한 세력으로 싸잡아 매도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분명한 불법정치파업을 공정방송사수로, 불법파업 등 각종 이유로 해고당한 자들을 해직언론인으로 부르며 마치 성전(聖戰)의 희생양처럼 미화시켰다. 최근 언론노조와 그 기관지들이 버릇처럼 사용하는 ‘김재철 세력’이란 용어도 그렇다. 노조의 막가파 파업과 극단적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견이 있는 사람들을 싸잡아 김재철 세력으로 매도한다. 자신들만의 주장을 담은 가당찮은 조어(造語)로 사회통합과 소통을 가로 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합의 담지 않은 ‘공정방송’ 용어는 국민지지 못 받아

MBC노조가 작년 끝장 파업에 실패하고 YTN 노조가 대중의 관심 밖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잘못된 용어 사용에도 원인이 있다.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이라고 해서 봤더니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편파방송이라고 귀를 기울였더니 PD수첩의 광우병 방송, 김현희 가짜몰이 방송과 같은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였다. ‘학살’이 자행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불법파업자들의 해고와 징계를 의미했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더니 불법파업 가담자들이 한가롭게 교육을 받는 장소였다. 노조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합의를 깨는 그들만의 조어였고, 왜곡된 용어였다. 노조가 사용하는 말들이 하나같이 이런 꼴이니 어떻게 공감하고 찬성할 수 있겠나. 상대를 무시하고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만의 용어로는 같은 편의 투쟁의지를 불태울 순 있어도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낼 순 없는 것이다.

언론노조뿐 아니라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PD저널, 기자협회보, 한겨레 등이 날이면 날마다 ‘권재홍-김장겸’ 체제 운운하면서 편파방송의 주인공으로 몰아도 별 다른 반응이 없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지역 MBC 사장으로 선임된 안광한 전 부사장 등을 ‘김재철 세력’으로 묶어 공격한다고 소수 지지 세력을 제외한 많은 국민이 노조나 노조지원 매체들의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도 그 이유다. 사회적 합의에 의해 탄생한 말과 글을 자신들의 이기와 정치적 목적을 담아 새로 만들어 쓰는 것은 일방적인 용어전에 불과할 뿐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과는 무관하다. 게다가 자신들이 말끝마다 내놓은 소통과 사회통합을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다.

언어 오염시키는 언론노조의 투쟁용어는 사회통합이 아닌 사회분열

언론노조가 최근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가 바로 한 단면이 될 것이다. 말로는 방송공정성을 위한 방안이라지만 설문의 내용들은 하나 같이 방송사 사장 임명과 방송 내용에 대한 야당과 언론노조세력의 입김을 강화하는 내용들이다. 자신들이 정권을 쥐고 다수당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때는 별 다른 소리를 내지 않다가 정권이 바뀌어 반대 입장이 되니 어떻게든 정권의 영향력을 막아보겠다는 것이 언론노조와 야당이 말하는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의 실체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시 특별다수제 도입’ ‘공영방송 사장 및 이사 결격 사유 강화’ ‘민영방송 사장 및 이사 선출시 주주․종사자․시청자로 구성된 기구에서 추천’ ‘보도․제작․편성 책임자 임면 동의제’ ‘해직 언론인 즉각 복직’ ‘방송 공정성 제고 위한 관련 법 개정’

이러한 항목들을 보면 많은 국민이 생각하는 진짜 방송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방송에 대한 야당과 노조의 입김을 강화하고 방송 파행 등에 책임져야할 해고자들을 오히려 구제하며, 향후 정권의 영향력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도만 분명하다. 정권의 영향력만 차단하면 방송이 공정해질 수 있나? 야당과 전방위로 퍼져있는 언론노조세력의 영향력이 방송을 왜곡하는 건 그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나? 정말로 공정방송을 하고 싶다면 진짜 공정방송이 무엇을 말하는지 용어에 대한 합의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정권의 부당한 영향력을 차단함과 동시에 야당과 언론노조세력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는 것이 다수의 국민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정방송’이라는 것부터 인정하고 합의하라는 것이다. 즉 정명(正名)부터 똑바로 하라는 얘기다.

언론노조가 이런 기본전제를 외면해서는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언어를 오염시키고 타락시키는 투쟁적 용어로 일시적 승리를 거둘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라는 기본을 무시하고는 궁극적 승리를 얻을 수 없을뿐더러 사회통합과 소통을 위한 언론의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다. 언론 본연의 역할을 무시하고 노조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순 없다. 언론노조가 지금 할 일은 방송에 대한 정권투쟁이나 기득권 사수 투쟁이 아니다. ‘공정방송사수’ ‘정의’ ‘도덕’ ‘소통’ ‘사회통합’ ‘불공정’ ‘편파’ 등 자신들의 주장만을 담은 용어가 과연 국민 다수가 알고 지지하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하고 있는지 성찰부터 해야 한다. 언론노조 지원매체들도 마찬가지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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